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는 5월 13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흑해방위산업 2026(BSDA 2026)’에서 우리 군의 신형 군용 지휘차인 ‘타스만 군용 지휘차’(이하 군용 타스만)를 유럽 시장에 처음 공개했다. 군용 타스만은 뛰어난 오프로드(비포장도로 주행) 성능과 등화관제(적에게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조명을 통제하는 기능) 등 다양한 사양을 갖춰 작전 운용 능력을 높였다. 2025년부터 우리 군의 표준 지휘차로 실전 배치돼 운용 중이다.
이번 전시회에 등장한 군용 타스만이 지휘·이동 임무에 특화된 차량이라면 실제 전투 임무 수행에 중점을 두고 개발된 차량도 있다. 바로 ‘한국형 험비(HMMWV·Humvee)’로 불리는 한국형 소형전술차량(KLTV) K151이다. K151은 2017년부터 우리 군에 본격 배치돼 운용되고 있다.
소형전술차량이라는 이름 때문에 단순한 군용 차량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K151은 현대 전장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핵심 전술 플랫폼이다. 기관총 등 화기 장착이 가능해 전투 지원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으며 병력 수송과 탄약·장비 운반은 물론 정찰, 지휘통제, 통신지원 등 폭넓은 작전에 투입이 가능하다. 또 우리 군이 기존 운용하던 K131보다 방호력이 대폭 강화돼 다양한 전장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자주포와 전차, 전투기까지 K-방산 무기체계가 세계시장에서 잇달아 성과를 거두는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선보인 K151 역시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타이어 파손돼도 주행 가능
K151, 일명 ‘현마(現馬)’는 기존 군용 지프인 K131과 K311A1 계열 차량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우리 군은 6·25전쟁 전후인 1950년대부터 미군 공여 ‘윌리스 지프(Willys Jeep)’ 계열 차량을 운용해왔고 이후 1980년대부터는 아시아자동차의 K131을 도입해 사용했다. 이후 전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부는 2010년대 초부터 차세대 소형전술차량 사업을 추진했고 개발 업체로 기아를 선정했다.
기아는 시제품 개발과 각종 시험평가를 거쳐 2014년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했다. 2015년에는 국내외 방산 전시회를 통해 K151을 공개했다. 이후 2017년 본격 양산에 돌입하면서 차세대 한국군 소형전술차 체계를 구축했다.
K151은 ‘단축형’(K151 계열)과 ‘장축형’(K351 계열)으로 구분되는 모듈형 플랫폼을 적용해 임무별 운용 효율을 높였다. 4인승·8인승 지휘차량을 비롯해 기갑수색차, 관측반 차량, 정비밴, 캡샤시 등 다양한 파생형으로 개발돼 전장 환경과 임무에 맞춘 운용이 가능하다. 단축형은 지휘·수색·정찰 차량 등에 운용되며 장축형은 카고·정비 차량 등 대량 수송 임무에 활용된다.
특히 전투 임무에 적합한 단축형 방탄 모델의 경우 소총탄은 물론 개인용 수류탄 파편까지 견딜 수 있는 수준의 방호 성능을 갖췄다. 또 런플랫 타이어(run-flat tire)를 적용해 타이어가 파손돼도 시속 48㎞로 주행할 수 있어 긴급 상황에서 생존성과 기동성을 높였다. 여기에 사륜구동 시스템과 독립식 서스펜션, 전자식 타이어 공기압 조절장치(CTIS) 등 험로 주행에 특화된 설계와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지형에서도 기동성 유지가 가능하다. 자동변속기와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등 편의 장비도 갖춰 운용 효율성을 높였다.
험비보다 빠르고 가볍다
K151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표준 규격인 ‘STANAG(Standardization Agreement)’ 기반 방호체계를 적용할 수 있어 해외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춘 차량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군의 대표 전술차량인 험비 계열 M1151과 자주 비교되는데, 최신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기동성과 운용 효율 측면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K151은 최고출력 225마력의 3L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시속 130㎞의 성능을 발휘한다. 60% 경사로(약 31도) 등판능력과 높은 지상고를 바탕으로 우수한 험지 돌파 능력도 갖췄다.
반면 M1151은 190마력급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구형 플랫폼 기반 차량으로 최고속도와 기동성 면에서 K151보다 뒤처진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M1151이 장기간 실전 운용 과정에서 장갑과 각종 장비가 추가되며 차체 중량이 늘어난 반면 K151은 경량화와 방호력, 기동성 간 균형을 고려해 설계된 만큼 빠른 기동성과 다목적 운용 능력을 동시에 확보한 차세대 소형전술차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격 경쟁력 역시 K151의 강점이다. K151은 기본형 기준 약 7000만 원, 방탄형 기준 약 1억 5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 M1151 등 동급 차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는 평가다.
대표적인 수출국은 폴란드다. 현대차·기아는 2023년 폴란드와 K151 계열 차량 400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약 4000억 원 규모다.
특히 폴란드 수출 과정에서는 까다로운 방탄 성능 평가도 통과했다. 차량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각도를 바꿔가며 360도 방향에서 소총탄 수백 발을 발사하는 이른바 ‘턴테이블 평가’가 진행됐다. 실제 시험에서 총 480발 가운데 단 3발만 실내로 관통해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폴란드는 K151 기반 한국형 소형전술차량을 차세대 표준 전술차량으로 선정하고 현지 생산 기반 구축도 함께 진행 중이다.
백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