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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공장으로 가는 길…'다크팩토리 전환' 3단계 로드맵

다크팩토리'는 어느 날 갑자기 도래하는 것이 아니다. 전환은 단계적이어야 하며, 단계마다 다른 조건과 정책이 필요하다…각 단계의 데이터가 다음 단계의 AI를 키우는 선순환이 작동해야 진정한 자율 제조가 가능하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 조명을 켤 필요조차 없는 공장" 산업통상부 장관이 직접 언급한 이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금 글로벌 제조 경쟁의 판이 근본부터 바뀌고 있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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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팩토리'는 어느 날 갑자기 도래하는 것이 아니다. 전환은 단계적이어야 하며, 단계마다 다른 조건과 정책이 필요하다…각 단계의 데이터가 다음 단계의 AI를 키우는 선순환이 작동해야 진정한 자율 제조가 가능하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장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 조명을 켤 필요조차 없는 공장"

산업통상부 장관이 직접 언급한 이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금 글로벌 제조 경쟁의 판이 근본부터 바뀌고 있다는 선언이다.

중국 일부 선도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고도 자동화 제조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샤오미의 경우 연간 1000만 대 규모의 스마트폰 생산능력을 갖춘 '다크팩토리'를 운영하면서 차세대 무인화 제조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글로벌 '다크팩토리' 시장이 2030년 약 27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재명 정부가 30대 선도프로젝트에서 '피지컬AI 1등 국가'를 목표로 내세우고, 산업부가 2026년 제조 AI 전환(M.AX)에 1조 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이 흐름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로보월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람객의 주문에 팝콘을 담고 있다. 2025.11.5.(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런데 '다크팩토리'는 어느 날 갑자기 도래하는 것이 아니다. 전환은 단계적이어야 하며, 단계마다 다른 조건과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1단계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다. 현재 국내에는 정부 지원을 통해 구축된 스마트팩토리가 3만여 개에 달하지만 그 상당수는 단순 센서 부착이나 데이터 수집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단계의 핵심은 공장 내 모든 설비와 공정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이다.

산업부는 이달 들어 디지털 트윈을 M.AX의 핵심 솔루션으로 공식 채택하고 국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이차전지 분야 선도 기업의 디지털 트윈 실증 결과, 신규 설비의 생산 속도가 50% 이상 향상되고 투자비와 라인 면적이 절반 수준으로 절감됐으며, 하나의 설비에서 다양한 규격의 제품을 생산하는 유연성까지 확보됐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매뉴팩처링-X(Manufacturing-X) 플랫폼 표준모델'과 13개 AX 실증 산업단지 조성이 이 단계의 국가 인프라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가상 공간에 복제해 AI가 수천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정을 학습하도록 돕는다. 이른바 '심투리얼(Sim-to-Real)' 전략이다. 그러나 가상 세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뮬레이션 자체가 현실의 물리적 조건—재료의 마찰력, 부품의 유연성, 공정의 불규칙성—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결국 디지털 트윈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피지컬 AI 모델이 시뮬레이션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것도, 실제 현장의 행동 데이터가 기초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트윈은 데이터를 증폭하는 기술이지, 데이터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2단계는 협동로봇과 피지컬 AI의 현장 실증이다. 디지털 기반이 갖춰진 공장에 협동로봇(Cobot)과 자율이동로봇(AMR)을 투입해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M.AX 얼라이언스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1500여 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이 민관 협력체는 대기업의 AI 솔루션을 중소 협력사로 확산하는 통로이자, 현장 실증 데이터를 쌍는 플랫폼이 된다.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 보급, 최대 5000억 원 규모의 M.AX 산업대전환 혁신펀드도 이 단계를 위한 투자 마중물이다.

3단계가 비로소 '다크팩토리', 즉 피지컬 AI 자율 공장이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공정을 재구성하며 사람의 개입 없이도 24시간 생산을 지속하는 체계다. 1, 2단계에서 디지털 트윈과 협동로봇이 생성한 공정 데이터가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 학습에 투입될 때, 비로소 스스로 배우는 공장이 완성된다. 각 단계의 데이터가 다음 단계의 AI를 키우는 선순환이 작동해야 진정한 자율 제조가 가능하다.

이 로드맵에는 반드시 함께 설계돼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노동 전환의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생산연령인구는 전년보다 20만 명 감소했으며, 이 감소세는 앞으로 10년간 매년 25만 명씩 이어질 전망이다. 제조 현장의 인력 감소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피지컬 AI는 남은 숙련 노동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생산성을 방어할 필수적인 조력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파트너십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술 도입의 속도만큼 직무 전환의 속도도 함께 설계돼야 한다. 현장 기능인을 '로봇 매니저'로, 설비 관리자를 'AI 오케스트레이터'로 성장시키는 재교육 체계를 3단계 로드맵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스마트팩토리에서 협동로봇으로, 다시 자율 공장으로 가는 여정은 기계가 사람을 밀어내는 과정이 아니라 노동자의 역할을 더 안전하고 가치 있는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자동화로 공장의 물리적 조명은 꺼질지라도 그 시스템을 지휘하는 노동자의 가치는 더욱 빛나는 산업 혁신,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장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KIST AI·로봇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로봇 분야 연구를 수행하며 국가 과학기술 전략 수립과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다. 인공지능 기반 영상인식, 선별 및 전역 관제 등 다양한 AI 분야에서 다수의 원천기술을 개발해 산업 및 공공 영역에 확산시켰다.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했고, 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과 KIST 미래재단 석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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