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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노동 현장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아야죠”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노동자, 반복되는 끼임·추락 사고, ‘프리랜서’라는 이름 아래 방치된 노동권 사각지대까지 노동 현장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정부도 임금체불과 중대재해,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거듭 밝히며 노동 현장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노동 현장의 최전선에서 위법 여부를 조사하고 시정 조치를 내리는 이들이 바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노동감독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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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노동자, 반복되는 끼임·추락 사고, ‘프리랜서’라는 이름 아래 방치된 노동권 사각지대까지 노동 현장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정부도 임금체불과 중대재해,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거듭 밝히며 노동 현장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노동 현장의 최전선에서 위법 여부를 조사하고 시정 조치를 내리는 이들이 바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노동감독관)이다.

근로감독관은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확인해 사업장에 개선을 요구하고 필요할 경우 특별사법경찰관 자격으로 압수수색과 사법처리까지 맡는다. 현재 근로감독관은 전국에 총 30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방송사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근로감독관의 활약이 컸다. 특히 2024년 한 방송사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 이후 실시된 특별감독에서는 기존 제도 밖에 머물러 있던 프리랜서 PD·AD·FD 등 25명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면서 연차휴가와 육아휴직 등 노동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노동부는 이후 방송업계 전반으로 특별감독을 확대했고 관행처럼 이어져온 ‘가짜 프리랜서’ 문제를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당시 특별감독 활동을 통해 문제 해결에 앞장선 이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한봉탁 근로감독관이다.

올해 초 그는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2025년을 빛낸 ‘올해의 근로감독관’으로 선정됐다. 노동사건 해결, 근로감독, 노사협력 등 세 가지 분야에서 활약한 감독관에게 주어지는 영예다.

2019년에는 노사관계안정 공로로 장관급 표창을 받았고 2021년에는 중앙노동위원회 우수조사관으로 선정됐다. 분쟁과 갈등이 교차하는 노동 현장에서 10여 년째 해법을 찾아온 한 감독관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인근에서 만났다.

근로감독관의 역할이 궁금하다.
임금이나 근로시간, 해고, 노사분쟁 등과 관련한 사건이 접수되면 내용을 검토해 위법 사항이 있는지 판단하고 시정 지시를 내린다. 법을 어겼을 경우에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그렇지 않으면 종결한다. 내가 담당하는 광역근로감독은 신고 사건 처리보다는 정기·수시·특별감독 등 감독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정기감독은 말 그대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감독이고 수시감독은 매년 내부적으로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분야를 선정해 진행한다. 특별감독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실시한다. 정기·수시감독은 자료 준비 등을 이유로 미리 고지하고 진행하지만 특별감독은 불시에 이뤄진다. 이후 처리 과정은 일반적인 근로감독 업무와 동일하다.

통상 1년에 몇 건 정도 처리하나.
부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신고 사건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은 1인당 연간 250~300건 정도를 맡는다. 사건 하나를 처리하는 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 정도 걸린다. 우리 과는 신고 사건보다는 근로감독 업무 비중이 커 상대적으로 건수가 적은 편이다. 야근도 많이 한다. 신고 사건 담당 부서는 한 달에 20~30시간 정도 추가근무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이 몰리면 그 이상 일하기도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겠다.
업무가 많을 때는 초과근무수당 인정 상한을 넘어 사실상 무급으로 일할 때도 있다. 하지만 더 어려운 일은 진정인과 피진정인의 진술이 엇갈릴 때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는 일이다. 형사 사건은 비교적 증거가 명확한 경우가 많지만 근로감독은 당사자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업주는 임금을 지급했다고 하고 노동자는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체 내역 같은 객관적 자료가 없으면 판단이 어렵다. 동업 관계였다가 갈등이 생기면서 ”나는 직원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진술을 확보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특별감독은 이미 문제가 제기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비교적 진술이 잘 나오는 편이지만 일반감독은 대상자가 회사 눈치 보며 말을 아끼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설득해 진술을 이끌어내야 한다.

전문성과 노하우도 갖춰야 할 것 같다.
2008년 입직해 기업지원, 취업지원, 지역협력 등 다양한 고용 분야에서 일했고 2015년부터 근로감독관 업무에 발을 들였다. 일을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노동관계법만 수십 가지다. 관련 판례와 해석까지 충분히 숙지하지 않으면 조사 과정에서 신뢰를 얻기 힘들다. 신뢰가 깨지면 조사도, 이후 절차도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 감독관은 노하우가 쌓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분야라 한번 맡으면 다른 업무로 이동하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방송사 특별감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어떻게 착수한 건가.
처음에는 본청에서 지시에 따라 감독이 시작됐다. 직장 내 괴롭힘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로 나눠 조사했고 우리 팀은 후자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근로자성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다. 근무 장소와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취업 규칙이나 사내 규정을 적용받는지도 함께 살펴봤다. 조사 과정에서는 노동조합과 경영지원팀, 프로그램 제작을 총괄하는 CP 등을 면담해 방송 제작 과정과 인력 운용 구조를 파악했고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조직문화 진단도 실시했다. 특별감독 결과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는 직군에 대해 근로계약 체결과 직접 고용을 시정 지시했고 프리랜서 신분이라 하더라도 보호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내부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인상 깊었던 지점을 꼽는다면.
방송사 특별감독 과정에서 만난 한 프리랜서가 몸이 아파도 시간을 내 병원에 가기 어렵고 병가 제도도 없어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 다른 사람은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데 감독 이후 이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서 연차휴가나 육아휴직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 누군가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 근로감독은 단순히 위법 여부만 가리는 일이 아니다. 사업주가 제도를 잘 알지 못해서 노동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 이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이전에도 상을 받은 적이 있다.
장관급 표창은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아 사업주가 직장 폐쇄까지 단행했던 사업장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회사가 다시 문을 열도록 유도한 공로로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 우수조사관으로 선정된 것도 노동자와 사용자의 화해를 끌어낸 사례 덕분이었다. 노사 문제를 다루다 보면 양측의 교섭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이 중간에 조정 역할을 하게 된다. 노사는 협상 테이블에서 서로의 속내를 모두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감독관에게는 비교적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양측 입장을 적절히 전달하며 접점을 찾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갈등을 조율하는 만큼 마음가짐도 중요할 것 같다.
항상 독립적인 입장에서 양측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조정을 하자는 마음으로 사건에 임하고 있다. 감독 과정에서 우리의 판단 때문에 누군가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요즘에는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나.
최근에는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하는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감독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외근 등으로 근무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계산 편의를 위해 야근·휴일·연차수당 등을 미리 묶어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 가운데 고정OT(초과근무) 방식은 일정 시간의 초과근무를 전제로 수당을 정해 지급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고정OT를 월 30시간으로 정했는데 실제로는 35시간 일했다면 추가 5시간에 대한 수당이 지급됐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지급되지 않았다면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고유선 기자

노동감독관? 근로감독관?
4월 7일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 제정으로 근로감독관의 명칭이 12월 8일부터 노동감독관으로 변경된다. 노동감독관은 2025년 진행된 대국민 공모와 간담회 등을 통해 모은 의견을 토대로 노사 및 전문가 등이 함께 논의해 결정한 이름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명칭 변경을 계기로 국민이 ‘일터 안전, 노동권 보호를 위한 노동감독관’으로서 감독관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재직자 임금체불 등 익명제보센터

”임금체불, 공짜 야근 익명으로 신고하세요“
고용노동부는 ‘재직자 임금체불 등 익명제보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사업장에 재직 중인 근로자가 인사상 불이익 등에 대한 걱정 없이 회사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익명으로 접수를 받는다. 신고 대상은 임금체불, 장시간 근로, 공짜 노동, 비정규직 차별 등이다. 신고 접수는 고용노동부 노동포털(labor.moel.go.kr), 고객상담센터(국번없이 1350)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노동부는 접수된 사항을 중심으로 필요성을 검토한 후 근로감독을 실시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제보 사업장 감독의 법 위반율은 85.8%로 타 감독(57%)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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