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농촌에서 태어나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본가가 농촌이다 보니, 농사일은 자연스럽게 익숙했고,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 역시 직접 보고 자란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농번기만 되면 부모님은 "요즘은 사람 구하는 게 제일 힘들다"라는 말씀을 가장 자주 하시곤 했다.
봄날 모내기를 하시는 아버지 (본인 촬영) 본가 수박 하우스 (본인 촬영)
어릴 때만 해도 마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손이 오갔다. 누가 바쁘면 서로 도와주고, 일이 생기면 금방 사람이 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인구가 줄어든 지역에서는 단기 인력조차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농촌에서 일해 보고 싶어도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몰라 시작조차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결국 '일할 사람은 없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정보를 찾지 못하는' 어긋난 구조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농업 일자리 플랫폼 (농림축산식품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을 통해 '농업 일자리 플랫폼'을 도입했다.
◆ 국민 제안에서 시작된 변화 국민신문고 앱
이번 정책은 정부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제안을 바탕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알바몬은 카페, 음식점, 물류 등 비농업 분야 중심의 일자리 정보를 제공해 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농업 분야까지 확장되면서 청년, 도시민,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사람들까지 보다 쉽게 농업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미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정보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 '농촌 일자리', 어떻게 달라지나 충주 농촌인력중개센터 현황 (본인 제작)
이번 플랫폼은 단순히 공고를 올리는 구조가 아니라 기존 농촌 인력 중개 시스템과 연결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농가는 지역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코드를 발급받은 뒤 작업 내용, 근무 시간, 급여, 교통편 등 조건을 입력해 구인 공고를 등록할 수 있다.
실제 알바몬 앱 화면
구직자는 알바몬 앱이나 웹을 통해 해당 공고를 확인하고 바로 지원할 수 있다. 즉,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농촌 일자리 정보가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
이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농업에 종사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업에 종사하시는 어머님 인터뷰 (본인 제작)
인터뷰를 통해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던 점은 농촌 인력 문제는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지만, 동시에 새로운 방식에 대한 기대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단순 작업이나 체력이 필요한 일의 경우, 기존처럼 지인이나 용역업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플랫폼을 통해 젊은 인력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다만 수박이나 멜론 접목처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은 여전히 전문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 특성상 플랫폼 활용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즉,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일부 영역에서는 충분히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 '연결'이 만드는 새로운 기회
그동안 농촌 일자리는 소개나 지인을 통해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구조에서는 정보를 아는 사람만 접근할 수 있고, 외부 인력이 유입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누구나 정보를 확인하고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농업을 경험해 보고 싶은 청년이나 단기 일자리를 찾는 도시민에게는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더해 농촌 현장에서 체감되는 또 하나의 변화는 외국인 학생들의 참여 가능성이다. 본가 주변만 해도 인근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이 방학이나 주말을 활용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농촌 일자리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플랫폼을 통해 정보가 연결되면, 일손이 필요한 농촌과 일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 사이의 간극이 자연스럽게 좁혀질 수 있다.
◆ 정책의 기대와 남은 과제 고구마 수확을 하시는 아버지 (본인 촬영)
이번 정책을 통해 농촌 인력 부족 완화, 청년 및 귀농 희망자 기회 확대, 일자리 정보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한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나 고령화가 심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결국 이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현장의 특성과 농촌 구조를 반영한 보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농업 일자리 플랫폼'은 사람을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과 일을 연결하는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에 가깝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이런 변화가 쌓인다면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농촌'과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하는 사람' 사이의 간격은 조금씩 좁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체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 (보도자료) 농업 일자리, 이제 알바몬에서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