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최고가격 조정 주기 4주로 확대 ▶ 농가·고용·시설채소까지 현장 지원 강화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물가,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민생과 산업 현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응을 확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월 26일 ‘제23회 국무회의 겸 제10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중동 전쟁 관련 비상국정운영 및 대응현황을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 활성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유류세 추가 인하 여력, 원유 비축 물량 등을 꼼꼼히 점검하며 중동발 위기가 국민 생활과 경제 전반으로 번지지 않도록 대응을 주문했다.
유가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5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6월 이후에도 휘발유는 15%, 경유는 25%의 인하율을 유지한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당 122원, 경유는 145원 수준의 인하 효과가 이어진다. 특히 산업과 물류에 필수적인 경유의 인하폭을 더 높게 적용해 운송비와 생산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농업용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102억 원 우선 지급
석유 최고가격도 동결됐다. 산업통상부는 5월 22일 0시부터 적용되는 6차 석유 최고가격을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정했다. 이는 3·4·5차 최고가격과 같은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 요인이 남아 있지만 석유가격 인상이 물가와 민생에 주는 부담이 큰 만큼 정부는 가격 안정을 우선한 것이다. 다만 국내 주유소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중동 전쟁이 교착 상태를 보임에 따라 최고가격 조정 주기는 기존 2주에서 4주로 늘렸다.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되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 등 상황 변화가 생기면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농가 지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농업용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623억 원 가운데 3·4월분 신청액 102억 원을 5월 27일부터 28일까지 21만 개 농업경영체에 우선 지급했다. 지원 대상은 트랙터·경운기·콤바인 등에 쓰는 경유와 원예시설농가 난방용 등유·중유·부생연료유·난방용 LPG 등이다. 보조금은 기준가격 대비 인상액의 70%를 지원단가 한도 안에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아직 신청하지 못한 농업경영체도 10월 31일까지 지역농협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3월부터 면세유를 구입했다면 소급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고유가가 농산물 생산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술 지원도 병행한다. 농촌진흥청은 시설채소 농가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 기술을 활용한 안정 생산 지원에 나섰다. 시설재배는 난방과 환기, 냉방 등 에너지 사용 비중이 큰 분야로, 유가가 오르면 생산비가 상승하고 이는 농가 경영과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 절감 기술 보급과 현장 지원을 통해 농가 부담을 줄이고 여름철 시설채소 생산 안정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플라스틱·섬유업계 피해 상황 점검
산업 현장의 고용 불안에 대한 대응도 강화된다. 고용노동부는 5월 21일 플라스틱·섬유업계와 함께 제8차 비상고용노동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업종별 피해 상황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플라스틱 산업은 합성수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섬유 산업은 원료가격 상승과 중동 수출 감소, 해상운임 등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업체 비중이 높은 업종 특성상 원가 부담이 고용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확대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검토, 청년 구직자 유입 지원 등을 통해 고용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유류세, 석유 최고가격, 농업용 면세유 지원, 고용 대책, 농업기술 지원을 함께 추진하는 이유는 중동 전쟁의 충격이 특정 분야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주유비와 난방비뿐 아니라 물류비, 농가 경영비, 제조업 원가, 고용 여건까지 영향을 미친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역시 플라스틱·섬유 같은 제조업의 수익성을 악화하고 농업용 연료비 상승은 장바구니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유가와 환율, 물가, 원자재 가격, 고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며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민생 부담을 낮추고 산업 현장의 충격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위기의 파급 경로마다 대응책을 마련해 국민 생활 안정을 지켜나간다는 방침이다.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