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외신도 지난 1년 성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주요 외신은 한국을 단순한 수출국이나 북핵 위협 국가가 아닌 글로벌 공급망과 외교 질서, 문화산업을 이끄는 핵심 국가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용주의 외교와 인공지능(AI)·반도체 경쟁력, 한류의 세계적 영향력이 한국의 국가 이미지 변화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해외뉴스분석팀이 19개국 67개 주요 외신의 한국 관련 기사 6만 4827건을 분석한 결과, 외신은 한국을 ‘실용주의 균형 외교를 추진하는 전략적 중견국’, ‘AI·반도체 제조 강국’,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문화 강국’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분석은 단순 기사 수 집계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언어모델(LLM), GPT 기반 개체 수준 감성분석(ELSA) 등 AI 기술을 활용해 외신의 논조와 국가 이미지 변화를 종합적으로 측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용주의·균형 외교로 존재감 키웠다
외신이 가장 주목한 분야는 정치·외교였다. 전체 기사 가운데 정치·외교 관련 보도가 5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기업·산업(43.1%), 경제(40.4%), 문화(27.8%), 기술·IT(23.9%) 분야가 뒤를 이었다.
외신들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 기조를 ‘실용주의’와 ‘균형’으로 요약했다. 미국의 대표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섬세한 균형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절제와 실용주의의 외교“라고 분석했다. 국제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한국이 균형 잡힌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외신은 한국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실용적으로 관리하는 균형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인민일보 계열의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대중국 정책에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별 관계 분석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확인됐다. 한국은 미국·일본·인도·아세안 국가들과 강한 우호 관계(+0.5~+1.5)를 유지했으며 중국과의 관계 역시 약한 우호 수준(+0.1~+0.5)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5년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한국 관련 외신 보도량이 평시보다 50% 이상 증가하면서 한국은 미중 전략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국가로 집중 조명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맷은 ”한국은 중견국으로서 국력 규모 이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글로벌 통신사 로이터는 ”한국의 역내 외교적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I·반도체 경쟁력 주목
경제 분야에서는 AI와 반도체 산업이 한국의 긍정적 국가 이미지를 이끈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AI·반도체 경쟁력과 증시 강세가 이른바 ‘코리아 랠리(Korea Rally)’로 이어지며 주요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한국을 AI 산업의 핵심 제조 기반으로 평가했고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강세장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와 미국의 경제·비즈니스 전문 방송 CNBC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투자심리 회복, AI·반도체 산업 성장에 힘입어 한국 증시가 주요 시장 가운데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류, 가장 강력한 국가 브랜드
문화 분야에서는 한류 콘텐츠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K-팝, K-콘텐츠 등 한류 관련 보도는 외신 분석 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호감도를 기록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두고 ”한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으며 인도 최대 영문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타임스오브인디아는 한국의 문화강국 부상을 글로벌 영향력 지형 변화의 상징으로 분석했다. 중동의 대표 국제방송 알자지라는 BTS의 복귀를 조명하며 한국이 문화산업을 국가 경쟁력으로 육성해온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량 분석 결과에서도 한류의 영향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BTS(+1.18)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에 힘입은 K-팝(+1.1), 블랙핑크(+1.09), 드라마 ‘오징어게임’(+0.88)이 뒤를 이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한국의 영향력이 음악을 넘어 세계인의 삶의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고, 미국 방송사 CNN은 이러한 흐름을 ‘K-everything’ 현상으로 규정하며 K-콘텐츠 전반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세계가 인정한 한국 민주주의
정치 분야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AP통신은 ”한국의 회복력 있는 민주주의가 또 하나의 중대한 시험을 통과했다“고 보도했고,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한국 민주주의가 다시 결집했다“고 평가했다. 포린폴리시는 ”한국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외신은 전임 대통령의 계엄 관련 수사와 이에 따른 정치적 양극화, 캄보디아 사기 사건, 쿠팡 사태 등을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 요인으로 다뤘다. 또 ESG, 노동, 산업안전 문제 역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로 지적됐다.
이번 분석은 외신의 한국 인식이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한국이 ‘북핵 리스크 국가’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AI·반도체 공급망과 경제안보, 문화산업,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끄는 핵심 국가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형식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은 ”이번 분석은 한국이 단순한 경제 강국이나 한류 국가를 넘어 중요한 글로벌 전략 국가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외신의 한국 인식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공공외교 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세계 속 한국의 위상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백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