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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다시 만난 남북여자축구…수원에 울린 '공동 응원'

남북 여자축구팀이 12년 만에 다시 한국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지난 20일 폭우가 쏟아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북한 내고향축구단(이하 내고향)과 한국 수원FC위민 선수들이 같은 그라운드에 선 순간, 경기장은 단순한 축구장이 아니었다. 승패를 넘어 오랜만에 재개된 남북 스포츠 교류의 현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내고향은 공동응원단의 응원 속에 열린 준결승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첫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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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여자축구팀이 12년 만에 다시 한국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지난 20일 폭우가 쏟아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북한 내고향축구단(이하 내고향)과 한국 수원FC위민 선수들이 같은 그라운드에 선 순간, 경기장은 단순한 축구장이 아니었다. 승패를 넘어 오랜만에 재개된 남북 스포츠 교류의 현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내고향은 공동응원단의 응원 속에 열린 준결승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첫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에서 내고향 김경영 등 선수들이 2대1 승리 후 수원FC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빗속에서 치러진 경기는 수원FC위민이 먼저 앞섰다. 후반 4분 하루히가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을 잡았고, 홈팀 분위기도 한껏 살아나는 듯했다.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에서 수원 하루히가 후반 선제골을 터트리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하지만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고향은 후반 10분 최금옥이 균형을 맞춘 데 이어 후반 22분 김경영이 결승 골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 지소연 "골키퍼를 속이려다 타이밍 놓쳐…변명의 여지 없다"

수원FC위민에도 기회는 있었다. 후반 33분 페널티킥을 얻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키커로 나선 지소연의 슈팅이 골대를 외면했다.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에서 수원 지소연이 페널티킥을 차고 있다.

경기 뒤 지소연은 충혈된 눈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페널티킥 상황에 대해 "연습 때는 자신이 있었지만, 골키퍼를 속이려다 타이밍을 놓쳤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길영 수원FC위민 감독은 "궂은 날씨에도 응원하러 온 팬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 공동응원단 포함 5763명 관람…"남북 관계 변화 체감"

이날 공동응원단은 통일부와 시민단체, 실향민 단체 등 200여 단체가 꾸린 형태로 운영됐다. 통일부는 이번 경기가 남북 상호 이해 증진에 기여한다고 보고 남북교류협력기금 3억 원을 지원했다.

현장에는 수원FC위민과 내고향 엠블럼이 함께 그려진 깃발이 배포됐고, 관중석에는 '내고향여자축구단 환영합니다' 같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응원은 마이크로 구호를 외치기보다는 양 팀의 득점 기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경기에서 국내 민간단체 200여 곳으로 결성된 여자축구 공동응원단이 선수들을 향해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폭우 속에서도 경기장에는 관중 5763명이 들어찼다. 수원FC위민 서포터스는 우산 사용을 제한한 AFC 규정에 따라 비를 맞아가며 목청을 높였고, 개인 자격으로 표를 끊어 경기를 찾은 관중도 적지 않았다.

정부와 축구계 인사들도 현장을 찾았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경기를 관람했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공동응원단은 내고향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올 때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특히 내고향이 전반 5분 만에 골을 넣자, 응원단에서 큰 함성이 나왔다. 그러나, 해당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공동응원단으로 참가한 박모(71) 씨는 "축구도 좋아하지만, 정부가 바뀐 뒤 남북 관계의 조심스러운 변화를 체감하고 싶었다"며 "빗속에서 남북이 승리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 기쁘면서도 숙연했다"고 말했다.

◆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 첫 방한…내고향, 23일 일본과 결승전

내고향여자축구단을 이끈 리유일 감독의 승리 소감은 비교적 담담했다. 그는 "비가 많이 오고 원정 경기였던 어려운 조건에서도 선수들이 높은 정신력을 발휘했다"며 "공격과 수비에서 더 보완할 점이 많다"고 자평했다.

리 감독은 "공동응원단 분위기에 대해서는 경기에만 집중하느라 크게 의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곳 주민들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짧게 언급했다.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에서 내고향 김경영이 역전 헤더골을 터트린 후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결승 골의 주인공 김경영도 "선수단이 하나로 달렸기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인민과 부모, 형제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 뒤 내고향 선수단은 원을 그리며 기쁨을 나눈 뒤 인공기를 펼쳐 들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후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 버스에 올라탔다.

이번 방한은 북한 선수단이 한국에서 공식 스포츠 일정에 참가한 첫 사례는 아니지만, 2018년 인천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 이후 8년 만이다. 축구 종목 기준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고향은 오는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 우승을 다툰다. 수원FC위민은 WK리그 팀 첫 결승 진출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소연은 리그 우승으로 다시 AWCL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빗속에서 펼쳐진 이날 남북 맞대결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공동응원단의 박수와 선수들의 치열한 승부 속에 스포츠 교류가 다시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책브리핑 최선영

※ 이 글은 뉴스통신사 <뉴스1>의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종합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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