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디지털 세상을 바꿨다면, 다음 경쟁은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 스타트업이 이름을 올렸다.
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RLWRLD)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의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 2026(Technology Pioneers 2026)’에 선정됐다. 단순히 혁신기업 100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데 그치지 않았다. 피지컬 AI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AI 최우수 센터(Centre for AI Excellence)’ 소속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세계경제포럼의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는 매년 산업과 사회에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기술 기업 100곳을 선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단순 응용 서비스보다 자율형 AI 시스템을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기반 기술과 인프라 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리얼월드는 자체 개발한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obotics Foundation Model·RFM) ‘RLDX-1’을 앞세워 선정됐다. 특히 로봇 제조 기업으로 분류되지 않고 AI 최우수 센터에 배치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특정 로봇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제조·물류 로봇에 적용 가능한 범용 AI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로봇의 두뇌를 만드는 회사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경제포럼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 2026’에 선정된 리얼월드 (자료 제공: 리얼월드)
휴머노이드 시대의 마지막 장벽은 손재주
이번 선정과 함께 리얼월드가 세계경제포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고문도 주목받고 있다.
류중희 대표와 안지윤 CSO, 조준호 기술전략 담당이 공동 집필한 기고문 제목은 ‘로봇의 손재주는 여전히 자동화의 장벽이다. 공통 벤치마크가 필요한 이유(Hand dexterity remains a barrier to automation. Here’s why a common benchmark could help)’다.
리얼월드는 현재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사람처럼 물건을 집고 조작하는 능력, 즉 ‘손재주(Dexterity)’가 여전히 자동화의 마지막 난제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AI가 판단하고 이동하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복잡한 환경에서 다양한 물체를 다루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얼월드는 ‘덱스벤치(DexBench)’라는 글로벌 표준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덱스벤치는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제 작업을 기준으로 로봇의 정밀 조작 능력을 측정하는 평가 체계다. 연구실 환경이 아닌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리얼월드는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덱스벤치에는 롯데, SK텔레콤, CJ대한통운, 효성, HL만도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의 후지(Fuji), 전일본공수(ANA), 미쓰이화학(Mitsui Chemicals) 등 글로벌 기업들도 협력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피지컬 AI 경쟁이 개별 기업 간 기술 경쟁을 넘어 산업 표준 선점 경쟁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도 공식 리포트에서 리얼월드를 주요 혁신 사례로 언급했다. 포럼은 과거 컴퓨터 비전 기업 올라웍스를 창업해 인텔(Intel)에 매각했던 류중희 대표가 다시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에 도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리얼월드 로고 (자료 제공: 리얼월드)
엔비디아 이어 WEF까지…글로벌 존재감 확대
리얼월드는 최근 대만 컴퓨텍스(Computex) 2026의 스타트업 경연대회 ‘이노벡스 피치 콘테스트(InnoVEX Pitch Contest)’에서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엔비디아(NVIDIA) 로보틱스 생태계 핵심 파트너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세계경제포럼 선정까지 더해지면서 피지컬 AI 분야에서 글로벌 인지도를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이다. 회사는 향후 2년간 세계경제포럼 혁신가 생태계의 공식 멤버로 활동하며 다보스포럼을 비롯한 글로벌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류중희 대표는 “이번 선정은 리얼월드의 기술이 피지컬 AI를 실제 산업 현장으로 연결하는 핵심 소프트웨어 인프라라는 점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엔비디아,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피지컬 AI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피지컬 AI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생성형 AI 이후 산업계가 주목하는 다음 거대한 변화라는 점에서 글로벌 표준을 누가 정의하느냐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리얼월드의 이번 세계경제포럼 선정은 한국 스타트업이 그 경쟁의 중심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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