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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반도 심포지엄 기조연설

통일부와 연합뉴스가 한반도 심포지엄을 공동 주최한 지 올해로 10년째입니다. 먼저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황대일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님과 공동 주최로 수고해 주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오늘 자리를 빛내주신 국내외 석학, 전문가 그리고 청중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늘 심포지엄에서 제가 밝히듯이 우리는 지금 글로벌 복합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연설문 #정책브리핑

통일부와 연합뉴스가 한반도 심포지엄을 공동 주최한 지 올해로 10년째입니다.

먼저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황대일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님과 공동 주최로 수고해 주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오늘 자리를 빛내주신 국내외 석학, 전문가 그리고 청중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늘 심포지엄에서 제가 밝히듯이 우리는 지금 글로벌 복합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충돌, 공급망 교란, 에너지 위기, 이 모든 것들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극적인 합의로 중동의 포성은 잦아들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중 간 전략경쟁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는 도전요인입니다.

이런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길은 더욱 험난한 여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지 7년 반, 북미 대화가 멈춰 선 지도 7년입니다.

역사는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자, 현실의 매너리즘을 깨뜨리는 칼이며, 미래를 가리키는 나침판입니다.

이제 우리는 지난 30년의 역사를 엄중하게 돌아보고, 고착된 한반도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해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거울에 비친 역사를 돌아보며, 지난 30년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1992년 5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에 처음 신고했던 플루토늄 추출량은 단 90g이었습니다.

그런데 34년이 흐른 2026년 현재, 얼마 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50개에서 60개로 늘려 잡았습니다.
핵물질 90g 신고가 맞냐, 틀리냐. 하는 문제가 30년 뒤, 핵탄두 60개 문제로 커져 버렸습니다.

이것은 명백하게 정책의 실패입니다. 정치의 실패입니다.

전통적인 대북 강경론자인 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조차도 최근 저명한 Foreign Affairs 기고를 통해서 "미국이 비핵화에만 집착하는 기존의 접근법과 제재에만 의존하는 전략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면서 대북 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바 있습니다.

북한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는 바탕 위에서 군축과 비확산을 위한 실질적인 북미 대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30년, 돌이켜보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네 차례의 결정적인 '관여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는 외교적 협상과 해결의 플랫폼이었지만 중유 공급 중단, 그리고 경수로 건설 지연으로 파기됐습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은 6자 회담을 통해 평화체제를 상호 연계한 역사적인 이정표였습니다.
그러나 BDA 금융 제재라는 돌발 악재에 가로막혔고,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며,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감행했습니다.

이후,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에 따라서 9.19 합의로 돌아가자고 하는 2007년 2.13 합의가 마련됐지만, 핵물질 신고와 검증 방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6자 회담은 멈춰버렸습니다.

대화가 부재했던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강조했고, 이 기간 동안 북한은 네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하며, 핵 능력을 고도화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 간 합의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그리고 평화체제 전환, 그리고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결렬됐습니다.

이 장기화된 교착 국면 속에서 미국은 제재를 강화했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정작 한반도 평화의 근본인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실질적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한반도는 법적으로, 기술적으로 여전히 전쟁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사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미 70년 전에 평화체제로 갈 수 있는 제도적 약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 제4조 60항에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정전협정 조인 후 3개월 내에 고위 정치회의를 소집하여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문제를 협의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실제로 195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아홉 나라가 참여한 가운데 고위 정치협상이 열렸습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외교적 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협상이 공전되면서 평화협정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한반도 허공을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세 가지 냉혹한 걸림돌이 작용했습니다.

첫째, 당사자 문제였습니다.
냉전 시기에 북한은 한반도 평화의 직접 당사자인 남한을 철저히 배제한 채, 오직 북미 간에만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둘째, 남한 내부의 안보적 우려였습니다.
과거 남한은 평화협정 체결이 주한미군 철수로 직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평화체제 논의 자체를 공론화하지 못하고 기피해 왔습니다.

셋째, 1992년 이후 본격화된 '북핵 문제'가 있습니다.
불신 속에 싹 튼 북핵 문제는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길목마다 거대한 바위처럼 가로막아서 최대의 장애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멈춰 서 있지 않았습니다.
2000년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화해 협력 시대의 도래 속에서 우리를 주저하게 만들었던 걸림돌들이 다시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전략적 이해가 넓어졌고, 남한을 배제해야 한다는 북측의 주장이 변했습니다.

그 결실은 합의문으로 서명됐습니다.
2007년 10·4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맥락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며 정전 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간다는 문구로 명확히 재현되었습니다.

마침내 '당사자 문제'와 '안보적 우려'라는 두 가지 거대한 매듭이 풀린 겁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중대 과제는 바로 '북핵 문제'입니다.

과거처럼 북핵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평화체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先비핵화'의 관성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 30년 역사가 증명하듯이 비핵화라는 문턱에 막혀 평화체제 논의가 중단되면 북한은 그 공백을 틈타서 핵 능력을 고도화했습니다.

반면 평화체제의 길을 열어젖힐 때, 북핵 문제도 실질적 진전의 동력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마지막 걸림돌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금 이 국면에서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눈앞에 실재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실패했던 낡은 관성과 인식을 고집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제 위기의 증폭을 방치하지 말고, 전환적 사고를 해야 합니다.
그 해답은 바로 한반도 평화공존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에 있습니다.

평화공존은 정전체제를 끝내는 평화체제의 '결과'이기도 하고, 동시에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입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평화공존을 입구 삼아서 북핵 문제의 단계적, 실용적 해법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평화공존과 비핵화의 단계적 프로세스는 1단계 중단, 2단계 감축, 3단계 비핵화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 실용적 경로는 중국도 동의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해서 깊은 공감대를 이끌어낸 바도 있습니다.

평화체제라는 거대한 틀이 작동할 때, 비로소 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 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위대한 여정은 북미 대화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중동의 포성이 멈춘 지금 이제는 지구상의 마지막 남은 한반도의 전쟁을 끝내야 할 차례입니다.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처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속히 다시 마주 앉기를 기대합니다.

북핵 문제는 본질적으로 뿌리 깊은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입니다.

8년 전 싱가포르에서 약속했던 것처럼, 서로를 향한 적대를 끊어내고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한 대화를 즉각 재개해야 합니다.

북미 대화의 시작은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 당사자인 미·중·남·북 4자 대화의 문을 여는 강력한 견인차가 될 것입니다.

4자 대화는 끝나지 않은 전쟁의 당사국들이 모여서 남은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역사적 전환을 이루어내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플랫폼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반도의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넘어 동북아시아 전체 평화와 공존, 그리고 공동 번영을 촉진하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6.25 전쟁 76주년이 되는 날이 어제였습니다.

참혹한 전쟁으로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었고, 이산가족들은 수십 년간 치유되지 않은 분단의 상처를 안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긴장과 불안의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6.25 전쟁은 우리가 냉혹한 국제 정세에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발생한 민족적 비극이었습니다.

그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고, 이 땅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심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엄중한 책무입니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서 평화 공존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길을 열어가야만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며, 그것이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지름길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께서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데, 이 평화공존의 길에 지혜를 모으고,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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