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조견은 최근 5년간 1000회가 넘는 출동을 통해 수많은 생존자를 구조했으며, 안타까운 이별의 현장에서도 고인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이러한 기록은 이들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우리 소방의 중요한 구조 자원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김승룡 소방청장
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찾아온 오늘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다. 이날은 모든 강아지를 사랑하고 보호하자는 의미를 넘어 유기견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고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제정된 날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이날을 맞아 우리 곁에서 묵묵히 사선을 넘나들며 생명을 구하는 '가장 용감한 동반자', 119구조견의 숭고한 헌신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본다.
우리 역사 속에는 인간과 개(犬)의 깊은 유대감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경북 구미시 해평면에는 술에 취해 잠든 사이 불길에 휩싸인 주인을 구하기 위해 몸을 강물에 적셔 불을 끄다 끝내 숨진 충직한 개의 무덤인 '의구총'이 있다. 400여 년 전 기록된 이 이야기는 오늘날 험준한 산악지대와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도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실종자를 찾아내는 119구조견의 모습과 놀랍도록 닮았다.
지난 2023년 2월 튀르키예 대지진 당시 대한민국 국제구조대 송민용 소방장과 119구조견 '해태'가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찾기 위해 거대한 잔해가 쌓인 험준한 사고 현장을 누비며 매몰자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사진=소방청 제공)
현재 전국에는 총 41마리의 119구조견이 현장을 누비고 있다. 말리노이즈, 셰퍼드, 리트리버 등으로 구성된 이 정예 구조견들은 인간의 1만 배 이상의 후각과 40배 이상의 청각으로 실종자들에게 희망이 된다. 최근 5년간 1000회가 넘는 출동을 통해 수많은 생존자를 구조했으며, 안타까운 이별의 현장에서도 고인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이러한 기록은 이들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우리 소방의 중요한 구조 자원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소방청은 구조견의 역량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한 중점 과제를 내실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대형 붕괴 및 매몰 사고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울산과 광주 붕괴 사고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음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수색할 수 있도록 특성화된 집중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1월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 당시, 김택수 소방장과 119구조견 한솔이 추가 붕괴 위험이 도사리는 험준한 사고 현장을 누비며 실종자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사진=소방청 제공)
또한 구조견 보급과 관리 체계 향상을 위해 노령 구조견의 임무해제를 제때 진행하고 우수한 훈련견을 새롭게 합류시켜 전국적인 출동 사각지대를 해소할 계획이다. 아울러 견사 시설 증축과 전문 사육 관리 인력 확충을 통해 구조견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평생 재난 현장에서 헌신한 뒤 일반 가정으로 무상 분양된 은퇴견들이 건강하고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의료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의구'의 충성에 무덤을 만들어 보답했던 우리 조상들의 마음처럼 국가를 위해 헌신한 동물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실천이기도 하다.
'국제 강아지의 날'인 오늘 119구조견들의 거친 숨소리와 발바닥에 새겨진 굳은살을 한 번쯤 떠올려 주시길 바란다. 소방청은 앞으로도 119구조견과 함께 생명 존중과 국민 안전 최우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