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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봄동의 인생역전

언 땅이 풀리자 봄동이 꽃처럼 피었다. 겨우내 잿빛이던 들판을 수놓은 첫 초록이다. 겨울이 길었던 해일수록 색은 더욱 선명하다. 요즘처럼 봄동이 사랑받은 봄도 없었다. 가히 봄동의 전성기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주 소비층이 20~30대라니 격세지감마저 든다. 누리소통망(SNS)과 유튜브에는 봄동 레시피와 먹방 영상이 넘쳐난다. 유명 연예인들까지 앞다퉈 봄동 콘텐츠를 올리며 열풍에 불을 붙였다. 수요가 늘자 가격도 크게 뛰었다. 지난해보다 80% 넘게 올랐다. 한 포기에 6000원을 넘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없어서 못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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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이 풀리자 봄동이 꽃처럼 피었다. 겨우내 잿빛이던 들판을 수놓은 첫 초록이다. 겨울이 길었던 해일수록 색은 더욱 선명하다.

요즘처럼 봄동이 사랑받은 봄도 없었다. 가히 봄동의 전성기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주 소비층이 20~30대라니 격세지감마저 든다. 누리소통망(SNS)과 유튜브에는 봄동 레시피와 먹방 영상이 넘쳐난다. 유명 연예인들까지 앞다퉈 봄동 콘텐츠를 올리며 열풍에 불을 붙였다. 수요가 늘자 가격도 크게 뛰었다. 지난해보다 80% 넘게 올랐다. 한 포기에 6000원을 넘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없어서 못 판다.

봄동 열풍의 중심에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있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SNS에서 화제가 되자 젊은층의 호기심이 움직였다. 호기심에 한번 맛본 사람들은 아삭한 식감과 씹을수록 올라오는 달큰함에 빠진다. 여기에 건강한 미식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이 맞물리며 봄동의 인기는 빠르게 퍼졌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단맛
사실 봄동은 특별한 품종이 아니다. 겨울을 난 봄배추에 붙인 이름이다. 하지만 맛만큼은 특별하다. ”봄동 맛은 가을배추도 한 수 접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잎을 씹으면 경쾌한 아삭 소리가 입안을 채우고 뒤이어 은근한 단맛이 올라온다. 이 맛을 만든 것은 바로 겨울이다. 봄동의 깊은 단맛은 추위를 견딘 대가다.

이것은 낭만적인 표현만은 아니다. 과학적 이유가 있다. 영하의 추위가 닥치면 봄동은 세포가 얼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분을 당분으로 분해한다. 당도가 높아지면 세포액의 어는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장 속도까지 느려지면서 맛은 더욱 농축된다. 겨울을 버틴 채소가 더 달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봄동도 한때는 실패작 취급을 받았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봄동은 납작배추 혹은 개장배추라 불렸다. 배추는 잎이 안으로 단단히 말리며 둥글게 자라야 상품성이 있었다. 그러나 겨울 추위에 속을 채우지 못하고 바닥으로 퍼진 봄동은 그저 모양이 망가진 배추로 여겨졌다.

1970~1980년대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봄동의 주 재배지인 남부 지역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유통망이 발달하면서 봄동도 상품성을 갖기 시작했다. 초봄에는 출하할 채소가 많지 않았다는 점도 호재였다. 봄동은 농가의 새로운 수익 작물로 주목받았다.

이 무렵 봄동 겉절이를 해먹는 또 하나의 ‘봄 김장’ 문화도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이를 ‘햇김치’라 부르기도 했다. 지금처럼 사시사철 겉절이를 먹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봄동은 식감과 풍미를 살리는 조리법이 가장 잘 어울린다. 무침이나 샐러드, 튀김처럼 열을 오래 가하지 않는 방식이다. 방송인 강호동이 과거 봄동비빔밥을 먹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과장이 아니었을 것이다.

갓 딴 봄동에 간장, 식초, 액젓, 참기름, 마늘로 만든 양념장을 더해 버무린 봄동무침은 도망간 입맛도 금세 돌아오게 한다. 일본식 덴푸라처럼 바삭하게 튀겨 유자 향의 폰즈에 찍어 먹어도 좋다. 한국식 전으로 살짝 부쳐 참기름, 설탕, 간장, 식초로 만든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다만 지나치게 익히면 식감과 풍미를 잃기 쉽다.

해외에서도 봄동과 비슷한 봄배추를 즐겨 먹는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식감과 맛을 살리는 조리법, 즉 열을 최소화하는 조리법이 많다. 유럽에서는 어린 봄배추 잎을 샐러드로 먹고, 일본에서는 ‘히라바나 하쿠사이(平葉白菜)’라는 봄배추 품종을 절임 반찬이나 무침으로 즐긴다. 중국에서는 센 불에 빠르게 볶아 아삭함을 살린다. 입맛은 세계 공통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맛있는 봄동을 고르는 법
맛있는 봄동을 고르는 몇 가지 요령이 있다. 너무 큰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몸집이 큰 봄동은 질길 수 있다. 속잎은 밝은 노란빛을 띠고 겉잎은 짙은 초록색이 선명한 것이 좋다. 잎은 꽃처럼 활짝 펴있고 뿌리 부분은 단단해야 한다.

다만 봄동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구입 후에는 씻지 않은 상태로 보관하고 먹기 직전에 씻는 것이 좋다. 마른 키친타월로 감싼 뒤 지퍼백에 넣어 냉장 보관하면 신선함을 조금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봄동은 영양도 풍부하면서 칼로리는 낮다. 눈 건강과 면역력에 좋은 비타민 A는 일반 배추보다 10배 이상 많다.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 식이섬유도 풍부해 항산화와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 열량은 100g당 15㎉로 양배추(23㎉)보다도 낮다.

속을 채우지 못해 실패한 배추라 불리던 봄동이 이제는 봄 식탁의 주인공이 됐다. 인생역전 봄동의 화려한 시절이 한때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인내 끝에 찾아오는 단맛처럼 봄동이 매년 이맘때 우리 식탁 위에 가장 먼저 봄을 알려주기 바란다.

채상우

먹는 게 좋아 미식을 좇는 일간지 기자. ‘헤럴드경제’에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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