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 3년 전만 해도 같은 꿈을 꾸던 두 창업자가 지금은 변호사를 통해 대화하고 있습니다. 5대 5로 나눴던 지분, 완벽해 보였던 파트너십이 3년의 시간을 거치며 금이 갔기 때문입니다. 사업 방향, 투자금 사용, 인력 채용 등 중요한 결정 앞에서 매번 두 사람은 엇갈렸고, 공동창업자 간 약정서 없이 정한 5대 5 지분 구조는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외줄타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습니다. ”우리 사이에 무슨 계약서야“라며 믿음으로 시작했다가 법정에서 마주하는 공동창업자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약서가 없다고 해서 권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계약서 작성 유무와 관계없이 동업의 실질을 따져 권리를 보호합니다. 다만 처음부터 계약서를 갖춰둔다면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5대 5 지분이 위험한 이유
두 사람 이상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각자 출자하고 함께 사업을 운영한다면 이런 관계는 민법상 ‘조합’에 해당합니다.(민법 제703조)
가령 두 사람이 함께 창업해 한 사람은 디자인·생산을 맡고 다른 사람은 마케팅·유통을 담당하며 브랜드를 함께 키웠다면 법원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합 관계를 인정합니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고 공동의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창업 초기 5대 5 지분 구조는 가장 공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불안정한 구조입니다. 한쪽이 반대하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업 방향이든, 투자금 사용이든, 직원 채용이든, 의견이 엇갈리는 순간 사업은 멈춥니다.
갈등을 막으려면 처음부터 의견 충돌을 해결할 장치를 만들어둬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 분야는 A가, 재무 분야는 B가 최종 결정권을 갖도록 역할을 구분하거나 이사회에 중립적인 제3자를 두는 방식, 합의가 안 될 때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기로 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주 큰 기업으로 성장한 한 기업은 창업 초기 공동창업자끼리 ‘의견이 갈리면, 최대한 의논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가위바위보로 결정한다’는 기준을 두어 갈등을 방지했습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장치 없이 의사결정권을 5대 5로 정해두면 사소한 의견 차이도 회사를 흔드는 분쟁으로 번집니다.
지분에 대한 합의가 없는 경우 법원의 판단은?
공동창업자 간에 명확한 지분을 정해두지 않아 분쟁이 생기는 경우 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와 증거를 바탕으로 각자의 기여도를 판단합니다.
●수익 배분 방식을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이메일
●계좌 입출금 내역, 세금 신고 내역 ●실제로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 ●초기 창업비를 얼마씩 댔는지
●도메인·누리소통망(SNS) 계정을 누가 실질적으로 관리했는지
동업을 끝내고 싶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첫째는 ‘탈퇴’입니다. 나는 나오고 사업은 남기는 것이지요.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동업이라면 언제든 탈퇴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16조 제1항) 단 사업에 불리한 시기에 떠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해산청구입니다. 사업 자체를 끝내는 겁니다. 신뢰 관계가 무너져 더 이상 함께 운영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법원에 조합 해산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20조) 법원은 파트너 간 반목·대립으로 원활한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부득이한 사유로 봅니다.(대법원 1993. 2. 9. 선고 92다21098 판결 동업권확인 등)
해산이 결정되면 잔여 재산을 평가하고 나누는 청산 절차를 밟습니다.(민법 제724조) 탈퇴하거나 청산할 때 지분은 금전으로 돌려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민법 제719조) 법원이 동업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주장을 탈퇴 및 출자액 반환 청구로 처리한 사례도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05. 10. 18. 선고 2005가합583 판결)
공동창업자 간 동업을 종료하는 경우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를 배분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재직 중 개발한 기술이나 노하우가 누구 것인지, 퇴사 후 동종 업계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지도 실질 관계를 기준으로 따지게 됩니다.
실제로 공동창업자이자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영업비밀을 관리하던 사람이 퇴사 후 이를 유출한 사건에서 법원은 퇴직 시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를 무단 반출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06. 25. 선고 2019노1113 판결)
지분은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계약서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각자가 출자한 금액의 비율에 따라 지분이 결정됩니다.(민법 제711조) 다만 실제 기여도가 다르다면 이를 입증해 그에 상응하는 지분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창업자금을 얼마나 부담했는지, 어떤 역할을 얼마나 오래 수행했는지, 수익을 어떻게 나눠왔는지 등이 모두 기여도를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탈퇴 시 지분은 해당 시점의 조합 재산 상태를 기준으로 계산합니다.(민법 제719조)
파트너가 수익을 숨기거나 자금을 몰래 빼돌린 사실이 확인되면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민법 제390조) 브랜드를 혼자 쓰거나 투자금을 개인 용도로 쓴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법(法)의 어원을 살펴보면 물(水)이 가는(去)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물이 순리대로 흘러야 하듯 함께 일군 성과는 기여한 만큼 나눠야 하는 것이 법의 이치입니다. 공동창업자 간 약정서는 서로를 의심해서 쓰는 게 아닙니다. 신뢰를 지키기 위해, 그 신뢰가 흔들렸을 때 돌아올 자리를 만들기 위해 쓰는 것입니다.
장변의 돈이 되는 Tip
동업 시작 전, 이것만은 챙기세요
1. 사이가 좋을 때 약정서를 써 두세요. ‘관계가 좋을 때 만들어둔 규칙이 어려운 시기를 버티게 해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분 비율, 역할과 책임, 의사결정 방식, 탈퇴 시 지분 처리 방법을 처음부터 문서로 남겨두세요.
2. 5대 5 비율을 원한다면 갈등 해결 장치를 반드시 넣어두세요. 영역별 최종 결정권 지정, 이사회 내 중립적
제3자 참여, 합의 불가 시 외부 전문가 의견을 따르는 조항 중 하나 이상은 꼭 넣어야 합니다.
이러한 장치가 없으면 의견이 갈릴 때마다 사업이 멈춥니다.
3. IP와 영업비밀 조항을 빠뜨리지 마세요. 창업 전부터 갖고 있던 기술, 재직 중 만든 결과물의 귀속 방식,
퇴사 후 경업 제한 조건을 약정서에 명시하세요. 공동창업자의 영업비밀 유출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합의 내용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세요. 수익 배분, 역할 분담, 비용 처리에 관한 이야기는 말로만 주고받지
마세요. 문자나 이메일로 확인해두지 않으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를 놓치게 됩니다.
장영화
기업의 시작과 성장을 돕는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이자 창업 15년 차 기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