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화려함으로는 설악산이 으뜸이고 장엄함으로는 지리산이 떠오른다. 기묘함으로 따지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산은 단연 마이산일 것이다.
마이산(馬耳山·687.4m)은 실루엣부터가 독특하다. 이름 그대로 말의 귀를 닮은 두 봉우리가 평평한 고원 위에 갑자기 솟아 있다. 멀리서 보면 지평선 위로 쫑긋 올라온 두 귀가 어른거리는 듯하다. 두 봉우리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고즈넉한 사찰이 모습을 드러내고 80여 기의 돌탑이 이어지는 생경한 풍경이 차례로 펼쳐진다.
이 길이 바로 진안고원길 1구간인 ‘마이산길’이다. 진안고원길은 전북 진안을 한 바퀴 도는 장거리 트레킹 코스로 100개의 마을과 50개의 고개를 넘는다. 총 14구간, 210㎞에 이른다. 그 긴 길의 첫 출발점이 마이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산이 지닌 상징성을 짐작할 수 있다.
산꾼들은 대부분 진안군 마령면에서 능선을 따라 마이산을 오른다. 하지만 제법 가파른 코스라 체력 부담이 크다. 그에 비해 진안고원길 1구간 마이산길은 마이산의 핵심 풍경만 골라 담은 길이다.
한눈 팔면 팔수록 더 진한 감동
진안만남쉼터에서 출발해 사양제를 지나 마이산 천황문~탑사~은천~서촌~마령면사무소로 이어지는 약 13㎞ 코스다. 진안고원길 완주가 목표라면 진안만남쉼터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지만 단순히 마이산의 정취를 즐기려면 북부예술관광단지 제1주차장에서 시작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1구간 곳곳에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두는 게 좋다.
길의 감동은 시작부터 밀려온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눈앞에서 점점 가까워지고 길 양옆으로는 농촌테마공원, 마이정원, 진안역사박물관이 차례로 발길을 잡는다. 곧이어 만나는 사양제는 작은 저수지이지만 수변 데크길을 따라 걸어보길 권한다. 마이산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트레킹을 즐기지 않는 여행객도 수면과 어우러진 마이산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이다. 이정표만 따라 걷지 말고 길을 벗어나 한눈을 팔수록 길의 감동은 더 깊어진다.
이제 숲길로 접어든다. ‘연인의 길’이라 불리는 구불구불한 오솔길이 마이산 입구인 천황문까지 이어진다. 천황문에서는 정상인 암마이봉으로 오를 수 있다. 오르막이 가파르지만 시설이 잘 정비돼 초보자도 도전해볼 만하다. 정상에 서면 남덕유산에서 육십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천연기념물 나무부터 구국일념 돌탑까지
천황문을 넘어 내려서면 은수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은 절에는 천연기념물이 두 개나 있다. 하나는 줄사철나무 군락이다. 절벽에 기대어 자라는 특이한 나무로 이곳 군락은 우리나라 내륙지방 북방 한계선에 해당해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청실배나무다. 한국 재래종으로 조선 태조가 심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희귀할 만큼 크게 자란 고목이다.
은수사에서 한 굽이 내려가면 마이산에서 가장 신비로운 장소인 탑사가 나타난다. 자연석으로 쌓은 높이 1~13.5m의 돌탑이 무려 80여 기 운집해있다. 자세히 보면 봉우리 절벽에 풍화작용으로 난 구멍 속에도 작은 돌탑이 쌓여있다.
조선 후기 이갑룡이 구국일념의 정신으로 쌓았다고 전해지는 탑들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역암 봉우리 두 개와 돌탑이 어우러진 풍경은 2011년 미쉐린 그린가이드 한국편에서 별 3개 여행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은 약 7000만 년 전 융기하며 형성된 지질 유산이다.
탑사를 지나 은천마을과 마령면으로 이어지는 길은 앞서 만난 절경에서 받은 감동을 차분히 되새기며 걷기 좋은 구간이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탑사에서 탑영제까지 들러보자. 전국에서 가장 늦게 벚꽃이 피는 명소로 유명하다.
서현우 월간<산> 기자
교통
진안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가 수시로 마이산 북부까지 운행한다. 첫차 7시 30분, 막차 18시 20분. 하루 11회.
마령면사무소에서 진안버스터미널로 돌아가는 농어촌버스도 여러 편 있는데 택시를 타고 진안버스터미널이나 아예 임실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