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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읽고 한글과 놀아요! '가나다락-글놀이 말놀이'

올해는 한글날(가갸날)이 기념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은 '가갸날 100돌'을 기념해 '가나다락-글놀이 말놀이' 특별전을 5월 13일부터 8월 30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가나다락-글놀이 말놀이' 특별전이 열리는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 (본인 촬영) '글놀이 말놀이'라는 특별전의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배우고 익히는 문자로서의 한글을 넘어, 관람객들이 한글을 즐기고 놀면서 만날 수 있는 대상으로 느끼게끔 풀어낸 전시다. 놀이로써의 한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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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글날(가갸날)이 기념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은 '가갸날 100돌'을 기념해 '가나다락-글놀이 말놀이' 특별전을 5월 13일부터 8월 30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가나다락-글놀이 말놀이' 특별전이 열리는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 (본인 촬영)

'글놀이 말놀이'라는 특별전의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배우고 익히는 문자로서의 한글을 넘어, 관람객들이 한글을 즐기고 놀면서 만날 수 있는 대상으로 느끼게끔 풀어낸 전시다. 놀이로써의 한글이라니, 어떤 전시일지 궁금해서 국립민속박물관으로 향했다.

전시를 보고자 국립민속박물관으로 향했다. (본인 촬영)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놀이를 여는 말' 코너가 나타났다.

놀이를 시작할 때 하는 말로 관람객들을 반겨준다. (본인 촬영)

자그마한 캐릭터들이 전자 스크린 위에 나타나 '엎어라, 뒤집어라', '나랑 놀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등 우리가 놀이를 시작할 때 하는 말을 외치고 있었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본인 촬영)

박물관은 "놀이를 깨우고, 사람을 잇고 즐거움을 여는 힘은 바로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장난감이 없어도 말 한마디만으로 어디서든 자유롭게 놀이를 시작하고 펼쳐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말 자체로 놀이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새롭게 실감할 수 있었다.

'놀이로 한글 배우기' 코너에서 관람객들이 유물을 감상하고 있다. (본인 촬영)

그다음 장은 '놀이로 한글 배우기'였다. 딱딱하고 어려운 교재 대신 놀이판과 카드놀이로 언어를 배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코너였다.

음절과 함께 말놀이를 제시하고 있다. (본인 촬영)

나도 어릴 적 처음 한글을 배울 때 자음과 모음 카드로 뒤집기 놀이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글자를 익혀나갔던 기억이 떠올라 흥미로웠다. 전시장에는 '조선문연습상도', '쉽고 빠른 한글공부' 등 여러 가지 유물이 있었다.

알록달록한 그림이 가득한 놀이 카드와 문자 카드 (본인 촬영)

'조선문연습상도'의 경우, 효과적인 언어학습을 위해 제작된 교구이다. 초성과 중성으로 결합된 한글 총 91자를 익히게끔 설계된 놀이판이다. 놀이판 위에는 어떻게 놀이를 즐길 수 있는지 상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조선문연습상도 (본인 촬영)

배움과 놀이가 결합 됐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다가왔고, 한편으로는 누구든지 어렵지 않게 배움을 시도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도 느껴져서 애틋했다.

'말글 놀이 저장소'에서는 한글을 쉽고 재미있게 익혔던 배움의 놀이와 한글로 유희를 즐겼던 문화가 담긴 기록을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

먼저 1931년부터 1934년까지 전개된 '문맹퇴치운동'의 교재였던 '한글공부'를 봤다. 한글공부에 필요한 기초적인 내용과 더불어 재미있는 말인 '재담'을 함께 실은 교재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한글 공부를 위해 쓰였던 다양한 옛 교재들 (본인 촬영)

이외에도 색깔 그림이 가득한 '어린이 한글책', 동시와 그림으로 한글을 배우는 '그림 한글책' 등 다양한 교재들이 있었다. 학습자의 흥미를 위해 다양한 교구와 방법을 고민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나는 한글 공부놀이'의 그림 카드와 '읽는 카드' (본인 촬영)

눈길을 끈 건 '재미나는 한글 공부놀이'였다.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그림 카드'와, 문장이 적혀 있는 '읽는 카드'가 한 쌍을 이루는데 '읽는 카드'의 문장을 읽고 그에 맞는 '그림 카드'를 많이 주우면 이기는 것이라고 한다. 한글 공부를 두고도 다양한 놀이가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삐삐와 미니홈피를 넘어 이제는 인스타그램과 셋로그까지 (본인 촬영)

그다음 코너에서는 말글 놀이의 여정이 오늘날에는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십자말풀이부터 끝말잇기, 삐삐와 미니홈피 감성을 넘어 셋로그와 에어비엔비체까지 이어지는 한글의 다양한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한글 상회' 전시관 (본인 촬영)

'한글 상회' 전시관에서는 외래어를 소리 그대로 적는 바람에 생긴 언어의 변형을 만나볼 수 있었다. 자몽을 두고는 '잠홍', 샤인머스캣을 두고는 '샤인머서켓', 심지어 미니호박을 두고는 '민이호박', 셀러리는 '설레리'라고도 부른다는 사례를 보며 웃음이 났다.

외래어를 들리는 대로 쓰는 바람에 생긴 단어들 (본인 촬영)

이 코너를 살펴보니 얼마 전 채소를 사러 시장에 갔다가 비슷한 표지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게 상인이 '브로콜리'를 두고 '부르골리'라고 써놓은 것이다. 어릴 적에 단어의 맞춤법을 잘 몰라 소리 나는 대로 나만의 단어를 만드는 놀이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 놀이가 나만의 놀이는 아니었다. 최근에도 '네넴띤, 댕댕이, 띵작' 등 '야민정음'을 통해 말장난하는 행위가 밈으로 활발하게 퍼지고 있다.

한글이 계속해서 확장되고 변화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도구가 된다는 게 흥미롭게 느껴졌다. 익숙한 단어의 자음과 모음 조합을 조금만 바꿔보아도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한글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야민정음'과 '밈(meme)'에 대해 관람객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해볼까? (본인 촬영)

전시장에서는 '야민정음'이 가진 측면을 살펴보고 관람객들과 생각을 나누어볼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있었다.

야민정음과 밈(meme)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언어 규범을 파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으니, 이번 전시 기간에 방문해서 관람객들과 생각을 나눠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말글 놀이 공작소'는 관람객들이 직접 한글 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본인 촬영)

'말글 놀이 공작소'에서는 한글의 구조적 원리와 특성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체험형 놀이들이 마련돼 있었다. '모두의 끝말잇기' 코너에서는 이미 다녀간 관람객들이 남긴 단어 뒤에 끝말잇기를 할 수 있는 거대한 종이가 있었다. 많은 관람객이 단어를 남기고 떠난 것을 봤다.

모두가 함께하는 거대한 끝말잇기 (본인 촬영)

나도 끝말잇기에 참여하고 왔다. 다음에 올 관람객이 어떤 단어로 이어줄지 조금 기대가 됐다.

끝말잇기 놀이 옆에는 잰말놀이를 하는 공간이 있었다.

잰말놀이를 해볼까? (본인 촬영)

잰말놀이가 생소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듯싶다. 이는 빠르게 반복되는 말의 운율과 발음을 활용해 즐기는 놀이이다.

전시 설명을 살펴보니 이미 약 100여 년 전부터 잰말놀이와 비슷한 놀이가 이미 존재했다고 한다. '유희로 된 말 공부', '한글'의 제1권 제2호 자료에는 이 놀이를 두고 "혀를 부드럽게 해 유창하게 발음하자"라는 내용을 함께 수록했다고 한다. 말놀이를 통해 재미도 느끼고 발음 연습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난이도 중의 잰말놀이 문장을 읽고 발음 정확도를 확인했다. (본인 촬영)

잰말놀이 체험 공간에서 마이크에 대고 잰말놀이 문장을 직접 발음해 봤다. 내 발음의 정확도를 측정해 주는 체험형 장치라고 한다. 난이도 상·중·하 문장이 랜덤으로 생성되는데 관람객이 직접 놀이에 참여하며 한글의 운율과 발음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직접 즐기면서 체험하니 한글이 '배우고 익혀야 할 대상'을 넘어 하나의 놀이 도구이자 즐길 수 있는 문화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가진 가장 자유로운 놀이 도구'로서의 한글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이번 전시의 의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다음 공간에서는 초성·중성·종성이 모여서 하나의 음절을 이루는 특징을 이용해 만든 교구인 '조선어 철자기'와 '정문틀'을 살펴봤다.

'정문틀'을 통해 초성·중성·종성을 조합해서 음절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본인 촬영)

초성·중성·종성에 해당하는 자모가 적힌 판을 돌리면서 글자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음절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정문틀을 돌려보며 음절을 마음대로 만들어보며 앞서 '한글 상회' 전시관에서 봤던 '야민정음'과 '밈'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한복을 입은 관람객들이 정문틀을 감상하고 있다. (본인 촬영)

자음과 모음 조합을 깨뜨리고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노는 건 오늘날만의 놀이 문화가 아니다. 과거에는 '자마춤딱지'를 이용해 초성·중성·종성을 자유롭게 조합해 카드 게임을 하는 놀이가 있었다고 한다.

'자마춤딱지'를 이용한 카드 게임 (본인 촬영)

전시 후반부에서는 한글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암호 체계 자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글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암호 체계 유물을 볼 수 있었다. (본인 촬영)

가장 인상적이었던 전시물은 '조선인의 비밀 규약서와 암호부의 건'이었다. 이 문서는 일본 헌병이 1919년 하얼빈 정거장에서 발견한 조선인의 물건을 검사해, 비밀 규약서와 암호표를 발견했고, 그 내용을 상부에 보고한 것이라고 한다. 자료를 보며 일제강점기의 비밀결사 조직이 한글을 활용해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고, 한글을 통해 서로의 뜻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왔다.

관람객들도 암호문 풀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본인 촬영)

문자 체계를 넘어 시대를 이어주는 수단으로서의 한글을 만나볼 수 있었던 뜻깊은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관람객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본인 촬영)

당시의 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즐기고 전달했는지, 그리고 문자 속에 깃들어 있는 역사까지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익숙한 한글의 새로운 면모를 느껴보고 싶다면 국립민속박물관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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