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에 일어나 챙기는 게 하나 더 늘었다. 인터넷으로 서울 날씨와 부모님 거주지 날씨를 비교하는 일이다. 거리상 아주 멀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날씨가 다를 때가 있다. 지난번에도 서울은 흐리기만 했는데 부모님 계신 지역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급변하는 날씨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해가 갈수록 부모님 건강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걱정이 더 크다. 아직 5월 중순인데 벌써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있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잠깐 나갔다가 '벌써 이런데 한여름엔 어쩌나' 하는 걱정이 덜컥 앞섰다. 지난해 여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9.7일에 달했고, 온열질환자도 4400명을 넘었다. 기상청 역시 올 4월 발표한 3개월 전망을 통해 올해 5~7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올여름 폭염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더구나 아버지의 출퇴근길이 늘 마음에 걸린다. 연세가 드신 데다 고혈압까지 있으시니 폭염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늘 아버지는 "더워도 다 견딜 만하다"라고 말씀하지만, 자식인데 어디 그럴 수가 있을까.
곳곳에 있는 무더위쉼터 (본인 촬영)
나이가 들면 땀샘이 감소해 땀 배출이 적어지고 체온 조절 기능이나 더위를 인지하는 능력 자체가 떨어져 온열질환에 훨씬 취약해진다고 한다. 더군다나 만성질환이 있다면 더위 때문에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까이 살면 매일 살피며 챙겨드릴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니 늘 마음만 무거웠다.
그런 즈음 기상청에서 반가운 소식을 알게 됐다. '폭염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라는 제도다. 딱 나와 부모님에게 필요한 서비스였다. 원하는 지역을 설정해 두면 기상청이 해당 지역의 폭염 영향 예보를 카카오톡으로 직접 보내주는 방식이다. 일반 날씨 예보와 무엇이 다른가 싶어 살펴보니 내용이 훨씬 상세했다. 폭염이 미칠 사회·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위험 수준을 4단계(관심-주의-경고-위험)로 나누고 단계별 대응 요령은 물론 보건·복지·농축산 등 6개 분야의 구체적인 행동 요령까지 짚어준다.
무엇보다 이 서비스가 나처럼 '떨어져 있는 가족'을 둔 자녀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자녀가 부모님 지역의 폭염 예보를 미리 받아 전화로 안부를 묻고 외출 일정을 조정하거나, 동행할 수 있도록 돕는 취지다. 기상청은 이 서비스를 지난 2022년부터 시범 운영해 왔는데 지난해 이용자 만족도가 무려 88.4%에 달했다고 하니 신뢰가 갔다.
'폭염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는 5월 22일까지 '기상청(www.kma.go.kr)' 누리집이나 홍보 포스터의 정보무늬(QR코드)로 신청할 수 있으며 6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선정되면 더위가 한풀 꺾일 9월 30일까지 영향예보를 받을 수 있다. 혹 선정되지 못할 수도 있다지만 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바로 정보무늬로 접속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화면에 뜬 완료 메시지를 보고 나니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낸 기분이었다.
정보무늬로 '폭염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를 신청했다. (질병관리청)
서비스를 신청하고 나니 뭔가 더 챙길 수 있는 게 없을까 싶은 생각이 이어졌다. 그렇게 폭염과 관련해 검색하다가 마침 5월 17일이 '세계 고혈압의 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질병관리청은 고혈압의 날을 기념해 '고혈압 예방관리 6대 수칙'을 발표하고 대한고혈압학회와 함께 오는 7월 31일까지 혈압 측정 캠페인인 'K-MMM26'을 진행한다.
혈압을 종종 재보고 변화를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본인 촬영)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처럼 초기 증상이 거의 없지만, 방치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신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더위 속에서 체온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심장과 혈관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폭염이 더더욱 치명적이다.
고혈압 예방을 위해 국물은 가능한 다 마시지 않도록 하자. (본인 촬영)
질병관리청이 제시한 6대 수칙을 살펴봤다. 수칙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는 동안 부모님과 함께 해볼 수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첫째는 적정 체중 유지다. BMI 25 이하를 유지하고 허리둘레를 남성 90cm 이하, 여성 85cm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으로 일주일에 5일, 하루 30분 이상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거나 일주일에 3일 이상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예방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본인 촬영)
셋째는 나트륨 섭취 줄이기다. 하루 소금 섭취량을 6g 수준으로 제한하면 혈압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부모님 세대는 오랫동안 짠 음식이나 장류에 익숙하셔서 이 부분에 가장 신경 써드려야 할 듯싶다. 외식할 때 국물을 남기고 가공식품을 줄이며, 조리할 때 소금 대신 천연 양념을 활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넷째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이다. 붉은 고기를 줄이고 채소, 생과일, 생선, 견과류, 저지방 유제품 위주로 섭취해야 한다. 다섯째는 금연과 절주, 스트레스 관리이며 여섯째는 정기적인 검진이다.
부모님 댁 냉장고 앞에 붙일 고혈압 6대 수칙을 적었다. (본인 촬영)
사실 이 수칙들은 평소에도 늘 듣던 얘기지만 막상 엄격하게 실천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 기상청에서 폭염 알림을 받게 된다면 나부터 이 수칙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부모님께 한층 더 구체적으로 건강관리를 당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질병관리청은 고혈압 예방을 위해 신선한 채소를 많이 먹는 걸 권고하고 있다. (본인 촬영)
6월 1일부터 폭염 영향예보를 받으면 폭염에 주의할 점을 알려드릴 생각이다. 동시에 부모님의 식생활도 원격으로나마 함께 챙기기로 했다. 고혈압 식단 수칙을 참고해 신선한 제철 채소를 주문해 보내드리거나, 저염식 레시피를 공유할 계획이다. 이번 기회에 6대 수칙을 큼직하게 프린트해서 부모님 냉장고 앞에 붙여드릴 생각으로 따로 메모해 뒀다.
부모님 댁 근처 은행 등 주변 무더위 쉼터를 알려드려야겠다. (본인 촬영)
여기에 행정안전부의 올해 폭염 대책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정부는 올해부터 체감온도 38℃ 이상의 극심한 더위에 '폭염중대경보'를 새로 도입하고, 폭염대피소를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민간 시설까지 확대하며, 상황에 따라 운영시간도 연장한다고 한다. 부모님 댁 근처에 폭염대피소로 지정된 편의점이나 은행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 확인해두었다가 꼭 상세히 알려드려야겠다.
아울러 질병관리청의 'K-MMM26' 캠페인에도 동참할 생각이다. 7월 31일까지 진행되는 혈압 측정 캠페인 기간 부모님 지역 보건소 등에서 열릴 고혈압 측정 검사나 교육을 눈여겨보려고 한다.
(좌) 고혈압의 날을 맞아 가정 혈압 측정을 권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우) '폭염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 신청 서비스 알림 포스터 (기상청)
지금까지는 매일 날씨를 비교하며 안부만 물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부모님을 훨씬 세심하게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기상청의 폭염 알림 서비스와 질병관리청의 고혈압 예방 수칙, 행안부의 대피 인프라를 활용해 떨어져 있어도 꼼꼼하게 부모님의 건강을 살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폭염 영향예보 직접 전달 서비스' 신청은 오는 5월 22일까지다. 멀리 계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혹은 주변에 홀로 계시는 어르신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신청해 보길 추천한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큼은 더 가까이서 부모님을 보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올여름 우리 부모님은 물론, 같은 걱정을 안고 있는 모든 가족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보도자료)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고혈압 예방관리, 6대 수칙과 함께하세요.(5.15.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