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투자 💰 지원사업 🚀 K-Startup 🏦 정책자금 🏛 나라장터 📰 보도자료 📋 정책뉴스
📋 정책뉴스

아동학대 맞서 거리로 나선 10년 분노의 외침이 법을 바꾸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학대 피해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아동학대 예방 활동에 뛰어든 배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13년 ‘울산 계모 살인 사건(이하 울산 사건)’ 피해 아동 고(故) 이서현 양 생모와의 인연으로 이 일에 발을 들일 당시만 해도 남을 위한 삶은 길어야 1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울산 사건은 아이의 갈비뼈 24개 가운데 16개가 부러질 정도의 학대 끝에 숨지게 한 참혹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폭행 끝에 아이가 죽
#K-공감 #정책브리핑

”1년 정도만 하고 내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학대 피해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아동학대 예방 활동에 뛰어든 배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13년 ‘울산 계모 살인 사건(이하 울산 사건)’ 피해 아동 고(故) 이서현 양 생모와의 인연으로 이 일에 발을 들일 당시만 해도 남을 위한 삶은 길어야 1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울산 사건은 아이의 갈비뼈 24개 가운데 16개가 부러질 정도의 학대 끝에 숨지게 한 참혹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폭행 끝에 아이가 죽었는데도 살인이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지자 분노는 들불처럼 번졌다. 비슷한 사건이 경북 칠곡에서도 이어지면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엄마들이 거리로 나섰다.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외침과 함께 피켓 시위와 서명운동이 이어졌다. 결국 울산 계모는 항소심에서 살인죄가 적용돼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국회를 통과했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공 대표가 있었다. 그는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하늘소)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화력을 모았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평범한 엄마로 경찰서나 법원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지만 한번 잡은 손을 놓기는 힘들었다. ”우리 아이가 죽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의 절박함이 그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하늘소를 전신으로 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를 이끌고 있다. 대아협은 지난 10여 년간 정인이 사건 해결,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등 굵직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특히 2020년 정인이 사건 당시에는 양부모의 지인들을 설득해 학대 정황을 수집하는 등 수사와 제도 개선에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아동학대 사건은 반복되고 있다. 그가 여전히 마이크를 들고 거리로 나서는 이유다. 서울 당산동 대아협 사무실에서 공 대표를 만났다.

개인 사업까지 접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울산 사건에 매달리다 보니 사업에 손을 놓게 됐다. 일부러 접은 건 아니다. 처음에는 잠깐 돕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사건 이후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계속 찾아오더라. 뭘 바꾸겠다는 거창한 생각보다는 불합리한 걸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엄마들의 힘이 대단했다.
처음에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모든 자료를 공개했다. 누구나 퍼갈 수 있게 했더니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모르면 몰라도 알면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나. 그 분노가 모여 시위로 이어졌다. 시위를 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피켓도 손으로 써서 들고 나갔다. 그전에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기관만 있었지 아동학대 사건의 구심점이 될 만한 단체가 없었다. 특례법 제정 때는 3만여 명의 회원이 국회와 방송국 앞에 모였고 서명운동을 벌였다. ‘우리 아이들 좀 살려달라’고 의원실마다 전화를 얼마나 걸었는지 전화가 먹통이 될 정도였다.

정인이 사건 때는 검찰에 근조화도 보냈다.
기소 당시 살인이 아닌 학대치사 혐의였다. 8년 전 울산 사건과 상황이 같았다. 그동안 나아진 게 없었다. 정의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담당 지검 앞에 근조화를 줄세웠다. 회원들이 3교대로 시위를 했다. 엄청 추웠지만 새벽 6시 반부터 나가기도 했다.

아동학대범죄 처벌 수준이 높아졌다.
울산 사건 때 ‘살인죄 처벌’을 외치니 어떤 분이 ‘우리나라에서는 아동학대로 살인죄를 적용받은 판례가 없으니 아동학대 치사에서 제일 무거운 형을 이끌어내는 게 현명할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더라. 그래도 상식을 믿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순 없지만 자꾸 두드리다 보면 왜 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생길 테고 그러다 보면 굴착기를 가져와서 바위를 깨줄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나. 우리는 그저 외칠 뿐이다.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주장한 배경이 궁금하다.
2015년에 어린이집에서 김치를 안 먹는다고 교사가 아이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그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CCTV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더라. 그런데 CCTV 설치 여부가 어린이집 자율이라고 하더라. 10여 년간 의무 설치 논의가 이어졌지만 반대가 심해 도입이 안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회에서 이 법이 또 부결되는 걸 보고 국회의원 낙선운동까지 벌였다. 반대하거나 기권한 의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통과가 됐다.

협회 활동에 대한 비판도 있었을 텐데.
특례법 도입을 주장할 때 ‘아줌마들이 날뛴다’는 말도 들었고 정치하려는 거냐는 오해도 받았다. CCTV 설치 의무화 추진 때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정치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 능력도 돈도 없다.

활동을 접고 싶은 적은 없었나.
정인이 사건 때 상황이 정말 어려웠다. 직원들 월급도 못 줬다. 한 달 후원금이 50만~60만 원 정도였다. 내부에서도 그해 12월까지만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인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협회 가입자가 늘기 시작했다. 들어오는 분마다 후원금을 내줘서 문을 닫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신기하게도 그만두려고 할 때마다 다시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

정인이 사건 전까지는 무보수로 일했나.
그렇다. 울산 사건 때 시위 비용 마련을 위해 1만 원씩 걷자고 해서 1300만 원이 모였다. 그 돈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급여는 못 받았지만 차비 정도는 받았다. 집으로 가스요금, 전기요금 체납 고지서가 날아올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배우 김혜자 선생님이 한 말이다. 이를 인용한 건 한 대가 두 대가 되고, 두 대가 세 대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처음부터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폭력은 분명히 습관화된다. 너무 많은 사례를 봤다.

우리나라 아동학대 발견율은 어느 정도인가.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정인이 사건 때 경각심이 높아져서 잠시 오르긴 했지만 다시 떨어지더라. 길에서 부모가 아이를 때리면 말리지만 집에서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한 소리가 나도 쉽게 신고하지 않는다. 훈육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이가 더 혼날까봐, 내가 신고한 게 드러날까 봐 등의 이유에서다. 근데 아무 생각하지 말고 신고해 달라. 만약 학대당한 게 아니고 아이가 아파서 울고 있었다면 다행이고, 사실이라면 아이를 구하는 일이다.

학대가 대물림된다는 지적도 있다.
‘오늘도 아이를 때렸다’고 울면서 전화하는 부모들이 굉장히 많다. 이런 분들 특징이 ‘왜 때렸냐’고 물으면 아이 잘못을 고쳐주려고 했다고 한다. 본인도 부모로부터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부모 교육이 꼭 필요하다.

학대 피해아동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아이들과 1대1 멘토를 연결해 8박 9일 동안 제주도를 한 바퀴 걷는 프로그램이 있다. 휴대전화, 신분증, 현금 등을 맡기고 시작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싫어도 완주를 할 수밖에 없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른에 대한 불신을 씻고 마음을 열게 된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 눈빛부터 달라진다. 한 번 완주한다고 아이의 삶이 완전히 바뀌진 않겠지만 이 경험이 분명 밑거름이 돼 삶의 고비를 맞았을 때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협회 운영 방향이 ‘치유’로 옮겨간다고.
제도 개선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본다. 이제는 피해자 치유에 더 집중하고 있다. 간식·물품 지원부터 스키·물놀이 같은 체험 프로그램, 심리치료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 아이들이 사랑을 경험해야 그다음 세대가 달라진다고 믿는다.

고유선 기자

🔗 원문 공고 바로가기

외부 기관의 공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최신 정보는 원문을 확인하세요.

← 목록으로
🔗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