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대유럽 외교가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은 벨기에와 이탈리아 방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6월 9일(현지시간)부터 9박 10일 일정의 유럽 순방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첫 순방 기착지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10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경제·첨단산업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대통령의 유럽연합(EU) 방문은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한국과 EU 정상 간 대면 회의도 지난해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에 이뤄졌다.
양측은 회담에서 안보·방위 협력 강화를 위한 ‘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또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디지털 통상협정’에 서명하고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안정·번영을 위한 협력에도 뜻을 모았다. 양측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36개항에 달하는 ‘한·EU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유럽의 안보가 점점 더 긴밀히 연계되고 있다“며 ”비밀정보보호협정이 조속히 체결돼 양측이 민감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이를 활용한 산업 및 연구 협력 역시 활발히 진행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한·EU 승객예약자료(PNR) 전송 협정도 타결했다. 항공 여행이 일상화된 만큼 우범여행자 정보를 공유해 마약·테러 등 초국경 범죄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디지털 통상협정 체결… 종이 없는 무역 가능해져
이 대통령은 ”EU는 중국, 미국에 이은 우리의 ‘제3위 교역 대상’이자 ‘제1위 투자 파트너’로 양측의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디지털 통상협정에 서명했다“며 ”종이 없는 무역, 전자인증과 서명 등을 통한 신속한 업무 처리가 가능해져 양측 국민의 편익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인구 4억 5000만 명, 27개 회원국, GDP(국내총생산) 약 18조 유로 규모의 세계 최대 무역블록이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규범 기반 다자주의 국제질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EU는 한국이 G7+ 외교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필수적인 협력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디지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피지컬 AI 분야 기업 간 교류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EU가 추진 중인 철강 수입규제 조치와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관련해 우리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고 국내 기업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 위해 함께 협력
양측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도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유럽연합의 변함없는 지지와 건설적 역할을 당부드렸고 양측이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서는 조속한 안정과 평화, 호르무즈해협의 즉각적 개방과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 보장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해서도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EU와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며 ”회담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 우리의 대유럽 외교의 지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U 정상회담을 마친 이 대통령은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하고 14일부터 15일까지 교황청을 찾아 교황과 면담한다. 16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에비앙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고유선 기자
수교 125주년 한·벨기에 우정 재확인… 중소기업·반도체 협력 의지 다져
이재명 대통령은 6월 10일(현지시간) 유럽 순방 첫 공식 일정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바트 드 웨브흐 벨기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과 국제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 정상은 올해 수교 125주년을 맞아 두 나라의 우정을 재확인하고 경제·통상, 첨단산업, 인적교류 분야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벨기에가 6·25전쟁 당시 전투부대를 파병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해준 것이 한국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부상에 기여했다“며 감사를 전했다. 드 웨브흐 총리는 ”역사적 유대가 양국 관계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며 ”유엔사 회원국으로서 앞으로도 벨기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올해로 발효 15년 차를 맞은 한·EU FTA(자유무역협정)를 토대로 양국이 견고한 경제·통상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발전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통해 양국 중소기업 간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양국이 중소기업의 상호 해외 진출의 거점으로 역할하며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반도체 분야 협력 확대 방안도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벨기에에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연구기관인 IMEC(아이멕)에 120여 명의 한국인 연구자가 있다“며 ”IMEC을 통한 양국 간 연구 협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미래 반도체 기술 발전에 따른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드 웨브흐 총리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둔 한국과의 협력은 우리에게도 유익한 일“이라며 ”관심을 갖겠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직항 재개, 벨기에 내 체계적인 한국학 교육 기반 마련 등을 통한 양국 미래 세대 간 교류도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드 웨브흐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이 대통령은 필립 벨기에 국왕을 면담하고 한반도 평화와 양국 국민 간 교류 확대를 위한 왕실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첫 일정은 동포 간담회
이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벨기에에 도착했다. 공항에서는 필립 국왕을 대신해 나온 칼 피터스 외교부 부의전장이 이 대통령 내외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도착 당일 첫 일정으로 브뤼셀 시내의 한 호텔에서 현지 교민들과 만찬 간담회를 갖고 현지 교민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강조하고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동포들의 헌신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민간 외교관으로서 재외 국민의 역할을 당부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벨기에에서 동포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한인회 등 동포단체 관계자, 경제인, 교육·과학·문화·종교계 인사, 입양인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