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이 38년 만에 처음 개최하는 역사적 행사로, 단순 국제회의를 넘어 문화외교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알리는 계기다. 특히 '부산 선언' 채택을 통해 기존 5C에 협력(Collaboration)을 더한 6C를 제안, 복합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국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길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준비기획단장
오는 7월, 대한민국 부산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가 개최된다. 이 위원회의 근간이 되는 '세계유산협약'은 1972년 제정되어 오늘날까지 196개국이 서명한 국제법으로, 인류의 소중한 유산을 특정 국가의 책임으로만 두지 않고 국제사회가 협력하여 보호하자는 전 지구적 약속이다.
유네스코 헌장 전문은 "전쟁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이라고 선언함으로써 그 설립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에 기반한 '세계유산협약'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지닌 인류 공동의 산물을 세계유산(총 1,248건, 대한민국 17건 보유)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는 바로 이 협약의 이행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의 장이다.
1988년 세계유산협약 가입 이후 38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리는 이번 위원회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리 유산을 지켜내야 했던 아픈 과거를 딛고, 이제는 전 세계 유산 보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핵심 국가로 발돋움했음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사적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이번 위원회 개최는 단순한 국제행사를 넘어, 문화를 통해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평화 구축'이라는 전 지구적 과정을 선도한다는 깊은 의의를 지닌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며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시대를 앞선 비전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서 있는 국제무대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세계유산기금과 신탁기금 등에 적극 기여하는 공여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을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가 '김구 탄생 150주년'이고, 유네스코 기념해로 지정된 것을 떠올리면 더욱 특별하다.
세계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국제적 리더로서, 우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문화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한편 다양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그간의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볼 수 없었던 축제의 장이 펼쳐지도록 축구장 2배 넓이 규모의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을 조성하여 우리 국민과 세계인이 K-헤리티지와 K-컬처의 과거·현재·미래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위원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부산 선언(Busan Declaration)'의 채택이다. '부산 선언'은 무력충돌과 기후변화, AI와 같은 디지털 전환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복합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세계유산의 전략목표인 '5C'에 '협력(Collaboration)'을 더해 '6C'를 제안한다. 이는 기존에 국가의 국제적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등재 건수에만 집착하던 단순 경쟁을 넘어, 공동의 목표와 미래를 위한 연대를 이끄는 선도국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주는 실체적 성과가 될 것이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2025.7.16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따라서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는 결코 성공적인 마침표가 아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리더로써 대한민국이 마주한 새로운 도전과 책임의 시작점이다. 2024년 과거 재화 중심의 '문화재' 체제에서 탈피하여, 미래지향적 보호와 활용을 아우르는 '국가유산' 체제로의 전환을 알리는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된 것과 같이, 새로운 유산 패러다임과 시대정신에 발맞춰 우리의 유산 행정과 정책 역시 세계유산을 통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길에 나서기 위한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의 최전선에서 국가유산을 통한 국민행복과 세계유산을 통한 인류 공동의 번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단순 세계유산의 보유국을 넘어, 세계유산의 미래 가치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여정에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