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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탄 산에 다시 심은 희망…산불 1년, 안동숲의 변화를 체감하다

지난해 봄, 경북 안동 일대를 덮쳤던 대형 산불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TV 화면 속 거센 불길과 시커먼 연기는 산 전체를 집어삼킬 듯 거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5월 4일 오전, 안동시 풍천면 어담리 449-7번지 일대의 산불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았다.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저 멀리 산등성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창 녹음으로 짙어야 할 산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멀리서도 산불 피해 흔적이 선명했다. 산불 피해가 없었던 주변 산들이 온통 초록빛으로 뒤덮인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뉴스 화면으로만 접했던 대형 산불 피해의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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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경북 안동 일대를 덮쳤던 대형 산불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TV 화면 속 거센 불길과 시커먼 연기는 산 전체를 집어삼킬 듯 거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5월 4일 오전, 안동시 풍천면 어담리 449-7번지 일대의 산불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았다.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저 멀리 산등성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창 녹음으로 짙어야 할 산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멀리서도 산불 피해 흔적이 선명했다. 산불 피해가 없었던 주변 산들이 온통 초록빛으로 뒤덮인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뉴스 화면으로만 접했던 대형 산불 피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눈앞에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안동시 풍천면 인근 도로에서 바라본 산불 피해 산림. 검게 그을린 산등성이가 지난해 대형 산불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본인 촬영)

가까이 가면 어떨까? 산비탈에 올라서자 검게 그을린 나무 사이로 어린 묘목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잎사귀가 눈에 들어왔다. 불길이 휩쓸고 간 자리에 다시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현장을 안내한 남부지방산림청 직원은 "여기가 공동산림사업 대상지로, 정부만으로는 복구 범위가 워낙 넓어서 지금 민간기업과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불탄 자리에서 시작된 변화, 어린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산불 피해 복구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작업으로 끝나지 않았다. 남부지방산림청에 따르면 복구는 산불 피해 현황 조사, 복구 기본계획 수립, 산불 피해목 벌채, 조림 복구 순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 단계는 복구 기본계획 수립이었다. 안동 지역 국유림은 사유림과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 안동시와 긴밀히 협력하며 계획을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본격적인 복구 단계에 들어섰다. 산불 피해목 벌채는 전체 계획 면적 613㏊ 가운데 약 37.5%인 230㏊를 완료했다. 남부지방산림청은 2028년까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피해목 제거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산불 피해목은 가구재와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예정이다. (본인 촬영)

현장에서 본 조림 방식은 생각보다 세밀했다. 1㏊당 2000~3000그루의 나무를 심고, 묘목 간 간격도 약 2m 내외로 유지하고 있었다. 현장 곳곳에는 가느다란 하얀 막대기가 꽂혀 있었다. 직원은 "어린 활엽수일수록 주변의 풀과 구분이 쉽지 않아서 나무 위치를 표시해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어린 묘목이 식재된 안동 조림지 전경. 표시봉을 세워 어린 활엽수 위치를 구분하고 있다. (본인 촬영)

현장을 둘러보다 보니 검게 탄 나뭇가지에 다시 잎을 틔우고 있는 활엽수들도 눈에 들어왔다. 검게 탄 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나무를 최대한 살려두고 있었다.

"예전에는 산불 피해가 생기면 나무를 다 베어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무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더디 걸려도 자생하는 나무를 그대로 두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저기 보세요. 검게 그을린 나무에서 초록색 잎이 돋아나고 있죠."

직원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봐도 믿기지 않았다. 검게 탄 나무에서 초록색 잎이 돋아나는 장면을 보니,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이번 산림 복구가 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인지하는 순간이었다. 남부지방산림청은 이번 산림 복구를 단순한 벌채보다 자연 회복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남부지방산림청과 민간기업이 함께 추진 중인 공동산림사업 '안동 한쌤숲 3호' 현장 (본인 촬영)

◆ 복구는 진행 중…숲은 '다시 만들어지는 중'

올해 안동 지역 42.3㏊ 조림이 이미 마무리된 상태다. 묘목들은 대부분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지만, 토질이 척박한 일부 지역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산림 복구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묻자, 직원은 숲의 생명력에 대해서 말했다.

"묘목이 뿌리를 내리고 새순이 올라와 잎이 무성해지는 모습을 볼 때 '숲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구나' 하고 느낍니다."

산불 피해지에 심어진 어린 묘목이 새순을 틔우고 있다. (본인 촬영)

실제로 현장에서는 검게 탄 나무 아래로 초록빛 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산불로 모든 것이 사라진 듯했던 자리에서도 다시 생명이 움트고 있었다.

산불 피해 흔적이 남아 있는 안동 산림 일대 전경. 검게 탄 산림 사이로 초록빛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본인 촬영)

복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산불은 나무뿐 아니라 토양까지 함께 파괴한다. 척박한 땅이 다시 영양분을 회복하고 묘목을 키워낼 수 있는 환경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최소 20년 이상 걸려야 예전의 울창한 숲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산불 피해지 복원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끊어졌던 생명의 시간을 다시 잇는 과정이다.

산불 피해가 있었던 나무 사이에 활엽수가 다시 잎을 틔우고 있다. 남부지방산림청은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나무는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 (본인 촬영)

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바람이 계속 거세게 불었다. "오늘 같은 날 산불이 난다면 정말 위험하겠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특히 건조한 봄철의 산불은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산불 예방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현대자동차와 트리플래닛 등이 참여한 공동산림사업 현장 모습. 민간기업과 시민단체가 함께 산불 피해 복구에 참여하고 있다. (본인 촬영)

◆ 제2의 산림녹화 운동… 숲은 복구를 넘어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이번 복구는 과거의 산림녹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빠른 녹화를 위해 사방수종 중심으로 조림했다면, 이제는 산불에 강한 활엽수와 밀원수를 함께 심으며 지역 주민의 소득까지 고려하고 있다. 사방수종(砂防樹種)은 산사태나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심는 나무 종류를 뜻하고, 밀원수(蜜源樹)는 벌이 꿀을 채취할 수 있는 꽃이 피는 나무를 뜻한다. 헛개나무, 아까시나무, 밤나무 등이 밀원수에 속한다.

현장에서는 헛개나무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 헛개나무는 밀원수 역할도 하고 지역 주민 소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꿀 생산과 연계한 양봉, 지역 관광과 축제까지 함께 연결하겠다는 산림청의 구상이다. 이것은 단순한 산림 복구에서 나아가 지역 주민의 소득 창출, 관광객 유입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조림 작업이 진행된 산비탈 모습. 산불에 강한 활엽수와 밀원수 중심으로 복원이 추진되고 있다. (본인 촬영)

남부지방산림청은 이번 산림 복구 사업을 '불끈! 희망숲'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산불의 '불'을 끄고 다시 희망을 심는다는 의미와 함께, 다시 일어선다는 의미의 '불끈'을 담고 있다. 또한 유한킴벌리, 생명의숲, 트리플래닛 등 다양한 민간기업과 단체들이 공동산림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실제로 신혼부부 110쌍이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했던 장소도 둘러볼 수 있었다. 현장 곳곳에는 참여 단체 이름이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넓은 산림 면적에 묘목을 심으려면 정부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하면서 직접 산불 피해 현장을 본 국민들이 산불 예방의 중요성을 더 체감하게 됐다는 반응이다.

산불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인 안동 산림 일대 전경. 복구 조림과 자연 회복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본인 촬영)

산림 복구 현장을 내려오는 길에는 산불 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위한 임시 주택도 볼 수 있었다. 산림 피해뿐 아니라 주거 피해도 컸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조립주택 모습. 산림 피해뿐 아니라 주거 피해도 컸음을 보여준다. (본인 촬영)

떠나기 전 안동 산비탈을 다시 돌아봤다. 어린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아직은 바람에 흔들리면서 작고 여린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산불이 앗아간 것은 과거의 숲이었다. 지금 이곳에 심어진 나무들은 미래의 숲이다. 완전한 회복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날 현장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제2의 산림녹화운동이 말해주듯 지금 숲은 다시 자라고 있었다."

☞ (보도자료) 산림청, 안동 산불 피해지에서 '제2의 산림녹화 운동' 시작을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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