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 등이 ABO 혈액형을 발견한 카를 란트슈타이너 박사의 탄생일을 기념해 제정한 국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 역시 혈액관리법 개정을 통해 2021년부터 매년 6월 14일을 법정기념일인 '헌혈자의 날'로 지정해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헌혈의 집 충주센터 (본인 촬영)
올해 '세계 헌혈자의 날'은 기자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무려 10년 만에 헌혈에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헌혈에 참여해 왔다. 헌혈증을 한 장씩 모으는 재미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헌혈의 집을 찾곤 했다.
하지만 2016년 3월 이후 간 수치 문제로 헌혈이 제한되면서 생명 나눔도 잠시 멈춰야 했다. 당시에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헌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긴 시간이 흘렀다. 헌혈의 집을 찾았다가 문진 과정에서 참여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 적도 있었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아쉬움을 삼킨 적도 있었다. 그렇게 헌혈과 멀어진 채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헌혈의 집 충주센터에 있는 캐릭터. 충주 사과를 들고 있다. (본인 촬영)
최근 건강 상태가 회복되면서 다시 헌혈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대한적십자사 상담을 통해 현재는 헌혈이 가능한 상태라는 안내를 받았고, 세계 헌혈자의 날을 앞두고 다시 헌혈에 참여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큼 "헌혈이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는 단순한 결과 통보가 아니라 건강을 회복했다는 반가운 소식처럼 느껴졌다.
전자문진 후 헌혈할 수 있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누리집)
헌혈의 집 방문에 앞서 전자문진을 진행했다. 헌혈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었고, 문진 결과 헌혈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후 헌혈의 집에서 신분 확인과 혈압 측정, 혈액 검사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헌혈 적격 판정을 받았다.
혈압 측정과 혈액 검사 등을 거쳐 헌혈할 수 있다. (본인 촬영)
올해 4월부터는 헌혈 참여 과정도 더욱 편리해졌다. 기존에는 간 기능 검사(ALT) 결과에 따라 일정 기간 헌혈 예약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제도 개선을 통해 ALT 수치와 관계없이 헌혈 예약을 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또한 헌혈 가능 상태와 예약 기능을 실시간으로 연동해 추가 검사 등을 통해 헌혈 제한이 해제되면 즉시 예약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4월부터 간 기능 검사(ALT)와 상관없이 헌혈 예약이 가능해졌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누리집)
이러한 변화는 과거 헌혈 제한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필자 역시 오랜 기간 헌혈에 참여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헌혈 참여 문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최종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안내를 받은 뒤 전혈 헌혈에 참여했다. 채혈은 약 10분 정도 소요됐다. 팔을 통해 붉은 혈액이 채혈백으로 천천히 모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혈액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짧은 시간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헌혈에 참여했다. (본인 촬영)
채혈백으로 모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본인 촬영)
헌혈을 마친 뒤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음료를 마셨다. 헌혈의 집 곳곳에는 '헌혈은 사랑입니다', '헌혈하는 당신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문구들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헌혈은 사랑입니다. (본인 촬영)
이번 헌혈은 필자에게 아홉 번째 헌혈이었다. 그리고 10년 만에 다시 이어진 생명 나눔이었다. 더욱 뜻깊었던 것은 헌혈 후 제공되는 기념품을 선택하는 대신 기부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혈액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기념품까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작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직장인의 경우 연말정산에 기부금 공제가 가능하다고 하니, 일석이조(一石二鳥)다.
헌혈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잠시 시간을 내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나눔 가운데 하나다. 사고와 수술, 암 치료, 응급환자 치료 현장에서는 혈액이 필요하다. 하지만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기에 결국 누군가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헌혈 증서를 받았다. 헌혈 기부권 사업 안내 (본인 촬영)
10년 만에 다시 헌혈에 참여하면서 건강의 소중함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헌혈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상태라는 뜻이기도 했다.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다시 찾은 헌혈의 집에서 기자는 생명 나눔의 가치를 오랜만에 되새길 수 있었다. 작은 실천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더 많은 사람이 헌혈을 통해 따뜻한 생명 나눔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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