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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고 있나요? ‘사유와 자유의 섬’에서 해답을 찾아보세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주인공이 갈탄 광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거든요. 이 돌은 그 광산을 모티프로 만든 거예요. 조르바는 광산이 무너지면서 사업이 망하는데 제 책방은 망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았죠.“ 옛 공구상점과 최신 카페들이 뒤섞인 부산 부산진구 전포공구길에 자리한 책방 ‘크레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곧장 보이는 거대한 돌 조형물을 가리키며 강동훈 대표가 말했다. 해변의 암벽을 연상케 하는 울퉁불퉁한 벽면 디자인, 강렬한 버건디(진한 자줏빛) 색감의 책장 등 독특한 인테리어 역시 ‘그리스인 조르바’를 모티프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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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서전로 47번길 27 2층

인스타그램 @bookspace.crete ※ 운영시간은 인스타그램 참고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주인공이 갈탄 광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거든요. 이 돌은 그 광산을 모티프로 만든 거예요. 조르바는 광산이 무너지면서 사업이 망하는데 제 책방은 망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았죠.“

옛 공구상점과 최신 카페들이 뒤섞인 부산 부산진구 전포공구길에 자리한 책방 ‘크레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곧장 보이는 거대한 돌 조형물을 가리키며 강동훈 대표가 말했다. 해변의 암벽을 연상케 하는 울퉁불퉁한 벽면 디자인, 강렬한 버건디(진한 자줏빛) 색감의 책장 등 독특한 인테리어 역시 ‘그리스인 조르바’를 모티프로 했다. 소설의 배경인 크레타섬과 그곳에 자리한 크노소스궁전의 색을 빌린 것이다. ”손님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의 상징인 조르바처럼 마음껏 사유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강 대표의 뒤로는 조르바의 창조주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병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는 그리스어가 벽면 깊숙이 새겨져 있었다.

‘삶에 질문 던지는 책’만 모아
‘사유와 자유의 섬’을 모토로 하는 책방의 서가는 체계적이고 세심한 큐레이션이 돋보였다. 약 50㎡(15평)의 책방 한쪽 벽면을 꽉 채우는 버건디 색깔의 책장은 ‘셀프-리딩-브랜딩-로컬-스페셜’ 등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 책을 통해 자기다움을 찾고, 그것을 위한 읽기를 통해 생각을 다듬고, 자신을 브랜딩한 뒤 지역사회와 가치를 나눈다는 강 대표의 책 읽기 알고리즘을 시각화한 것이다. 마지막 스페셜 서가는 분기마다 한 곳의 출판사와 협업해 꾸리고 있다.

이 밖에 ‘커리어 사춘기’, ‘가족이라는 세계’, ‘부산 이웃작가의 소설’, ‘함께 읽기 좋은 책’ 등 5000여 권의 책을 30여 가지 주제로 세분화해 놓았다. ‘수많은 책 중에 내 마음에 쏙 드는 한 권을 발견하게 하는 힘은 섬세한 큐레이션에서 나온다’는 게 책방지기의 생각이다.

이처럼 문학과 비문학을 경계 없이 다루는 덕에 이곳을 찾는 이들의 연령도 직업도 다양하다. 다만 수많은 책 사이에 공통점은 있다. ‘삶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강 대표는 손님에게 먼저 다가가 책을 추천하거나 책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다. ”책방지기는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게 좋을지 아닐지까지 세심하게 고민하거든요. 저는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쪽이에요. 고요한 책방이기보단 대화가 많은 동네 사랑방을 지향합니다.“

취준생 인생 화두 바꾼 ‘조르바’
강 대표가 책방을 차리기로 결심한 것은 3년 전. 그간 해오던 토목 관련 일을 완전히 접고 새롭게 뛰어든 세계였다. 아직 어린 두 자녀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의 무게는 버거웠지만 40대가 되기 전에 책을 삶의 중심으로 옮겨오고 싶다는 열망을 꺾진 못했다. 이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삶의 강력한 동력이 돼준 것이 ‘조르바’였다. 소설 속 주인공은 현실에선 그 누구도 던진 적 없는, 바로 그가 말한 ‘삶의 질문’을 처음으로 건넨 존재였다.

”군대 동기가 열렬한 독서광이었는데 말할 때마다 책을 인용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평생 책과는 담을 쌓고 살다 제대 후 모임을 만들어 책을 파기 시작했죠. 그즈음 만난 ‘조르바’가 제 삶에 거대한 물음표를 던졌어요.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질문을 바꿨죠. ‘그렇다면 내가 가장 꾸준히 해온 일은 뭘까?’ 그게 독서모임이더라고요. 어느 순간 취준생 친구들의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고 책을 통해 맺어진 관계에서만 소통이 가능했어요. 그래, 이거다! 그때부터 모임을 대대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가 끝나자마자 책방을 열었습니다.“

”외로운 독서는 그만, 책은 같이 읽어야“
‘크레타’의 기반은 독서모임이다. 매주 적게는 2회, 많게는 5회 이상 책방에서 모임이 진행된다. 그 기반은 강 대표가 20대부터 16년째 운영 중인 ‘사과’다. 한때 200명이 넘는 회원을 자랑했던 부산 최대의 독서모임 ‘사과’는 지금도 13개 모임을 운영 중이다. 2025년 한 해에만 무려 137번의 독서모임이 열렸다.

강 대표는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을 회원들이 낭독하는 ‘이상한 목소리’와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선정한 이달의 책을 읽는 모임을 이끌고 있다. 이밖에 심리상담가가 참여하는 모임, 그리스 인문학을 읽는 모임, 과학서적만 탐독하는 모임도 있다. 그간 독서모임에서 특히 사랑받은 책으로는 서른여섯에 폐암 판정을 받은 의사 폴 칼라니티가 죽기 직전까지 삶을 기록한 ‘숨결이 바람 될 때’, 한국인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폴 윤의 ‘벌집과 꿀’, 철학자 다이앤 엔스가 외로움에 대해 사유한 ‘외로움의 책’ 등이다.

그런데 혼자 책 읽기도 힘든 때에 굳이 함께 읽어야 할 이유는 뭘까? ”책은 함께 읽을 때 훨씬 더 깊고 넓게 사유할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답이다.

”독서엔 ‘쌓는 독서’와 ‘허무는 독서’가 있다고 해요. 전자는 내 생각을 더욱 견고히 하는 것이고 후자는 기존의 생각을 무너뜨리고 타인의 관점을 받아들임으로써 세계관을 확장한다는 의미죠. 쌓는 독서에서 허무는 독서로 나아가려면 평소 읽지 않던 책도 보고 같은 작품에 대한 다른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가장 좋은 게 같이 읽는 겁니다.“

‘함께 읽기’의 또 다른 축은 매주 열리는 북토크다. 지난 3년간 김영하, 김중혁, 은유, 오은 등 유명 작가의 방문이 줄줄이 이어졌다. 요즘엔 ‘부산을 대표하는 책방’으로 알려지면서 출판사나 저자가 먼저 행사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반응이 좋은 건 ‘낭독모임’이다. 강 대표는 ”한 작품이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완성되는 순간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감각된다“며 ”독자보다 작가가 더 감동을 받고 돌아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에게 책 선물, 손님에겐 커피 한 잔
이곳에서 나누는 것은 지식만이 아니다. 손님이 미리 책값을 지불하고 가면 청소년이 무료로 책을 살 수 있는 ‘책 사줄게’ 프로젝트는 100회를 훌쩍 넘었다. 인근 상인들의 마케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소상공인 역량 강화 북토크’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손님에겐 무료로 차와 커피를 내어주는데 ‘총알배송’ 시대에 애써 먼 길을 찾아와준 이들을 위한 환대이자 배려다. 향후엔 부산의 로컬 상점들과 함께 ‘독서여행 키트’를 만들어 여행하며 책 읽기의 경험과 재미를 나눌 생각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사유와 자유의 섬’ 안에서 책방지기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얼핏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매순간이 그렇지만은 않을 터. 강 대표는 10여 년 전 ‘조르바’가 던진 질문에 뭐라고 답할까.

”‘나는 자유로운가? 나답게 살고 있나?’ 자문해 보면 그건 평생 추구해야 할 가치인 것 같아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작은 책방 안에서 제가 충분히 행복하다는 겁니다. 넉넉하진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부족함 없이 키워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과분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들도 이곳에서만큼은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지 잠시 삶에 물음표를 띄워보면 좋겠어요. 함께 ‘크레타’에서의 항해를 더 멀리, 더 오래 이어가고 싶습니다.“

조윤 기자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지금 읽기 좋은 책’ GV 빌런 고태경

정대건(문학동네)
베스트셀러 ‘급류’를 쓴 정대건 작가의 데뷔작이 재출간됐다. 첫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지내는 영화감독 ‘혜나’가 GV(영화 상영 후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에서 뜻밖의 빌런(악당)을 만나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구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대건 작가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꼽은 소설이다.

뭐 어때

오은(난다)
오은 시인이 2020년부터 5년간 기록한 산문집. 시인은 짜증이 날 때나 울화가 치미는 순간 자주 떠올리는 말,

웃을 일 없는 요즘 비상약처럼 갖고 다니는 말이 ‘뭐 어때’라고 말한다. 일상 속 작은 사건들로부터 얻은 성찰이 담긴 책은 비오는 날 우산이 뒤집히고 엉덩방아를 찧는 순간에도 ‘뭐 어때’ 하고 웃음 지을 수 있는 긍정의 씨앗을 심어준다.

좋아서 그래

이병률(달)
출판사 달에서 선보이는 ‘여행그림책’ 시리즈로 ‘여행에세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이병률 시인의 산문집이다. 등단 후 시집 한 권 내지 못해 막막해하던 시절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들었던 프랑스 파리로 되돌아가 쓴 작가의 여행기다. ‘사랑을 경유해 사랑으로 가는 사람들’이 사는 파리에서 시인이 발견한 장면들이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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