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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개도 환영합니다 ‘멍와인’ 마시며 동물권 소설 같이 읽어요”

독특한 취향과 개성 넘치는 큐레이션으로 무장한 동네 책방이 늘어나고 있지만 ‘동물책방’은 여전히 낯설다. 호기심을 안고 찾은 곳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동물책방 정글핌피’(이하 정글핌피)였다. 아파트 상가 2층에 올라서자 책과 커피, 강아지 얼굴이 그려진 작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반려견 ‘빵식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책방지기 김유경 대표는 ”동물 관련 책을 소개하면서 반려동물 임시보호 문화를 알리는, 동물과 인간 모두를 위한 책방“이라고 설명했다.
#K-공감 #정책브리핑

주소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77길 19 남성상가 2층

운영시간 화~일요일 12~20시(토요일 21시까지)

인스타그램 @junglepimfy

독특한 취향과 개성 넘치는 큐레이션으로 무장한 동네 책방이 늘어나고 있지만 ‘동물책방’은 여전히 낯설다. 호기심을 안고 찾은 곳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동물책방 정글핌피’(이하 정글핌피)였다. 아파트 상가 2층에 올라서자 책과 커피, 강아지 얼굴이 그려진 작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반려견 ‘빵식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책방지기 김유경 대표는 ”동물 관련 책을 소개하면서 반려동물 임시보호 문화를 알리는, 동물과 인간 모두를 위한 책방“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문을 연 정글핌피는 동물 임시보호 플랫폼 ‘핌피바이러스’에서 파생됐다. 장신재 대표가 5년 전 설립한 핌피바이러스는 유기동물 임시보호 관련 상담을 제공하고 동물과 보호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임시보호란 동물이 정식 입양가기 전까지 위탁 양육하는 것으로 흔히 ‘임보’라는 약칭으로 통용된다. 정글핌피는 핌피바이러스의 오프라인 홍보 공간으로 만들어졌지만 지난해 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김 대표가 운영을 맡으면서 독립적인 책방으로 탈바꿈했다. 김 대표는 ”300권에 불과했던 책이 2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돼지부터 도도새, 달팽이, 모기까지
정글핌피가 말하는 동물의 범위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서가에 꽂힌 동물책 속엔 반려동물은 물론 농장동물, 야생동물, 멸종동물도 등장한다. 심지어 지렁이, 달팽이, 모기의 생태를 다룬 책도 있다. 초보 반려인을 위한 반려동물 입양 가이드북부터 농장동물의 실태를 다룬 책, 유머러스한 탐험서부터 연구서적까지 주제와 장르도 폭넓다.

책방의 베스트셀러는 ‘동물의 자리’다. 도축되기 직전 구조된 돼지 ‘새벽이’와 소 ‘머위’ 등 4종의 동물이 생크추어리(sanctuary·동물보호구역)로 옮겨져 자연 속에서 늙어가는 모습을 추적한 르포다. 이 밖에 부부 생태학자가 아프리카 칼라하리에서 7년간 동물 생태를 연구한 자연 다큐멘터리 ‘칼라하리의 절규’, 세계 각지의 섬에서 일어난 멸종의 사례를 추적한 탐사기록 ‘도도의 노래’, 한국계 미국인 과학자 캐럴 계숙 윤이 쓴 분류생물학 에세이 ‘자연에 이름 붙이기’도 꾸준히 읽힌다.

쉽게 손이 가는 주제는 아니다.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책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필요한 책이라면 망설임 없이 서가를 채워 넣는다. ”이런 걸 누가 읽을까 싶은 책도 누군가는 반드시 찾는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실제로 책방 문을 열고 처음 팔린 책은 ‘동물학대의 사회학’이었다.

”사람들은 동물이라고 하면 흔히 반려동물을 떠올리지만 사실 지구상의 모든 동물 가운데 반려동물은 극소수예요. 때문에 포유류뿐 아니라 새나 곤충 등 여러 동물에 대해 다루는 책을 적어도 한 권씩은 가져다 놓으려고 해요. 최근엔 환경 관련 책도 많이 들여놨어요.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동물이거든요. 이런 책들은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내가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하는 데 도움이 돼요. 동물책 전문 출판사가 있을 정도로 출판계 관심도 커졌죠. 장사는 되냐고요? 저도 몰랐던 책을 손님들이 먼저 주문하는 걸요.“

펫로스 치유 모임 등 손님들이 먼저 만들어
책방에서 각종 모임을 먼저 꾸리고 나선 것도 손님들이었다. 유기동물 입양 홍보 숏폼 영상 만들기, 강아지와 함께하는 힐링영화 감상,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한 펫로스증후군 치유 모임 등은 모두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했다. 5월 한 달간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요일수요일×심야책방’ 사업의 일환으로 동물책 낭독과 필사를 결합한 ‘독사클럽’을 진행한다.

처음 문을 두드린 이는 최정화 소설가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낭독회를 하고 싶다며 찾아왔던 작가는 동물권 소설 읽기,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의 전작 읽기 모임 등을 꾸준히 이끌며 정글핌피를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동물의 자리’를 쓴 정윤영 작가가 지난해 진행한 북토크는 동물 살처분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뤘음에도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행사였다. 작은 책방에 20명이 넘는 방문객과 그들을 따라온 반려동물이 들어차면서 모두가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저자가 살처분 애도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당시의 경험을 엮은 책 ‘경계의 몸(들)’을 함께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교환했어요. 동물권이라는 게 워낙 어려운 이슈인 데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답을 찾기도 어려운데 참가자들은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더군요. 인간이 입고 쓰고 타는 많은 것이 동물에게 빚지고 있잖아요. 동물권은 결국 인간의 문제이고 정답이 없는 문제인 만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시보호는 오늘 죽을 동물을 살리는 일“
애초의 설립 목적이었던 ‘임보’ 활동을 홍보하는 일 역시 계속되고 있다. 정글핌피에서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반려동물 임보 상담을 제공한다. ‘임보는 오늘 죽을 동물을 살리는 일’이라는 핌피바이러스의 철학을 알리는 건 책방의 가장 중요한 미션 가운데 하나다.

한 해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10만 마리 이상. 핌피바이러스에 따르면 유기동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안락사, 자연사 등으로 이른 죽음을 맞는다. 이에 입양이 당장 어려운 동물이라도 임시보호를 통해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평생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입양과 달리 임보는 최소 3개월 이상의 보호기간만 지키면 된다. 조건이 까다로운 동물 입양과 달리 1인 가구나 신혼부부,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도 신청이 가능하다. 핌피바이러스 누리집(pimfyvirus.com)에 접속하면 주거 환경, 경제 상황 등에 맞는 동물을 직접 찾아볼 수 있다.

하나 임보기간 종료 후 돌아간 동물이 마음의 상처를 입진 않을까. 김 대표는 ”임보는 오히려 동물의 입양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힘줘 말했다.

”유기동물 중엔 사람과 집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동물도 많아요. 사회화 정도나 성격을 알 수 없으니 입양을 가기가 더 어렵죠. 특히 대형견은 해외입양이 아니면 가족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해외입양 조건 중 하나가 3개월 이상 가정생활을 해본 경우거든요. 3개월이 짧은 것 같지만 가정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경우와 아닌 경우는 입양 기회에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혹서기, 혹한기에만 돌봄을 하는 ‘피서 임보’, ‘피한 임보’도 늘고 있고요. 임보는 동물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아니라 그들을 살리는 일이에요.“

동물은 세상을 더 넓게 보는 확대경
정글핌피의 터줏대감 빵식이 역시 김 대표가 2년째 임보 중인 반려견이다. 길을 떠돌다 동네 빵집으로 들어온 열 살 넘은 몰티즈는 김 대표의 품에 안겼고 빵집 사장의 소개로 정글핌피와도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그는 빵식이 덕분에 인생계획표에 없던 책방지기가 됐다.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김 대표가 이 같은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시작한 것도 빵식이, 10년째 함께 지내는 길고양이 두 마리를 만난 뒤부터다. 생김새와 습성이 전혀 다른 존재, 그러나 말 없이도 소통이 가능한 사이. 그에게 동물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세상에 확대경을 비추는 것과 같았다. 김 대표는 ”길에 사는 동물의 삶이나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반려동물 덕분이었다“고 했다.

책방지기는 정글핌피가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 되길 꿈꾼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 방식을 치열하게 논하는 동시에 누구나 산책하다 들러 편히 쉬다 가는 곳. 책방에서 제공하는 모든 식음료에 비건 메뉴를 두고 ‘멍와인’, ‘멍맥주’ 등 반려견용 음료를 마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며칠 전 동물단체의 고발로 곰 사육농가에서 불법으로 번식한 새끼 곰과 어미 곰이 보호시설로 무사히 구출된 일이 있었어요. 자칫 구조가 늦어지면 농장주가 곰들을 빼돌릴 위기였는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구조 요청을 하면서 정부가 나서 빠르게 대처했죠. 전화 한 통이라는 사소한 행동이 모여 큰 생명을 구한 거예요. 이 작은 책방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일도 동물과 인간에게 그런 의미로 돌아오면 좋겠어요.“

조윤 기자 책방지기 추천 ‘지금 읽기 좋은 책’

동물의 자리
김다은·정윤영(돌고래)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인 생크추어리 네 곳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 저자는 도축 직전의 돼지와 소, 불법 사육 농장에서 태어난 곰, 경주마로 살다 폐기처분된 말이 구조되어 생크추어리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취재했다. 2년간 전국을 돌며 촬영한 200여 장의 사진이 함께 담겼다.

고양이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아틀리에 호코(프레스탁)

주변에서 쉽게 마주치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지 못하는 존재. 싱가포르의 한 주거단지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따라가며 그들이 도시 구조물을 어떻게 이용하며 생활하는지를 관찰했다. 인간의 지도에 고양이의 발걸음을 포개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들개
조원희(롭)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을 수상한 조원희 작가가 들려주는 개와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펫숍에서 입양된 작은 강아지가 성견이 되어 도로에 버려진 뒤 들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글자 없이 그림으로만 구성된 책은 차가운 현실을 먹먹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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