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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방산·호르무즈…한국 외교의 판이 바뀌고 있다

중요한 변화는 현 정부 위험관리 외교·안보의 범위가 한반도와 동북아를 아득히 넘어섰다는 점이다…2020년대 중반 현 정부는 글로벌 외교·안보 무대에서 위험을 관리하며 공공재를 제공하는 글로벌 중견 선진국으로 한국을 재정의, 재배치하고 있다.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지금 아직도 현 정부의 외교를 '동북아 균형 외교' 정도로만 읽는다면, 지금 벌어지는 변화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중국과는 관계 악화를 억제하고 경제·기술 협력의 접점을 복원하는 한편, 일본과는 안보군사, 공급망 및 인공지능(AI)까지 협력을 확대했다. 미국과는 AI,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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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변화는 현 정부 위험관리 외교·안보의 범위가 한반도와 동북아를 아득히 넘어섰다는 점이다…2020년대 중반 현 정부는 글로벌 외교·안보 무대에서 위험을 관리하며 공공재를 제공하는 글로벌 중견 선진국으로 한국을 재정의, 재배치하고 있다.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지금 아직도 현 정부의 외교를 '동북아 균형 외교' 정도로만 읽는다면, 지금 벌어지는 변화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중국과는 관계 악화를 억제하고 경제·기술 협력의 접점을 복원하는 한편, 일본과는 안보군사, 공급망 및 인공지능(AI)까지 협력을 확대했다. 미국과는 AI, 통상, 핵잠, 전작권, 북핵 이슈 등에서 실용적으로, 공격적으로 협상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서도 절제된 관리를 지속해 왔다.

이는 미·중 경쟁의 심화 속에 혈맹인 미국의 글로벌 전략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 환경에서 한국의 생존 공간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즉, 거창한 '중재자' 역할을 통한 안정화를 시도하지 않고 추가적인 역내 불안정화를 막기 위한 위험관리 모드라고 하겠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다카이치 총리, 시진핑 주석, 즉 미·중·일 지도자 3명 모두와 환하게 웃으며 교감하는 근래 한국 외교사에서 보기 드문 모습으로 안정감을 보여줬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친 후 회원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5.11.1.(ⓒ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더 중요한 변화는 현 정부 위험관리 외교·안보의 범위가 한반도와 동북아를 아득히 넘어섰다는 점이다. 동북아 4강 사이에서의 거리조절과 대북 대응을 넘어 인도·태평양과 유럽, 대서양 그리고 그 사이의 중동을 잇는 새로운 안보 이슈들이 수렴(security convergence)하며 한국 외교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한국은 올해 3월 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관련 공동성명에 참여했다. 이란-미국(이스라엘) 전쟁을 먼 지정학 이슈가 아닌 에너지수급과 해상물류, 산업 공급망 충격, K-방위산업 생태계, 국제인권규범, 미국 글로벌 안보 전략 변화와 직결된 군사·경제·기술 안보의 핵심 이슈로 명확히 인지하고 대응한 것이다.

이제 한국 외교는 한반도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한국의 '글로벌 탑10 국가(Global Korea)'의 위상과 비중은 한국을 동북아에 웅크려 있을 수 없게 한다. 우리를 엄습하는 '피크코리아(Peak Korea)' 현상 극복을 위해서도 그렇다. 이에 한국은 프랑스, 영국, UAE,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등의 '대안 국가'와도 연합(alignment)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의 주목과 자본이 쏠리고 있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AI반도체와 소버린AI를 위한 독자적 파운데이션모델을 중심으로 한 AI 풀스택(Full Stack) 영역은 최신예 4.5세대 전투기 KF21 양산 시작과 함께 154억 달러의 수출을 넘어 연간 200억~300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글로벌 탑4~5에 진입하려는 방위산업 영역과 함께 전 세계 안보 컨버전스 현상의 중심에 한국이 서 있음을 대변한다. 만약 곧 결정될 60조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확보하면 한국은 이 컨버전스 현상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20년대 중반 현 정부는 글로벌 외교·안보 무대에서 위험을 관리하며 공공재를 제공하는 글로벌 중견 선진국으로 한국을 재정의, 재배치하고 있다. 바람직하다. 물론 다 알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실용주의적 임기응변 기조의 한계도 존재한다. 현 정부 외교의 향후 4년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읽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위기관리 전술 차원의 대응을 넘어 한국의 글로벌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일이다. 그만큼 한국 외교 전략은 세계정세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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