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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의 변심? 범인은 사라진 돼지기름!

어린 시절 외식의 끝판왕은 역시 짜장면이었다. 중국집 근처만 가도 춘장 볶는 냄새가 골목을 메웠다. 윤기 흐르는 면발을 젓가락으로 쓱 비벼 한입 넣으면 고소한 기름맛과 묵직한 감칠맛이 입안을 꽉 채웠다. 배달음식 리스트에서도 맨 앞자리를 지켰다. 철가방의 덜그럭 소리까지 짜장면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풍경이었다. 그 시절의 짜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말을 한다. ”요즘 짜장면은 예전 맛이 안 난다.“ 그저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중식 셰프들조차 짜장면 맛이 변했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니 말이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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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외식의 끝판왕은 역시 짜장면이었다. 중국집 근처만 가도 춘장 볶는 냄새가 골목을 메웠다. 윤기 흐르는 면발을 젓가락으로 쓱 비벼 한입 넣으면 고소한 기름맛과 묵직한 감칠맛이 입안을 꽉 채웠다. 배달음식 리스트에서도 맨 앞자리를 지켰다. 철가방의 덜그럭 소리까지 짜장면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풍경이었다.

그 시절의 짜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말을 한다. ”요즘 짜장면은 예전 맛이 안 난다.“ 그저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중식 셰프들조차 짜장면 맛이 변했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니 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20여 년 동안 중식에 몸담은 유명 셰프를 만났다. 그도 짜장면 맛이 변한 가장 큰 이유로 기름을 꼽았다. ”과거에는 돼지기름인 ‘라드유’로 짜장면을 만들었어요. 짜장면은 기름이 전체의 맛을 좌지우지해요. 기름의 향이 맛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라드유는 콩으로 만든 식용유와 달리 고소한 풍미가 뛰어나요. 발연점이 높아 더 높은 온도에서 빠른 조리가 가능해 재료의 식감을 살리는 중국식 볶음요리 맛을 내기에도 좋아요.“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웰빙’ 열풍 속에서 라드유는 ‘건강의 적’으로 낙인찍혔다. 비만과 심장병·성인병을 유발한다는 인식이 퍼졌고 전문가들이 나서 라드유 섭취를 만류할 정도였다. 중국집은 앞다퉈 콩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으로 갈아탔다.

라드유를 둘러싼 부정적 정보 대부분은 뒤늦게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오히려 건강식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D 등이 풍부할 뿐더러 뇌와 간 건강에 도움을 주는 콜린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콜린은 지방이 간에 과도하게 쌓이지 않도록 돕고 세포막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다. 영국 BBC는 2018년 ‘세계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음식(The world’s most nutritious foods)’ 8위로 라드유를 꼽기도 했다. 그러나 한번 자리 잡은 부정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라드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중식당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라드유로의 회귀를 원하지 않는 듯하다.

하얀 메추리알도 사라지고
기름이 바뀌자 짜장면의 색과 맛도 달라졌다. 춘장은 콩을 발효해 만드는 장인데 여기에 검은색을 내는 단맛의 캐러멜색소와 설탕이 추가로 들어가면서 색은 더 검게 맛은 더 달게 변했다. 돼지기름으로 내지 못하는 감칠맛을 단맛으로 대체한 것이다. 또 돼지기름의 녹진함을 대체하기 위해 녹말물을 많이 넣으면서 소스의 질감도 달라졌다.

고명도 사라졌다. 예전에는 짜장면 위에 삶은 메추리알 하나가 당연하게 올라갔다. 작지만 존재감이 있었다. 짜장면 속 쉼표 같은 존재랄까. 짜장 소스의 느끼함을 잡아내면서 젓가락질을 한 템포 쉬어가게 만들었다. 그러나 메추리 농가가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이 짜장면의 원조로 여기는 ‘옛날짜장’에도 오해가 있다. 큼직한 감자가 들어가는 ‘옛날짜장’은 사실 옛날 짜장이 아니다. 1970년대 이후 짜장면이 대중화되면서 학생이나 노동자들이 짜장면을 찾기 시작했고 비교적 싼 감자를 크게 넣어 양을 불린 것이 1990년대 들어 옛날짜장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다.

맛은 변했지만 짜장면은 여전히 우리가 사랑하는 음식임에는 분명하다. K-드라마 속 배우들이 후루룩 면을 비벼 먹는 장면 하나만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중국집 앞에 줄을 선다. 검은색 소스를 면에 비벼 먹는 방식은 해외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언젠가 다시 철가방 뚜껑을 여는 덜그럭 소리와 함께 돼지기름 향이 은근히 올라오는 갈색빛 짜장면을 만나고 싶다. 어쩌면 세계인들은 오래된 골목에 밴 돼지기름 냄새에 더 환호할지 모른다.

채상우

먹는 게 좋아 미식을 좇는 일간지 기자. ‘헤럴드경제’에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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