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출범 1년의 경제 성적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반등의 1년’이다. 물론 이 반등을 전적으로 정부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반도체 경기의 회복, 인공지능(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교역조건 개선, 세계 금융시장의 위험선호 회복 등 외부 여건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정부가 경기 저점에서 어떤 정책을 선택했고 그 결과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따져보면 지난 1년은 분명한 전환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증시가 이끈 회복
첫째 성과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민생·경기 대응이다. 출범 직후 편성된 추경은 경기 부진과 소비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응급처방이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직접적인 소비 진작책은 논쟁의 여지가 있었지만 당시처럼 내수의 활력이 약해진 국면에서는 재정이 경기의 완충장치로 작동할 필요가 있었다.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자영업자의 매출을 43% 추가로 올렸다. 이어 중동 전쟁과 유가 불안에 대응한 ‘전쟁추경’은 외부 충격이 서민 물가와 기업 비용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파제 역할을 했다. 재정은 평상시에는 절제돼야 하지만 위기 국면에서는 제때 쓰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둘째, 수출 회복의 중심에 반도체가 다시 섰다. 2026년 4월 ICT 수출은 427억 달러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400억 달러 이상을 넘어섰다. 특히 AI 서버 수요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 D램, 낸드 수요 회복은 한국 제조업의 회복세를 이끌었다. 반도체 호황은 특정 기업의 실적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장비, 소재, 부품, 물류, 전력, 건설, 금융까지 연쇄 효과를 낳는다. 한국 경제가 여전히 세계 기술 사이클의 한복판에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준 대목이다.
셋째, 성장률의 반등이다.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했다. 4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렀던 흐름과 비교하면 분명한 반전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실질 국내총소득, 즉 GDI의 증가다. 같은 기간 GDI는 전기 대비 7.5%,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었다. GDP가 생산의 양을 보여준다면 GDI는 그 생산이 실제 구매력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성장률보다 소득지표가 더 빠르게 개선됐다는 것은 교역조건 개선과 수출단가 상승이 국민경제의 체감 여건을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넷째, 자본시장의 재평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경제의 오래된 숙제였다. 기업은 이익을 내지만 주주는 그 성과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했고,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소극적인 배당·자사주 정책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고착화했다. 이재명정부 1년 동안 자본시장 활성화, 기업가치 제고, 주주 친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증시도 이를 빠르게 반영했다.
이제 주가는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기업 실적 개선과 제도 개혁 기대가 함께 이끄는 흐름에 가깝다. 코스피가 8000을 넘어 9000선을 바라보는 것도 이러한 재평가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최근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높은 관심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렸던 자금의 일부를 자본시장과 첨단산업 투자로 돌리려는 시도는 그 방향 자체로 의미가 있다.
숫자의 반등을 체감의 회복으로
다섯째, 물가 관리다. 2026년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2%대 물가로 안정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중동 전쟁과 유가 불안, 환율 변동을 감안하면 물가 폭등을 막고 3%대 초반에서 관리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특히 유류비와 에너지 가격 충격은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을 준다. 정부가 가격 안정 대책과 재정 지원을 병행한 것은 민생 경제의 급격한 악화를 막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단기 억제보다 구조적 물가 안정이다. 에너지 효율, 유통구조, 농축산물 수급 관리가 함께 개선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다.
여섯째, 세입 기반 회복이다.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은 곧바로 재정 여력으로 연결된다. 정부는 2026년 국세수입이 2025년 실적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수 회복은 단순히 나라 곳간이 다시 채워진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세입이 회복돼야 민생 지원, 산업 투자, 지방 균형발전, 복지 지출을 지속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세수결손을 경험한 뒤의 세입 회복은 재정운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조건이다.
일곱째, 지출 구조조정과 재정 정보 공개 확대다. 확장재정을 쓰면서도 동시에 저성과 사업을 정리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정의 역할을 키운다고 해서 모든 지출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극재정일수록 어디에 돈을 쓰고, 어떤 사업을 줄이며,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는지가 더 투명해야 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과 국민참여 예산, 재정정보 공개 확대는 재정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앞으로는 구조조정의 구체적 기준과 감액 사업의 평가 근거까지 더 공개돼야 한다.
결국 지난 1년의 성과는 민생을 떠받치는 재정,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 성장률과 소득지표의 반등, 자본시장 재평가, 물가 관리, 세입 회복, 재정개혁의 병행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과가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반도체 호황이 꺾일 때도 버틸 수 있는 산업 포트폴리오, 증시 상승이 일부 자산가의 이익에 그치지 않는 포용적 자본시장, 일시적 세입 증가에 기대지 않는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민이 느끼는 회복은 평균 성장률이 아니라 일자리, 임금, 주거비, 장바구니 물가에서 체감된다. 거시지표의 반등을 생활의 안정으로 번역하는 일이 다음 1년의 핵심 과제다. 이재명정부
1년은 한국 경제가 다시 뛰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반등을 일시적 숫자로 끝내지 않고 국민이 체감하는 회복과 미래 성장의 토대로 바꾸는 일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