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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에서 머무는 수요일 저녁이 즐거운 이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함께 2026년 상반기 '문화요일×심야책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70개 지역서점이 참여해 4월 22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수요일 북토크, 낭독회, 글쓰기 등 총 345개의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낮에 문화 활동 참여가 어려운 직장인과 성인들을 위해 지역서점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문화 요일에 책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선정된 서점에는 문화 활동 운영비와 서점주 활동비 등 최대 280만 원이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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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함께 2026년 상반기 '문화요일×심야책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70개 지역서점이 참여해 4월 22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수요일 북토크, 낭독회, 글쓰기 등 총 345개의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낮에 문화 활동 참여가 어려운 직장인과 성인들을 위해 지역서점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문화 요일에 책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선정된 서점에는 문화 활동 운영비와 서점주 활동비 등 최대 280만 원이 지원된다.

'마음책방 서가는' 책방 출입문에 붙은 '문화요일×심야책방' 포스터. 문화요일 수요일마다 지역서점에서 심야책방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본인 촬영)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영화 할인이나 공연 관람 같은 '문화요일' 혜택에 더해, 늦은 저녁 동네 책방에서 책과 사람을 만나는 '심야책방' 프로그램이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추진하는 '문화요일×심야책방' 사업이 전국 지역서점에서 시작되면서, 퇴근 후 책방으로 향하는 독자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대학로 혜화로터리 인근에 자리한 '마음책방 서가는' 전경. '문화요일×심야책방' 프로그램 안내 입간판이 책방 앞에 세워져 있다. (본인 촬영)

5월 13일 수요일 저녁, 대학로 혜화로터리 인근에 자리한 '마음책방 서가는'을 찾았다. 늦은 오후부터 책방은 '문화요일×심야책방' 프로그램 준비로 분주했다. 책방 출입문 쪽에 프로그램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공간 안쪽에서는 참여자들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 몸·마음·삶을 돌보는 동네 책방

프로그램에 앞서 '마음책방 서가는'을 운영하는 성미진 대표를 만났다. 성 대표의 명함에는 '대표' 외에 또 다른 직함이 적혀 있었다. 바로 '마음지기'였다. 마음책방과 마음지기 두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책장에는 마음과 삶을 돌보는 책들이 곳곳에 진열돼 있었다. 인터뷰 내내 성 대표는 편안한 표정과 유쾌한 말투로 대화를 이끌었고, 책방 안 분위기 역시 잠시 마음을 쉬어가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마음책방 서가는' 내부 전경. '몸·마음·삶'을 주제로 큐레이션 된 책들이 책장을 채우고 있다. (본인 촬영)

성 대표는 '마음책방 서가는'을 "몸·마음·삶을 함께 돌보는 북 웰니스(book wellness) 기반의 지역서점"이라고 소개했다. 출판사에서 시작한 공간이 지금의 독립 서점으로 이어졌고, 10년 동안 독자와 저자가 만나며 독서 치유와 문학 치유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책방의 색깔은 공간 구성에서도 드러났다. '마음책방 서가는'은 책을 '몸의 서가', '마음의 서가', '삶의 서가'로 나눠 큐레이션하고 있었다. 성 대표는 "책 속 언어와 문장을 통해 자기 삶을 재해석하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마음책방 서가는' 책장에 진열된 마음·삶·치유 관련 도서들. 독서 치유와 문학 치유를 지향하는 책방의 성격이 드러난다. (본인 촬영)

이번 '문화요일×심야책방' 사업 역시 그런 방향에서 기획됐다. 성 대표는 "퇴근 후 시리즈라는 콘셉트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프로그램들을 구성했다. 낮 동안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이 저녁에는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심야책방 사업의 재개를 반겼다. 성 대표는 "그동안 지역서점 지원사업이 축소되면서 책방 운영에 활기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한동안 침체되다시피 했던 서점에 다시 생기가 돌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쉬움도 전했다. 무료 프로그램 특성상 예약 후 참석하지 않는 '노쇼(no-show)'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 대표는 "정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을 초대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역서점 운영 현실을 반영한 조금 더 유연한 지원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참가비를 일부 받는 등 신청자의 노쇼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있길 바란다고 했다.

◆ 퇴근 후 책방에서 만난 명상

이날 프로그램은 '퇴근 후 하루 명상'을 주제로 진행됐다. 강사로 초대된 이는 이근상 대표(KS)였다. 광고업계에서 오랜 시간 일해 온 그의 이력은 얼핏 명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치열한 광고업계에서 일하던 그가 어떻게 명상에 입문하게 됐고, 명상에 관한 책까지 쓰게 됐는지 말이다.

'문화요일×심야책방' 프로그램 '퇴근 후 하루 명상'이 진행 중인 '마음책방 서가는' 내부 모습. 퇴근 후 참여한 시민들이 이근상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 (본인 촬영)

이 대표는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약 10여 년 전 건강검진 과정에서 부정맥 진단을 받았고,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술과 커피를 줄이고 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명상과 요가를 접하게 됐고, 이후 명상 프로그램과 관련 서적을 찾아보며 본격적으로 명상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명상을 어렵지 않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는 "명상은 사람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화가 올라오는 순간을 알아차리게 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와 미래를 붙들고 살아가는 대신 잠시 그것을 내려놓고 현재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강조했다.

이근상 대표가 '지금, 여기, 나에 집중합니다'라는 문구를 띄워놓고 명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본인 촬영)

이 대표는 명상을 "뇌를 쉬게 해주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끊임없이 생각을 만들어내는 뇌가 잠시라도 사고를 멈추고 호흡에 집중할 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참가자들과 함께 짧은 호흡 명상을 진행했다. 순간 조용한 책방 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사람들은 두 눈을 감은 채 각자의 호흡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호흡 명상을 진행 중인 이근상 대표. 참가자들은 조용히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 시간을 가졌다. (본인 촬영)

◆ 문화요일이 연결한 책과 사람

문화요일이라고 하면 으레 영화나 공연을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하는 장면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문화의 범주는 생각보다 넓다. 독서와 강연, 북토크, 글쓰기 같은 일상 속 책을 접하는 문화 역시 문화요일이 품고 있는 영역이다. 여기에 더해서 수요일 저녁 동네 책방에서 책을 읽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또한 문화요일을 즐기는 방법이다.

이날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마음책방 서가는'에서 선물한 '하루명상', '퇴근 후 하루 명상' 프로그램과 어울리는 책으로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본인 촬영)

아직은 문화요일이라고 해서 책방을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성 대표 역시 "주변에 문화요일이라고 하면 영화를 관람하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변화의 가능성은 보였다. '마음책방 서가는'처럼 동네 책방이 수요일 저녁마다 '문화요일×심야책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라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있으면, 골목을 오가는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된다.

실제로 성 대표는 "배너를 보고 사진을 찍어가거나 프로그램을 물어보는 주민들이 있다. 밤에도 책방에 불이 켜져 있고 무언가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모습 자체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요일×심야책방'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저녁 시간의 '마음책방 서가는' 외부 모습, 늦은 밤까지 불이 켜진 동네 책방이 골목을 밝히고 있다. (본인 촬영)

'문화요일과 심야책방'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자연스럽게 동네 책방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영화관이나 공연장처럼 책방 역시 수요일 저녁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보였다.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힌 채 사람들을 맞이하는 동네 책방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반가운 풍경이다.

성 대표는 "우리가 읽는 책이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수단에서 나아가 우리의 삶을 돌보고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사례를 통해서 이 점을 확신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동네 책방에서 그런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책을 매개로 마음을 돌보는 '독서치료'와 '문학치료'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독서치료는 책을 읽고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돌아보며 심리적 안정과 치유를 돕는 활동을 말한다. 문학치료는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 작품을 읽거나 글쓰기를 통해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고 자기 삶을 이해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단순히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책 속 문장과 이야기를 자신의 삶과 연결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

실제로 '마음책방 서가는'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역시 이런 방향과 맞닿아 있다. 참가자들은 책을 읽고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성 대표가 '마음지기'라는 이름으로 책방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책을 읽는 행위가 단순한 독서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돌보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처럼 활기를 띠는 동네 책방을 보니 문화요일에 즐길 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듯해 반가웠다. '문화요일×심야책방'은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지역서점과 독자가 다시 연결되고, 지역공동체가 돈독해지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 (정책뉴스) 70곳 동네서점, 문화요일 수요일에 '심야책방'으로 독자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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