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멕시코시티 소칼로광장에서 대한민국의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지구촌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라운드 위에선 태극전사들이 값진 첫 승을 거뒀고, 경기장 밖에선 K-팝이 개막식 등 무대를 장식하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팀은 체코와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대 1로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6월 12일(한국시간)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과 전국 곳곳의 거리응원장에는 붉은 응원복을 입은 축구팬들이 일찌감치 모여들었다.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시작되자 응원 현장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체코에 한 골을 내주고 후반 22분, 황인범의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후반 35분 교체 투입된 오현규가 역전 결승골을 꽂아 넣자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또 넘어져도 나, 또다시 일어나“
축제의 또 다른 주인공은 K-팝이었다. 같은 날 멕시코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한국어 노랫말이 전 세계에 울려퍼졌다.
킥오프 경기에 앞서 열린 축하 공연에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곡으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가수 이재가 파란 드레스를 입고 8만여 관중 앞에 섰다. 이재는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월드컵 주제가 ‘DNA’를 열창했다. 특히 노래 후반부에 등장한 ‘또 넘어져도 나, 또다시 일어나’라는 한국어 가사는 세계인의 귀를 사로잡았다. 이재가 직접 작사한 이 구절은 월드컵이 지닌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도 6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또 다른 개막 경기 축하 무대에 올라 월드컵 사운드트랙 ‘골스(GOALS)’를 선보이며 열기를 더했다.
피날레 무대 역시 한국이 장식한다. 7월 19일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쇼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메인 아티스트로 나선다. 이 무대에는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 샤키라가 함께 선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하프타임쇼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포츠, 음악, 문화가 결합한 세계 최대 축제의 시작과 끝을 K-팝이 장식한 것은 K-컬처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한번 새로운 역사 향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체코전에서 값진 승점 3점을 챙기며 32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첫 월드컵이다. 이에 따라 일부 조 3위 팀도 32강에 진출할 수 있다. 승점뿐 아니라 골득실과 다득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체코전 승리로 확보한 승점 3점은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19일 멕시코전과 25일 남아공전에서 득실 차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거나 승점 1점만 따더라도 32강을 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팀 전력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주장 손흥민은 체코전에서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상대 수비를 끌어내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한국 공격의 출발점이 되었다. 동점골의 주인공 황인범은 넓은 활동량과 정확한 패스로 중원을 지배하며 경기 흐름을 우리나라 쪽으로 끌고 왔다.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오현규 역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전방에서 끊임없이 압박을 시도하며 체코 수비진을 흔들었고 결정적인 순간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조규성 이후 한국 축구가 찾고 있던 새로운 스트라이커 자원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도 대표팀의 강점으로 꼽힌다. 대회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핵심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점은 남은 경기 전망을 더욱 밝게 해준다. 첫 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 태극전사들이 또 한번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온 국민의 시선이 북중미로 향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