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중국 교환학생과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각각 1년 이상 해외에서 지낸 적이 있다. 그 시기를 떠올리면 가장 불편했던 순간 중 하나는 의외로 '한국 공공 누리집 이용'이었다. 서류를 발급받거나 로그인해야 할 때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고, 특히 국내 휴대전화 본인인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해외에서는 아예 이용이 막히기도 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당시 아메리카 갓 탤런트 녹화 현장 (본인 촬영)
중국유학 당시 같은 반 단체 사진 (본인 제공)
중국 유학 당시에는 여기에 더해 외국 앱 사용이 제한되는 환경까지 겹치면서 인증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도 있었다. 결국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계정 로그인 문제로 이어지면서 불편은 생각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2019년 브리즈번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본인 촬영)
1년 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때는 알뜰폰을 따로 개통해 가져갔으나, 현지 인증 오류로 휴대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느낀 건 해외에서는 기본적인 행정 처리조차 쉽지 않다는 현실이었다. 결국,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를 미루거나, 서류를 미리 출력해 두는 방식으로 대응해야만 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한국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많은 재외국민과 유학생이 공통으로 겪어온 불편이다.
◆ 해외에서의 인증, 왜 어려웠을까 휴대폰 인증 화면
기존 공공 누리집 이용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국내 휴대전화 인증'에 있었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국내 통신사를 통한 본인확인을 요구하다 보니, 해외 번호로는 인증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출국 전에 별도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유지하거나, 공동·금융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재외공관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반복됐다.
특히 인증서 발급 과정에서도 국내 휴대전화 인증이 필수다 보니, 해외에서는 사실상 이용 자체가 어려운 구조였다. 장기 체류 중인 유학생이나 해외 근무자들에게는 시간과 비용 모두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 재외국민 인증, 이렇게 달라졌다 외교부 누리집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재외동포청은 '재외국민 인증 서비스'를 개선했다. 가장 큰 변화는 해외 휴대전화 번호와 전자여권만으로 본인확인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재외국민 등록돼 있고, 주민등록번호와 유효한 전자여권을 보유한 경우, 국민·신한·우리·하나·토스 등 민간 금융 앱을 통해 별도의 방문 없이 인증서를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
또한 공공 누리집 이용 방식도 간소화됐다. 로그인 시 '간편인증'을 선택한 뒤 해외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발급받은 인증서를 활용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국내 휴대전화나 대면 확인 절차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 결과 정부24 등 주요 공공 서비스도 해외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 미뤄두던 행정, 이제는 '지금 바로'
이번 개선의 핵심은 '시간과 거리의 제약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행정 처리를 미루거나 추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했다면, 이제는 현지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나 역시 그 시절 이 서비스가 있었다면 서류를 미리 준비하거나 알뜰폰을 따로 개통하는 번거로움 없이 필요한 업무를 바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해외에 있어도 국내와 동일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체감도 높은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첫걸음 중국 유학 출국 날 (본인 촬영)
그동안 해외 체류 국민은 보이지 않는 불편 속에서 디지털 행정 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번 '재외국민 인증 서비스' 개선은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첫 단계에 가깝다. 아직 모든 서비스가 완전히 통합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변화가 쌓인다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감수해야 했던 불편'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시작되고 있다.
☞ (정책뉴스) 재외국민, 국내 공공 웹사이트 이용 간편해진다…인증 서비스 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