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해 분기별로 국내외를 오가지만, 다녀온 뒤에는 늘 그 여운 속에 며칠을 보내곤 한다. 이번엔 평소보다 긴 여행이었던 탓인지 어제 꿈에서도 쇼트트랙 경기를 관람했다.
한 달 전 이맘때, 나는 지구 반대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올림픽을 즐기고 있었다.
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올해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개최됐다. 2월 6일부터 22일까지 약 2주간 각국 선수들과 방문객들은 스포츠와 응원,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의 상징 오륜기와 함께 2주 동안의 올림픽 경기가 모두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총 10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1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3차시기 엄청난 연기로 금메달을 따낸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최가온 선수, 역주를 통해 금메달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 여자 쇼트트랙 계주팀,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피겨 갈라 쇼 차준환과 이해인 선수까지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 코리아는 또 다른 역사를 썼다.
필자 역시 밀라노 올림픽 기간 현지에 체류하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직접 응원하고, 밀라노 올림픽의 숨은 재미와 코리아 하우스까지 소개하며 올림픽을 제대로 즐긴 것 같다. 많은 국민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밀라노에서는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바로 '패럴림픽' 이야기다.
밀라노 대성당 옆에 마련되어있던 올림픽과 패럴림픽 카운트다운(초읽기)시계. 현재 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패럴림픽 경기는 끝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1952년 국제 대회로 발전한 패럴림픽은 1960년 로마 올림픽 대회 직후 올림픽과 함께 4년 주기로 동계와 하계 대회가 열렸다. 이번 제14회 동계 패럴림픽은 3월 7일부터 16일까지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일대에서 열린다. 52개국 6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6개 종목, 79개 경기에서 메달 경쟁을 펼친다.
패럴림픽은 '나란히'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Parallel'와 '올림픽(Olympic)'의 합성어로, 올림픽 경기 후 경기장 정비를 거쳐 진행된다. 패럴림픽의 재미는 신체·감각적 한계를 뛰어넘어 감동 드라마가 펼쳐진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낯설게 느껴지는 패럴림픽이지만, 올림픽 개최 현지에서 느낀 관심은 사뭇 달랐다.
처음 체크인하기 위해 방문한 호텔에서 직원과 소소한 대화를 나눌 때였다. "응원하는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팀 코리아를 응원하러 왔다고 답하자 그 직원은 패럴림픽 팀을 응원한다며, 한국과 이탈리아의 휠체어 컬링 경기를 열리면 잊지 않고 챙겨보겠다고도 했다.
경기가 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는 물론, 주변 국가들의 호텔, 식당에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 중계를 쉽게 볼 수 있다.
올림픽의 상징물 옆에는 항상 패럴림픽 상징이 따라다녔고, 올림픽 진행 현황을 알리는 타임키퍼에는 곧 시작될 패럴림픽에 대한 소개도 함께 노출되고 있었다. 이탈리아에 체류 중인 친구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탈리아 머물 때 식당과 숙소에서 올림픽 경기를 틀어두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패럴림픽 경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우리의 패럴림픽 국가대표팀, 팀 코리아 역시 현지에서 최고의 성적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패러 바이애슬론 종목에서 김윤지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패러 스노보드 종목에서 이제혁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어제(10일)에는 앞서 대한민국의 첫 금메달을 안겨준 김윤지 선수가 패러 크로스컨트리 스키 종목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금은동 각 1개씩 획득한 대한민국은 종합 15위에 올라와 있다. (16일인 오늘, 대한민국은 금2·은4·동1 획득으로 종합순위 13위를 기록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
반환점을 돌아 폐막식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대한민국의 메달 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휠체어 컬링 종목의 믹스더블 국가대표팀은 결승에 진출하며 16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결승전에서 중국에 패해 아쉽지만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패럴림픽 경기는 지상파 KBS와 웹 포털 NAVER에서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다. 나 역시 패럴림픽 중계 시간에 맞춰 생중계를 찾아 보고 있다. (네이버 패럴림픽 페이지)
한편 정부는 미래의 패럴림픽 선수 양성을 위한 지원과 장애인 체육 복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장애인 스포츠강좌 이용권'이다. 내가 기자단에서 몇 차례 다룬 스포츠 복지 중 하나인 스포츠 강좌 이용권(스포츠 바우처)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스포츠 복지라면, 장애인 스포츠강좌 이용권은 말 그대로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 복지사업이다.
지원 금액은 스포츠 강좌 이용권보다 월 5000원이 더 많은 인당 11만 원으로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지원 가구의 후기를 살펴본 결과 신체 가동 범위를 조금씩 넓혀, 건강에도 도움받았다는 내용부터 대인관계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후기까지 장애인 스포츠 바우처 이용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스포츠강좌 이용권과 별개로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 스포츠 강좌 이용권. 조금 더 많은 지원금이 주어지고 있다.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 누리집)
정부의 스포츠 복지사업인 장애인 스포츠 강좌 이용권이 아니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 활동도 다양하게 시행 중이다. 내가 거주하는 수원시를 기준으로 장애인 종합복지관이나 행정복지센터 프로그램을 통해 무료 혹은 일반 강좌보다 훨씬 저렴하게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
이번 패럴림픽 경기를 응원하던 중, 코로나 당시 지역 백신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함께 갔던 지인이 떠올랐다. 그는 장애가 선천적인 아니라면 남과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구나 갑자기 겪을 수 있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공간과 활동의 제약이 적은 탁구단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무 명가량이 땀을 흘리고 있는 탁구단에서 취미를 넘어 선수로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장애인도 있다고 전한 지인은 장애인에게 스포츠는 운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운동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즐겁고 열정적으로 하는 선수들은 물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보호자들 역시 희망을 갖게 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현재 장애인 스포츠 접근성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다양한 운동을 경험할 수 있는 접근성과 보다 안전한 스포츠 환경을 위한 고민은 계속돼야 할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전하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장애인 스포츠 환경 개선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패럴림픽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해 지난 평창올림픽의 성적을 넘어선 역대 최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림픽 성화가 꺼지지 않은 지금 우리 대표팀이 써 내려갈 이야기는 대한민국 장애인 체육 역사의 새로운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3월 12일 점심 기준 대한민국은 총 메달 5개로 종합 15위. 정부와 체육회는 종합 20위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올림픽 누리집)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지구 반대편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 코리아, 지금의 밀라노 패럴림픽 게임의 기록을 넘어 패럴림픽 무대에서도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길. 전 세계가 인정하는 장애인 체육 환경이 갖춰져 더 많은 장애인이 올림픽 무대를 꿈꿀 수 있길, 이번 패럴림픽을 계기로 정부의 노력과 국민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의 모토는 올림픽의 모토와 같은 "It's Your Vibe"다. 다름이 아닌 태극기의 무게를 당당하게 이겨내고 있는 대한민국 패럴림픽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며, 결과를 떠나 지금의 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보도자료) '2026 밀라노 동계패럴림픽' 현장 찾아 '금빛 승전보' 전한 대한민국 선수단 격려
정책기자단|이정혁jhlee4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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