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미국에 사는 시조카들이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내가 종종 안아주던 꼬맹이가 어느새 건장한 청년이 된 모습을 보니 세월이 참 빠르다고 느꼈다. 놀라움보다 잘 자란 모습에 대한 대견함이 더 컸다.
시조카들은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우리말은 서툴지만, 모국에는 누구 못지않게 관심이 많았다. 여행 계획을 들어보니 한국에 사는 나보다 한국을 더 잘 꿰뚫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다녀온 곳 중 어디가 좋았고, 무엇이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또래 한국 청년들과 취향이 비슷했다.
또 요즘 미국 물가가 너무 높아 생활이 만만치 않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시부모님도 세월이 갈수록 손주들이 곁에 있었으면 하는 눈치라, 시조카에게 슬쩍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한국에 오고도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재외동포청 로고 (재외동포청 제공)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재외동포청이 3월부터 추진한 '동포 청년 인재 유치·정착 지원 사업'의 첫 장학생들이 선정된 것이다. 이 사업은 해외에 거주하거나 국내에 체류 중인 동포 청년이 대한민국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취업과 지역 정착까지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동포 청년 인재 유치·정착 지원 사업은 국정과제(123번 '재외국민 안전과 편익 증진 및 재외동포 지원 강화') 중 하나로 재외동포를 더 잘 지원하고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마련됐다.
줄어드는 출생률과 지방 인구 감소라는 두 가지 위기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학비 지원부터 취업 연결, 지역 정착까지 필요한 것들을 한 번에 지원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한국에 오는 동포 청년들이 공부하고 직업을 찾고 지역에 정착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함께 돕는다.
온라인 아포스티유 발급 (재외동포청)
올해 학업지원 대상자는 이미 선정돼 국내 대학(원) 과정이나 한국어 연수 과정에서 등록금과 학업장려금을 받게 된다. 학위 정규과정 동안 등록금은 학기당 500만 원 한도에서, 학업장려금은 월 110만 원씩 지원된다.
또 취업 정착을 목표로 하는 청년을 위해 '취업교육·훈련 지원사업'도 함께 운영한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직무 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현재 운영기관 선정 및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우리 시조카들도 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좀 더 자세히 듣고자 재외동포청 담당자에게 문의했다.
국민은 90일 이상 외국 거주 시 재외국민 등록을 해야 한다. (재외동포청)
다음은 재외동포청 담당자와 1문 1답.
Q. 이번 공모에서 약 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요. 사업 첫해임에도 관심이 높았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대한민국의 위상이 점차 올라가며 모국에 정착을 희망하는 동포들이 많아졌지만, 막상 국내로 들어와 취업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동포 청년 인재 유치·정착 지원 사업'은 동포 청년들이 학업·취업을 통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라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Q. 이 사업은 국정과제 123번의 세부 과제로 추진되는데요. 저출생·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A. 재외동포는 우리와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외국인보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장기 정착하려는 의지도 높습니다. 이 사업은 공부나 취업을 도와 지역에 뿌리내려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그래서 최근 한국이 겪고 있는 저출생과 지방 인구 감소 문제를 푸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지원 시 필요한 서류 목록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해외 거주자의 경우 아포스티유나 공증이 필요한 서류가 있나요?
A. 지원서, 자기소개서, 수학 계획서, 졸업 후 계획서 및 추천서 등 공통 제출 서류와 함께 성적·졸업(예정) 증명서 및 여권 사본이 필요합니다.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의 경우 재외동포 증명서류도 제출해야 합니다. 해외 교육기관을 졸업한 경우, 현지에서 발급받은 성적·졸업(예정) 증명서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아포스티유 또는 영사확인'을 공증받아 원본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 모집 공고를 참고)
Q. 한국어 능력 최소 요구 등급이 있나요? TOPIK 외 다른 방식으로 어학 능력을 증빙할 수 있나요?
A. 사업 신청을 위한 한국어 능력 관련 최소 요구 등급은 없습니다. 다만 한국어 능력 증빙은 국가 공인 시험인 TOPIK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능력 우수자에게는 선발 심의 시 가산점이 있고요.
Q. 한국어가 매우 서툰 청년의 경우 '한국어 연수 과정' 지원자로 별도 선발이 이루어지나요?
A. 한국어 연수 과정만을 위한 별도 선발은 아직 없습니다. 학업 지원은 학사·석사·박사·석박사통합과정 중 선택할 수 있고, 한국어 연수 과정은 위 4개 과정에 선발된 학생 중 희망자에 한해 지원 가능합니다.
재외동포청 현판 (재외동포청 제공)
Q. 취업교육·훈련 지원사업의 실무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A. 취업교육·훈련 지원사업은 자격증 취득을 위한 직무 교육과 한국 정착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병행해 운영할 예정입니다.
Q. 사업 참여 후 일정 기간 내 출국하거나 해외로 재이주할 경우 불이익이나 제재가 있나요?
A. 이 사업은 모국에 귀환·정착하는 재외동포 청년을 위한 사업이므로 사업 참여 기간이 끝난 후 최소 2년은 의무적으로 국내에 체류해야 합니다. 해당 의무를 위반할 경우 지원받은 장학금·지원금 등을 반환 조치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지원을 희망하는 재외동포 청년들에게 당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사업 지원 시 구비서류가 많은 만큼 누락된 것은 없는지 제출 전 꼼꼼하게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재외동포청은 모국으로 귀환 및 정착을 희망하는 동포 청년을 더욱 폭넓게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훌쩍 커버린 시조카들과 오랜만에 걸었다. (본인 촬영)
다음에 시조카들을 만날 때 이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을 하니 기쁘다. 사실 시조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 곳곳에는 한국어보다 영어나 스페인어, 일본어가 더 편하지만 '고국'이라는 단어를 품고 사는 동포 청년들이 많다. 대한민국이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이 커진 요즘, 훌륭한 동포 청년들이 그 주인공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시조카가 귀국해 가까이 살아간다면, 이 나라의 미래가 조금은 더 든든해졌다고 느낄 것 같다.
☞ 재외동포청 누리집
☞ (보도자료) 해외 동포 청년, 정착 지원 본격화…첫 장학생 선정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