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전 광주의 시민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선택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희생 위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제 우리의 몫은 분명하다. 기억하는 것을 넘어 행동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인권을 존중하며, 서로의 아픔에 연대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1980년 5월 광주가 오늘의 대한민국에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이며, 우리가 끝내 지켜야 할 시대적 다짐이다.
윤목현 5·18기념재단 이사장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가장 숭고한 민주주의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국가 권력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던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광주의 시민들은 인간의 존엄과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맞섰다. 그들의 희생과 연대는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역사적 토대가 되었다.
당시 신군부 세력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국회를 봉쇄했으며,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민과 학생들을 무력으로 진압하였다. 특히 광주에서는 공수부대의 과도한 폭력과 인권 유린이 자행되었고, 이에 맞서 시민들은 스스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일어섰다. 열흘 남짓 이어진 항쟁의 과정은 단순한 지역적 저항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폭력에 맞서 국민주권과 민주헌정질서를 지켜내려는 시민적 저항이었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5·18은 상당 기간 왜곡과 침묵 속에 갇혀 있었다. 군사정권은 이를 폭동으로 매도했고, 진실을 말하는 이들을 탄압하였다. 그러나 광주의 진실은 끝내 묻히지 않았다. 유가족과 시민들, 양심적인 언론인과 종교인, 학생들과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진상규명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결국 5·18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고,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와 명예회복도 이어졌다. 오늘날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1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오월의 꽃, 오늘의 빛'을 주제로 한 5·18 전야제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2026.5.17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무엇보다 5·18의 가장 큰 의미는 '평범한 시민의 힘'에 있다. 당시 광주의 시민들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주먹밥을 나누고, 피를 나누고, 공동체를 지켜냈다. 절망과 공포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연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민주주의가 단지 제도나 법률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책임, 공동체적 연대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가치임을 보여준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지켜내고 발전시켜야 할 과정이다. 사회적 갈등과 혐오, 역사 왜곡과 가짜뉴스, 극단적 대립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는 단순한 의견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과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5·18을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5·18은 현재의 민주주의를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 세대에게 전해야 할 시대적 가치이다. 자유와 인권, 공동체 정신, 국민주권의 원칙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핵심 가치이며, 이는 광주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다.
특히 미래 세대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5·18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그 정신과 가치를 올바르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의 기억은 점차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역사교육은 단순한 과거 암기가 아니라, 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지 깨닫게 하는 시민교육이어야 한다. 청년들이 5·18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연대의 가치를 배우고, 민주주의를 자신의 삶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제는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5·18정신을 헌법에 담는 것은 특정 지역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어떠한 권력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국가 최고 규범에 새기는 일이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국가적 약속이며, 미래 세대에게 보내는 민주주의 선언이기도 하다.
46년 전 광주의 시민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선택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희생 위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제 우리의 몫은 분명하다. 기억하는 것을 넘어 행동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인권을 존중하며, 서로의 아픔에 연대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1980년 5월 광주가 오늘의 대한민국에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이며, 우리가 끝내 지켜야 할 시대적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