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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문을 열다, 태조 이성계의 발자취를 따라간 '왕릉팔(八)경'

조선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일상에서 찾아가 보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왕릉은 동네나 지하철역 이름으로 익숙하지만, 직접 찾아가 볼 기회가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운영하는 조선왕릉길 여행 프로그램 '왕릉팔(八)경'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이번 '왕릉팔경'은 명사의 해설이 포함된 '심화 코스'가 새롭게 운영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왕릉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해설과 함께 역사와 공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깊이 있는 답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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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일상에서 찾아가 보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왕릉은 동네나 지하철역 이름으로 익숙하지만, 직접 찾아가 볼 기회가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운영하는 조선왕릉길 여행 프로그램 '왕릉팔(八)경' 소식을 접하게 됐다.

'왕릉팔경', 여행안내 소책 (본인 촬영)

이번 '왕릉팔경'은 명사의 해설이 포함된 '심화 코스'가 새롭게 운영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왕릉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해설과 함께 역사와 공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깊이 있는 답사가 될 것 같았다. 이에 새롭게 신설된 '심화 코스' 중 하나인 '1경 조선을 열다 '태조의 길'에 신청해 직접 답사에 참여했다.

◆ 경복궁에서 회암사지까지, 태조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

태조의 길 여행 코스, 여행안내 소책자 (본인 촬영)

'태조의 길' 코스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삶과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으로 구성돼 있었다.

경복궁, 양주 회암사지, 구리 동구릉(건원릉)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조선 건국 과정과 태조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함께 떠올려볼 수 있었다.

◆ 명사와 함께 걷는 역사의 길, '왕릉팔경'의 시작

경복궁 견학 (본인 촬영) 본격적인 여정은 경복궁에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신희권 교수님의 해설과 함께 경복궁의 창건과 소실, 그리고 재건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 안으로 들어섰다.

근정전·사정전·교태전·동궁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차례로 걸으며 조선 궁궐의 구조와 의미를 살폈다.

조선의 공식 의례와 국가 행사가 이루어졌던 근정전 앞에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모여 있었고,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는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왕이 정사를 보던 사정전과 왕비의 생활 공간인 교태전, 세자가 머물던 동궁까지 이동하며 경복궁 안을 걷다 보니 마치 조선시대로 들어온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궁궐 안 길을 따라 걸으며, 과거 이 길을 걸었을 왕과 왕비, 신하들과 궁인들까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

경복궁 경회루 (본인 촬영) 경복궁 안쪽으로 이동해 경회루에 도착했다.

경복궁 안에서도 경회루 앞은 특히 많은 관광객이 모여 있는 공간이었다.

경회루는 조선시대 연회와 외국 사신 접견 등이 이루어졌던 공간으로, 왕실의 중요한 행사가 열리던 장소라고 한다.

경복궁은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경회루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다른 감성을 전해준다.

넓게 펼쳐진 연못과 고즈넉한 누각 풍경은 잠시 멈춰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음 일정 때문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한참 더 앉아 풍경을 바라보고 싶어질 만큼 특별한 공간이었다.

◆ 태조가 머물던 사찰, 양주 회암사지 양주 회암사지터 가는 길 (본인 촬영)

이후 이동한 양주 회암사지는 고려 말과 조선 초의 역사적 전환기를 보여주는 장소였다.

회암사지는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서 물러난 뒤 머물렀던 사찰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

'회암사의 이야기' 영상 시청 (본인 촬영)

먼저 회암사지박물관에서 과거 회암사의 복원 모형과 '회암사의 이야기'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을 보고 난 뒤 실제 회암사지터로 이동하니, 눈앞에 남아 있는 터 위로 과거 사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양주 회암사지터 (본인 촬영)

넓은 잔디광장을 지나자, 더욱 광활한 회암사지터가 펼쳐졌다.

생각보다 훨씬 넓은 절터는 당시의 규모를 짐작하게 했다.

한때 수많은 전각이 자리하고 승려들이 오갔을 공간이라고 생각하니, 눈앞의 풍경도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 (본인 촬영)

특히 태조 이성계와 회암사지의 관계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조선 건국 초기의 역사와 연결된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됐다.

참가자들은 절터를 천천히 걸으며 곳곳을 둘러봤고, 사리탑을 돌면서 각자의 속도로 여유롭게 탐방을 이어갔다.

◆ 구리 동구릉의 억새가 물결치는 건원릉 구리 동구릉으로 가는 길 (본인 촬영)

구리 동구릉은 조선 왕과 왕비의 능 아홉 기가 모여 있는 공간이다. 숲길을 따라 능으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가 이어졌고, 천천히 걸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마침,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는데 조용한 숲길 사이로 들려오는 빗소리가 왕릉의 고요한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태조 건원릉 (본인 촬영)

짧지만 제법 가파른 경사를 지나 도착한 곳은 태조 이성계의 능인 '건원릉'이었다.

동구릉 안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한 건원릉은 다른 왕릉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봉분 위를 덮고 있는 억새였다.

다른 왕릉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인데, 태조의 고향인 함경도 영흥의 억새를 가져와 봉분을 조성했다고 한다.

전각에서 본 건원릉 (본인 촬영)

비가 내린 뒤의 짙은 숲과 넓게 펼쳐진 능역은 묵직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다.

그 풍경 속에서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말년 이야기를 들으며 천천히 길을 내려왔다.

◆ 국악 공연과 함께한 동구릉의 오후 국악 공연 (본인 촬영)

태조의 길 프로그램은 역사 해설과 답사뿐 아니라 특별한 시간도 이어졌다.

동구릉 재실에서 열린 작은 국악 공연이었다.

왕릉 안에서 대금과 해금의 선율은 고즈넉한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동구릉이라는 장소의 특별함과 어우러져 조선의 예술과 공간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 살아있는 역사 공간으로 다가온 '왕릉팔경'의 매력

하루 동안 태조의 길을 걸으며, 우리 문화유산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이나 영상으로만 접하던 왕릉이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유적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는 '살아있는 역사 공간'으로 다가온 시간이었다.

☞ (보도자료) 세계유산 조선왕릉으로 떠나는 여행 「왕릉팔(八)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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