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이 거의 무너지고 국제 경쟁이 돼버렸습니다. 국제 경쟁은 도시 중심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있어요. 도시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광역화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시대적 추세가 됐습니다. 5극 체제로 편제해 성장 전략을 취하려면 지역 연합을 넘어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3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충북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충북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일극 구조를 ‘5극3특’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재차 강조했다.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며 지역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10년 동안 청년층의 수도권 순이동은 연평균 5만 6000명에 달한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 구조는 국가 전체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정 지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불균형 성장 전략과 중앙부처 주도의 기존 균형발전 정책만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제시된 것이 5극3특 체제다. 5극은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대구·경북을 아우르는 대경권, 충청권 중심의 중부권, 광주·전남을 포괄하는 호남권 등 다섯 개 초광역 권역을 의미한다. 권역 간 협력을 통해 산업·교통·행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3특은 제주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를 가리킨다. 이들 지역에는 자치권과 규제 특례를 확대해 지역별 특화 발전을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강조해왔다.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광역 통합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 국토는 지방주도성장을 이끌 5극3특 체제로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대원칙을 정부의 모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주요 성과로 ▲지방주도성장의 국정 어젠다화 ▲출범 100일 만의 5극3특 균형성장 설계도 완성 ▲6개월 만의 범정부 추진체계 가동 ▲행정통합 논의와 파격적 정부 지원을 연계한 지방주도성장 구조 전환 등을 제시했다. 3월 초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합동 워크숍’에서 지방시대위는 ”서울에 집중돼 있던 성장 구조를 전국이 함께 도약하는 체제로 재편하는 대전환이 시작됐다“며 ”이제는 설계를 넘어 성과로 증명해야 할 단계“라고 밝혔다. 아울러 ”범정부 추진체계를 가동해 부처별 핵심 사업을 국토공간 대전환 전략 아래 통합했다“며 균형성장은 정부 시스템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국토공간 대전환 범정부 협의회 출범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는 국가 잠재성장률 3% 이상, 비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5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한 국가 균형성장 청사진이다. ▲5극3특 경제권(성장과 집중) ▲5극3특 생활권(연결과 확산) ▲행·재정기반 구축 등 3대 분야 11개 전략과제, 144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이 전략을 뒷받침하는 범정부 추진체계도 마련됐다. 2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토공간 대전환 범정부 추진협의회’에서는 지방주도성장 추진을 위한 8대 과제가 확정됐다. ‘국토공간 대전환 프로젝트’는 수도권 초과밀화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토를 균형 있게 활용해 지역 간 격차 없이 기본적인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토·산업·교육인재 체계를 재설계하는 방안이다. 협의회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장관과 지방시대위원장, 금융위원장,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여한다.
정부는 세종시를 정치·행정을 아우르는 행정수도로 완성하고 5극3특 특화성장을 통해 3개 초광역 수도권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권역별 성장엔진을 선정하고 광범위한 규제 특례와 지원 패키지도 마련한다.
지역 거점 국립대학에는 5극3특 성장엔진과 연계한 특성화 단과대를 육성해 지역인재 발굴을 지원한다. 인구감소지역에는 인구·기업·일자리 등을 공급하는 거점도시를 조성하고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유인체계를 마련한다. 또한 정부 재정과 정책을 지방 우대 중심으로 전면 재설계하고 초광역권 내 거점도시 간 이동시간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해 권역 간 연결성을 높인다.
특히 정부는 행정수도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을 추진하고 국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행정·입법의 핵심 공간인 국가상징구역을 조성할 계획이다. 세종집무실은 2029년 8월 입주를 목표로 건축 설계 공모가 진행 중이며 국회세종의사당은 5월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당선작’을 선정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행정수도로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행정수도특별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세종시는 이에 맞춰 세종시법 개정을 추진한다. 행정수도 지위는 특별법에 명시하고 행·재정 특례와 자족기능 강화를 위한 사업 특례 등은 세종시법에 규정할 계획이다.
서울~거제 2시간 50분, 고속철도로 더 가깝게
5극3특 초광역권 성장의 기반이 될 교통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철도 접근성이 낮아 이동이 불편했던 경북·경남 내륙과 남해안을 연결하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토부는 2월 초 경남 거제시 견내량 인근에서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 착공식’을 열었다.
이 철도는 경북 김천시에서 경남 거제시까지 총연장 174.6㎞를 잇는다. 개통되면 KTX-청룡이 하루 50회 운행될 예정이다. 서울~거제 이동시간은 4시간 30분~5시간(버스·승용차 기준)에서 2시간 50분대로 단축될 전망이다. 서울~경남 진주 구간도 기존 3시간 30분에서 2시간 20분으로 줄어든다. 경남 사천·창원 등 인근 지역의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망 확충과 함께 지역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수산 현장에서 선도하겠다며 ‘지역별 맞춤형 수산 발전방안’ 수립에 착수했다. 첫 대상지는 강원특별자치도다. 해수부는 강원 지역의 급격한 어종 변화와 산업구조를 분석해 지방정부와 함께 ‘강원권 수산발전전략(안)’의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혁신 방안과 강원 수산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해수부는 강원권을 시작으로 제주, 전남, 경남·부산 등 전국 6개 권역을 순차적으로 찾아 지역 어업인과 지방정부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 대상 예외 기준을 최소화해 더 많은 기관이 지방 이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이전 기관이 지역 성장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역 특화 산업과 혁신 역량을 고려한 배치 방안도 준비한다. 단순한 ‘나눠먹기식’ 분산 이전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연계된 전략적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근하 기자 ‘5극3특 균형성장’ 지역과 함께 찾는다 ”5극3특 지역성장의 길, 현장에서 찾는다“
주요 권역 간담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5극3특 지역성장 방안’을 지역과 함께 모색하기 위해 1월 22일 전북을 시작으로 2월까지 수도권 제외한 주요 권역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산업부는 ‘지역에는 성장을, 기업에는 활력을’이라는 비전 아래 지역이 경제성장의 주체이자 산업의 중심축으로 도약하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첫 방문지인 전북에서는 지역기업과 청년근로자, 혁신기관 등이 참여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청년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산업단지 혁신 방안과 전북을 재생에너지 중심의 서해안 거점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김 장관은 ”산업단지가 생산 공간을 넘어 사람이 모이고 머무는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남권에서는 제조 인공지능 전환(M.AX) 확산을 통한 제조혁신과 주력산업의 상생 생태계 구축 방안 등이 논의됐다. 특히 최근 완성차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1·2·3차 협력업체가 겪고 있는 경영과 투자, 사업 전환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김 장관은 ”M.AX를 중심으로 한 제조혁신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경권에서는 희토류 관련 기업 간담회와 함께 지역인재 육성 방안이 논의됐다. 청년 참석자들은 로봇ㆍ자동차산업의 인공지능(AI) 융합을 선도할 인재 양성과 대학원생 역량 강화 프로그램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에 김 장관은 ”교육에서 산업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인재 지원체계가 갖춰지도록 관계부처, 지방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방문지인 경남 창원시에서는 산업단지를 AI·로봇 기반의 첨단 클러스터로 전환하는 방안과 방산·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다뤄졌다. 산업부와 창원대학교는 산·학·연 협력을 기반으로 산업단지 AX 추진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