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고추 아주심기 시기를 맞아 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주요 바이러스병 특징과 예방 관리 지침을 소개했다.
우리나라 고추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식물바이러스는 매개충이 전염하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CMV), 잠두위조바이러스2(BBWV2), 고추모틀바이러스(PepMoV)와 접촉으로 전염되는 고추약한모틀바이러스(PMMoV) 등이 있다. 따라서 전염 경로에 따른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바이러스병에 걸리면 고추 품질과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지만, 치료 약제가 없으므로 바이러스병에 걸리지 않게 철저히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순이 까맣게 타고 잎에 동그란 무늬가 생겨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 '칼라병'으로 불리며, 꽃노랑총채벌레가 주요 매개충이다. 잎에 원형 반점이 생기고 심하면 새순이 까맣게 괴사한다. 열매에 얼룩이 생기면서 떨어지기도 한다.
꽃 속에 숨는 총채벌레 특성을 고려해 총채벌레 밀도가 급증하기 전 5월부터 계속해서 방제한다. 이때 약제 저항성이 생기지 않도록 2~3가지 농약을 번갈아 사용한다. 아주심기 초기에 총채벌레를 유인하는 파란색 끈끈이 덫(트랩)을 설치해 총채벌레 발생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잎이 노랗게 얼룩덜룩하고 고추가 잘 안 자라요"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CMV), 잠두위조바이러스2(BBWV2), 고추모틀바이러스(PepMoV)= 세 바이러스 모두 진딧물로 전염된다.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는 고추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바이러스 중 하나로 잎이 뒤틀리고 모자이크 무늬가 나타난다. 잠두위조바이러스2, 고추모틀바이러스도 잎이 노랗게 변하고 쪼그라드는데, 한 바이러스가 단독 감염됐을 때보다 여러 바이러스가 복합 감염됐을 때 증상이 심하고 잎과 줄기의 괴사, 수확량 급감 등이 나타난다.
아주심기 전후 철저한 제초 작업으로 진딧물을 제거한다. 아주심기 초기 해충이 피하는 반사필름을 설치해 진딧물 발생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진딧물은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날개 달린 진딧물(유시충)이 날아오는 시기에 맞춰 전용 약제를 뿌린다.
"벌레 약을 열심히 뿌려도 병이 계속 옆으로 번져요" 고추약한모틀바이러스(PMMoV)= 종자나 토양, 농작업 중 식물체 간 접촉으로 전염된다. 잎에 모자이크 증상이 나타나며 과실이 울퉁불퉁해진다.
농가에서는 검증된 깨끗한 고추 종자를 사용하고, 기계적 전염을 막아야 한다. 곁순 따기, 지주대 묶기 등 농작업 시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식물은 노끈으로 표시하고 마지막에 작업한다. 작업 후에는 반드시 가위 등 도구를 70% 알코올, 탈지분유, 제삼인산나트륨 용액 등으로 소독한다.
바이러스는 식물체 내부로 침입하면 제거할 수 없으므로 신속한 격리가 유일한 대책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식물은 가까운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진단을 의뢰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농작업을 멈춘다.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면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뿌리째 뽑아서 제거한다. 감염된 식물을 밭에 그냥 두면 매개충이 즙을 빨아 먹고 재배지 전체로 바이러스를 퍼뜨릴 우려가 있다.
고추 주산지나 바이러스병 피해가 발생했던 지역에서는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 병해충 발생 정보를 확인하고, 시기에 맞춰 관리해 바이러스 전염을 차단한다.
고추 생육 초기에는 바이러스병 피해와 비슷한 증상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를 잘못 진단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농가에서는 새순이 오그라들었다며 바이러스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중 상당수는 '차먼지응애' 피해다. 바이러스는 잎에 무늬가 생기며 잎 모양이 변형되나 차먼지응애 피해를 본 잎은 가장자리가 아래쪽으로 심하게 말리고 잎 뒷면이 구릿빛으로 반짝거리는 코팅 현상이 나타난다. 응애는 살충제가 아닌 '살비제'를 사용해야 하므로, 돋보기로 새순을 관찰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뒤 방제한다.
바이러스병은 치료제가 없으나 농가에서 일반 세균․곰팡이성 병해로 오인해 살균제를 치거나 작물 회복을 위해 다량의 영양제를 섞어 뿌리기도 한다. 이는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감염으로 대사 기능이 떨어진 고추에 심각한 화학적 스트레스(약해)를 가해 고추를 말라 죽게 할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현장에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 농촌진흥청이 제공하는 '스마트 병해충 진단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애플리케이션으로 1차 확인한 후 가까운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정밀 진단을 의뢰한다.
농촌진흥청 식물병방제과 강미형 과장은 "고추 바이러스병은 각 바이러스의 전염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매개충 방제와 재배지 위생 관리를 병행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