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비수도권을 추월했다. 지방은 빠르게 비어갔고, 일자리를 찾아 떠난 청년들의 빈자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제일 큰 문제는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이 너무 심할 뿐 아니라 앞으로 개선될 여지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진단은 그 오랜 불균형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사람은 직장이 없어 지역을 떠나고, 기업은 사람이 없어 지역에 못 온다. 이걸 누가 해결하느냐. 정치가 하는 것"이라며 수도권 집중의 구조를 끊겠다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상생'은 바로 이 오래된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에서 출발했다.
"분권과 균형발전, 자치의 강화는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국가적 생존전략"이라는 대통령의 선언 아래, 정부는 성장의 과실이 수도권과 대기업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지역·소득·기회·일터' 모두에서 상생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착수했다.
출범 1년, 그 변화가 숫자와 제도, 현장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8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김민재 행안부 차관,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5.8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함께 성장하는 지역 —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
변화의 출발은 국토 공간의 재편이었다. 국민주권정부는 수도권 단일 성장축 체제를 벗어나, 수도권·중부권·호남권·대경권·동남권 5개 초광역권과 강원·전북·제주 3개 특별자치도를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육성하는 '5극 3특'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반세기 넘게 굳어온 수도권 일극 체제를 바꾸겠다는, 역대 정부 중 가장 구체적인 구조 개편 선언이었다.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다. 올해 3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공포되면서, 오는 7월 대한민국 제1호 통합특별시가 탄생한다. 인구 317만 명, 지역내총생산 159조 원 규모의 초광역 경제권으로, 전국 5위 인구와 전국 3위 경제 규모를 갖춘 새로운 성장 거점이다. 정부는 연 최대 5조 원, 4년간 20조 원의 재정을 지원하고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외에 전북·강원 특별자치도에도 각각 29개, 38개의 특례가 추가 반영됐고, 제주특별자치도에도 3개 특례가 더해졌다.
인프라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충청권광역급행철도(CTX) 등 권역별 광역교통망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잇달아 통과했다. 나주 에너지·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단 계획 승인이 완료됐고, 해수부와 3개 해운선사 본사의 부산 이전, 새만금 9조 원 규모 현대차 투자 협약도 지역 거점 육성의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구조 개편의 효과는 고용 지표에서 먼저 나타났다. 정부 출범 전후 10개월을 비교하면 비수도권 취업자 증가 폭이 3만 6000명에서 16만 6000명으로 4배 이상 뛰었다. 전국과 비수도권이 동시에 고용이 확대된 것은 역대 정부 중 국민주권정부가 유일하다. 비수도권 대학 경쟁률도 25학년도 5.9대 1에서 26학년도 6.5대 1로 11.6% 상승하며, 지역에 남으려는 청년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기 시작했다.
27일 오전 충남 청양군 청양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들이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6.2.27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소득이 돌아오는 마을 — 농어촌기본소득·햇빛소득마을·고향사랑기부제
공간의 재편이 구조라면, 소득의 재분배는 그 구조 위에서 실제 삶을 바꾸는 작업이다. 국민주권정부는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에 '농어촌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연천·정선·옥천 등 10개 군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주민 1인당 매달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시작한 결과, 시범지역 인구가 4.7% 증가하고 청년 인구는 6.2% 늘었다. 옥천군 동이면에서는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마을공동슈퍼를 열었고, 남해군 이동면에서는 빈 점포를 활용한 거리가 새로 조성됐다. 현금 지원이 공동체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변화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도 지역 소득의 통로가 되고 있다. 마을공동체가 태양광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고 수익을 구성원이 나누는 '햇빛소득마을' 사업이 2026년부터 전국 700개 마을 조성을 목표로 본격 추진되고 있다. 범정부 추진단이 신설됐고 2030년까지 30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성자금·부지·인허가를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설치비의 85%를 금융지원한다.
한편, 태양광 보급도 2026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5.5% 확대됐고, 전기차는 연간 22만 1000대 보급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누적 100만 대 시대를 열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도시민이 지역에 직접 참여하는 통로로 자리 잡았다. 기부한도 상향과 세액공제율 확대, 민간 플랫폼 10개 개통 등 제도 개선을 거쳐 2025년 모금액이 15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금액의 92.2%인 1397억 원이 비수도권에 집중됐고, 답례품 매출도 3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0% 늘며 지역 특산품 소비 확산에도 기여했다.
◆ 모두가 도전하는 창업 — 국가창업시대 전환
성장의 기회가 대기업과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를 바꾸는 것, 그것이 국민주권정부가 '국가창업시대'를 선언한 배경이다. 코스피가 8000을 돌파하고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그 과실이 일부에게만 집중되는 'K자형 성장'을 극복하려면 도전과 창업이 모두의 선택지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2026년 3월 출범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플랫폼 개시 50일 만에 신청자 6만 명을 돌파했고 누적 접속자는 141만 명에 달했다. 2026년 1분기 신규 벤처펀드 결성금액은 4조 4000억 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를 기록했으며, AI·반도체 등 딥테크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 4개가 새로 탄생했다.
2025년 중소기업 수출액은 12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화장품 수출은 82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벤처 캠퍼스 1호를 개소하고, 전국 17곳에 스타트업 원스톱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창업 생태계의 외연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창업도시 4곳이 신속히 선정됐고, 비수도권 권역별 모펀드 조성을 통해 지역 창업 생태계에도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2일 오후 충청남도 아산 호서대학교에서 열린 '모두의 창업 대학생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4.22 (사진=중소벤처기업부)
◆ 다시 안전해지는 일터 — 산업재해 역대 최저
상생은 일터에서도 진행 중이다. "더는 삶의 터전이 죽음의 현장이 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숫자로 응답을 받기 시작했다. 2026년 1분기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113명으로, 전년 동기 137명 대비 17.5%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22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이는 산업안전감독관을 2025년 895명에서 2026년 2095명으로 134% 증원하고, 예방 중심 감독 사업장을 2만 4000개소에서 5만 개소로 대폭 늘린 결과다. 소규모 건설현장의 추락 사망자도 같은 기간 62명에서 31명으로 절반이 됐다.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도 260.2일에서 229.6일로 30일 이상 단축됐다.
2026년 2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안전보건공시제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의무화가 도입됐고, 폭염 작업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규칙도 시행됐다. 10인 미만 작은 사업장의 노후·위험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430억 원이 처음으로 편성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공간을 재편하고, 소득을 나누고, 기회를 분산하고, 일터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 국민주권정부가 지난 1년간 '상생'이라는 이름 아래 속도감 있게 추진한 네 가지 과제다.
1년 간 숫자와 제도, 현장 모두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대한민국을 넓게 쓰겠다"는 정부의 선언이 구체적인 성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오늘, 상생의 지도는 앞으로 더 넓고 촘촘하게 그려질 것이다.
정책브리핑 김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