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오는 6월 4일이면 꼭 1년이 된다. 지난 1년 사이 여러 분야에서 정책 변화가 이어졌지만, 그중에서도 기자가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본 것은 올해 4월 1일부터 매주 수요일로 확대 시행된 '문화가 있는 날' 정책이다. '매주 수요일은 문화요일'이라는 표어로도 친숙한 그 제도다.
기존에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 하루만 운영돼 평일 일정과 맞추기 쉽지 않았다. 그날을 놓치면 다음 한 달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매주 수요일로 확대된 뒤로는 사정이 달라졌다. 평일 저녁이라도 부담 없이 전시와 공연을 찾을 수 있게 됐고, 평소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은 기자 역시 미술관과 공연장을 찾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여기에 5월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기에 더없이 좋은 달이기도 하다. 매년 5월 18일 '세계 박물관의 날'을 맞아 한 달간 전국에서 진행되는 '박물관·미술관 주간'(이하 박미주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전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일제히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일종의 '문화 성수기'다.
하지만 주변에 물어보면 문화요일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매주 수요일로 확대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박미주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책과 행사는 국민이 알고 활용할 때 비로소 일상 속 체감으로 이어진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문화요일 확대와 박미주간의 의미를 짚어보고, 박미주간이 한창인 5월의 어느 수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직접 찾아가 문화 혜택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매주 수요일이 '문화요일',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나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정해진 하루, 영화관,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 전국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로 또는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14년 1월 도입돼 올해로 12년째를 맞은 대표적인 문화 향유 정책이다. 시행 첫해 28.4%에 머물던 국민 참여율은 10년이 지난 2024년 66.3%까지 올랐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올해 3월 3일 국무회의에서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한정돼 있던 이 제도를 매주 수요일로 확대하는 내용의 문화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 달 뒤인 4월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 첫날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국악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 50여 명이 참여하는 깜짝 기념 공연이 열렸다.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행사일'이었던 제도가 일주일에 한 번의 '생활 리듬'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단순히 횟수가 늘어났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운영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 정부가 모든 혜택을 일괄적으로 매주 똑같이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참여 시설이 각자의 여건과 특색에 맞춰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방식이다. 일회성 지원을 늘리기보다 현장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둔 구조 전환이라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매주 수요일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시설별로 다르다. 국공립 박물관 일부는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개방하고, 공연계에서는 그날 남은 좌석을 할인된 값에 내놓기도 한다. 대중적 관심이 가장 큰 영화관은 별도의 변화를 알렸다. CGV·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매달 한 차례뿐이던 할인일을 두 차례로 늘렸다. 매달 두 번째 수요일과 마지막 수요일, 오후 5시부터 9시 사이에 상영을 시작하는 영화에 한해 성인은 1만 원, 청소년은 8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수요일이 곧 영화 할인의 날은 아니지만, 1년 단위로 보면 혜택받을 수 있는 기회가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인문학 강연이나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으로 관람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시설도 있다. 단순한 가격 할인을 넘어 '생활 밀착형 문화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방향성이 이런 사례들에서 드러난다.
◆ 5월은 '박미주간', 한 달간 이어지는 뮤지엄 축제
문화요일이 매주 수요일을 채워준다면, 5월에는 또 하나의 큰 흐름이 한 달을 통째로 끌고 간다. 박미주간이다. 박미주간은 매년 5월 18일 '세계 박물관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뮤지엄 축제다. 문체부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한다. 2012년 첫 회를 연 이래 올해로 15회째 맞이하는 행사로, 박물관과 미술관이 지닌 사회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시민과 나누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매년 5월 한 달간 진행되는 대형 행사이고, 지난해에는 130만여 명이 다녀갈 만큼 시민 호응이 높다. 올해 전국 313개 박물관과 미술관이 참여하며 주제는 'Museums Uniting a Divided World(분열된 세상을 하나로 잇는 박물관)'다. 갈라진 시대 속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이 세대·계층·지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갈래로 구성된다. '뮤지엄×즐기다', '뮤지엄×거닐다', '뮤지엄×만나다'다. 가장 큰 축인 '뮤지엄×즐기다'는 특별전시와 교육·체험·공연 등을 묶은 사업으로, 올해는 전국 18개 기관이 16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뮤지엄×거닐다'는 전문 해설사와 함께 지역의 박물관·미술관과 인근 문화 명소를 둘러보는 로컬 뮤지엄 투어 프로그램이다. 기존 경주·제주 코스에 올해 공주와 서울이 새로 합류해 4개 지역에서 총 12회차로 운영된다. '뮤지엄×만나다'는 전국 50개 관의 대표 소장품 50점을 소개하며 문화유산의 가치를 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 수요일 저녁, 0원으로 만나보는 데이미언 허스트전
필자는 문화요일 확대와 5월 한 달간 진행되는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직접 체감해 보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향했다. 방문 전 '국립현대미술관(www.mmca.go.kr)' 누리집에서 관람할 만한 특별전이 있는지 살펴봤다. 여러 전시 가운데 눈에 들어온 것은 영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특별전이었다.
데이미언 허스트 특별전 예약은 어렵지 않았다.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 접속하면 사진처럼 데이미언 허스트전 '전시 예약 바로가기'가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
이를 클릭하면 '온라인 판매' 화면으로 이동하고, 해당 항목을 선택하면 관람 날짜와 시간을 고를 수 있다.
데이미언 허스트전 관람 날짜, 시간 선택 화면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
필자는 문화요일 확대에 따른 야간 개장 시간대의 분위기를 확인해 보고자 수요일 저녁 시간대(18시-19시)를 선택했다. 데이미언 허스트 전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20시까지 야간 개장을 운영해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관람 날짜와 시간대를 선택하면 결제 화면으로 이동한다.
관람 날짜와 시간대를 선택한 뒤 나타나는 결제 화면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
결제 과정에서 문화요일 확대의 효과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만 전 시간대 무료 관람이 가능했고, 그 밖의 수요일에는 야간 개장 시간대를 제외하면 유료 관람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문화요일이 확대되면서 필자가 방문하려던 셋째 주 수요일도 전 시간대가 무료로 안내됐다. 필자가 선택한 18~19시 시간대 역시 결제 금액이 0원으로 표시됐다. 더불어 5월은 박물관·미술관 주간이 진행되는 기간이어서, 수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도 모든 시간대가 무료 관람으로 표시돼 있었다. 구매하려는 표의 매수를 선택한 뒤 '다음'을 누르면, 총결제 예정 금액을 확인하고 예매를 확정할 수 있는 창이 나타난다.
예매 확정 창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
이후 '예매 확정'을 누르면 예약이 완료됐다는 안내 창이 뜨고, 동시에 사진에서처럼 카카오톡으로 정보무늬(QR코드)가 전송된다. 관람 당일에는 해당 정보무늬를 입장 시 제시하면 된다.
카카오톡 예매 알림
◆ 야간 개장 속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의 전시
당일 저녁 방문해 보니, 많은 사람이 미술관을 찾고 있었다. 문화요일 확대의 취지가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야간 개장 덕분에 시민들이 늦은 시간까지 문화요일을 즐기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미술관 지하에서는 19시부터 시작되는 합창 공연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더 많은 시민이 야간 개장 시간대에 미술관을 찾을 수 있도록 공연 시간을 19시에 맞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야간 개장 시간대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8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많은 시민들이 미술관을 찾고 있었다. (본인 촬영)
6시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전시장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고, 입구에 비치된 신문 형식의 전시 브로슈어를 하나둘 챙겨 들었다. 필자도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전시전 브로슈어 (본인 촬영)
그리고 시간이 되자, 미리 카카오톡으로 받은 정보무늬를 찍고 입장하기 시작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데이미언 허스트가 예술을 하게 된 과정에 따라 작품이 전시됐다. 간략한 설명과 함께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서 나와 같은 현대 미술을 처음 접하거나 문외한이고 작품만으로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작품 설명 (본인 촬영)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박제된 상어 작품이었다. 작품의 제목은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서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으로, 데이미언 허스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거대한 상어가 유리 탱크 안에 멈춰 있는 모습은 보는 순간 시선을 압도했다. 이미 죽은 존재임에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눈앞에 놓여 있어, 죽음이 멀리 있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현실처럼 느껴졌다. 작품 앞에 서 있는 동안 묘한 불편함과 동시에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들었고, 전시를 보고 난 뒤에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서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본인 촬영)
전시를 보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결국 삶과 죽음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었던 것 같다. 화려한 색채와 강렬한 이미지 속에서도 작품들은 계속해서 생명, 죽음, 욕망, 불안 같은 주제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전시를 보고 나니 단순히 독특한 현대 미술을 감상했다기보다, 우리가 평소 외면하고 지내는 죽음과 삶의 의미를 한 번쯤 정면으로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전시장 벽에 적혀 있던 "모든 것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 그렇지 않은가?"라는 문장 역시, 허스트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던지고자 한 질문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전시장 벽에 적힌 문구. 작가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본인 촬영)
◆ 일상 속 문화 향유로 이어지는 문화요일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방문해 보며, 문화요일 확대가 단순한 할인 혜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평일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도 수요일 저녁 야간 개장을 활용해 미술관을 찾을 수 있었고, 실제 현장에서도 늦은 시간까지 전시와 공연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문화가 특정한 날이나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활동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문화요일 확대와 박물관·미술관 주간이 함께 맞물린 5월은 시민들이 문화시설을 더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무료 관람 혜택을 확인하고, 실제로 정보무늬만 제시해 전시에 입장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편했다. 정책이 복잡하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고,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알지 못하면 그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필자의 친구와 지인중에도 문화요일이 매주 수요일로 확대됐다는 사실이나, 박물관·미술관 주간이 5월 한 달간 진행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좋은 정책이 마련돼 있음에도 이를 알지 못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국 정책의 의미는 제도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그 내용을 알고 실제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을 때 더욱 분명해진다.
앞으로도 문화요일 확대가 일회성 변화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 기관과 혜택, 예약 방법, 무료 관람 시간대 등을 더 쉽고 친절하게 알리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매주 수요일이 단순한 평일 중 하루가 아니라, 일상에서 문화를 만나는 자연스러운 시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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