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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기획] 테크핀의 선공, 금융권의 역공… 스타트업은 거인들의 ‘킹메이커’가 된다

[VS 기획] 테크핀의 선공, 금융권의 역공… 스타트업은 거인들의 ‘킹메이커’가 된다

금융 경쟁의 중심축이 모바일 편의성에서 AI와 데이터, 신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전통 금융권은 규제 대응 경험과 AI 내재화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고, 테크핀은 플랫폼과 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서면서 양측의 경계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거인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The post [VS 기획] 테크핀의 선공, 금융권의 역공… 스타트업은 거인들의 ‘킹메이커’가 된다 appeared first on 벤처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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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금융감독원은 테크핀(빅테크 계열 전자금융업자)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소집해 IT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금감원은 내부통제가 미흡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IT 안정성과 사고 예방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금감원은 인터넷전문은행 등 5개사의 최고정보책임자(CIO)와 감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종오 금감원 디지털·IT 부원장보는 “그동안 인터넷은행 등이 접근성과 편의성 개선 중심의 성장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성장 규모에 걸맞은 IT 안정성과 사고 예방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최근 전산사고 상당수가 기본적인 내부통제 미흡에서 비롯된 만큼 자율적인 IT 통제 활동을 강화해 유사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잇달아 간담회를 개최한 배경에는 올해 들어 이어진 테크핀 업계의 전산 장애가 있다. 지난 1월 카카오페이는 가맹점 인증 서비스 장애로 일부 서비스가 약 30분간 중단됐고, 2월에는 네이버페이가 포인트 적립 이벤트 과정에서 중계 서버 과부하가 발생해 선불 현장결제 등 주문·결제 서비스가 약 4시간 동안 멈췄다. 성능 검토와 부하 테스트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과거 은행 앱을 따로 켜고 송금하던 번거로움을 메신저 안에서 일상적인 대화처럼 송금을 가능하게 만든 카카오페이의 ‘정산하기’ 기능 (출처: 카카오페이 | 개발자센터)
1차전은 ‘편의성’이었다
‘테크핀(Techfin)’이라는 용어는 2016년 중국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마윈이 처음 사용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가 금융회사의 기술 혁신을 의미한다면, 테크핀은 기술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를 비롯해 구글과 애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페이먼츠 등 IT 기업 계열 금융 서비스를 테크핀으로 분류한다. 반면 금융 플랫폼 스타트업과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전통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핀테크 영역에 속한다. 다만 AI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두 영역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빅블러(Big Blur)’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생성형 AI와 임베디드 금융이 금융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금융회사와 기술기업 모두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경쟁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시장의 관심도 어떤 기술을 도입했는지보다 AI와 데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신뢰를 확보하느냐로 옮겨갔다.

과거 금융 경쟁의 1차전은 편의성이 핵심이었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지 않고도 메신저 안에서 송금과 정산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카카오페이의 ‘정산하기’는 금융 서비스 이용 방식을 바꾼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확산과 마이데이터 2.0, 토큰증권(STO), 오픈뱅킹 고도화 등 기술과 제도 환경이 바뀌면서 경쟁의 기준도 달라졌다.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25 글로벌 결제 보고서(The 2025 McKinsey Global Payments Report)’에서 “제품과 사용자 경험(UX)을 통한 차별화는 점차 약해질 것”이라며 “편의성과 개인화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라 기본 조건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성형 AI와 데이터 활용이 금융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금융회사와 기술기업의 역할도 빠르게 겹치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력은 AI와 데이터, 그리고 신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좌우할 것이라는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케이봇 쌤은 고객의 투자목적에 따라 위험을 줄이고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휴먼 전문가와 로보 알고리즘의 펀드 포트폴리오 자산관리 서비스이다. (출처: KB정보광장)
자본력과 규제 신뢰도 앞세운 금융권의 역습
모바일 앱 편의성을 앞세운 1차 경쟁에서는 테크핀이 주도권을 가져갔다. 그러나 최근 전통 금융권은 막대한 자본력과 규제 대응 경험을 기반으로 AI 기술을 빠르게 내재화하며 반격에 나섰다.

중소 핀테크 기업과의 인수·협업을 확대하는 한편 생성형 AI 기반 금융 비서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AI가 금융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기술 자체만으로 차별화를 이루기 어려워졌고, 금융권도 AI를 기본 경쟁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해외에서도 확인된다. 페이팔(PayPal)은 AI를 결제와 이상거래 탐지, 리스크 관리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사들도 기존 인프라를 AI 중심으로 고도화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올해 들어 이어진 테크핀의 전산 장애는 전통 금융권이 강점으로 내세워 온 IT 안정성과 내부통제의 가치를 다시 환기시켰다. 규제로만 여겨졌던 내부통제와 운영 체계가 서비스 신뢰를 뒷받침하는 경쟁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국내 테크핀의 금융 리스크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ICT 장애와 해킹 등 운영위험과 집중위험은 전통 금융회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금융당국이 테크핀에도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와 운영 기준을 요구하는 배경으로 이어진다.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과 내부통제 의무 강화가 예고되면서, 규제 기준에 맞춰 운영 체계를 구축해 온 금융회사의 안정성과 신뢰도는 다시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각됐다.

플랫폼이 가진 무기는 데이터와 ‘락인’
테크핀이 앞세우는 무기는 은행이 확보하기 어려운 비금융 행동 데이터와 이용자를 일상에 묶어두는 플랫폼 락인(Lock-in) 효과다. 이 강점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맥킨지는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데이터 오케스트레이션(Data Orchestration)과 실시간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이동한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행동 데이터를 확보한 플랫폼일수록 이용자 상황에 맞춰 결제 방식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데 유리하며, 이러한 데이터 활용 능력이 서비스 설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전통 금융회사가 직장과 소득, 신용등급 등 정형화된 데이터를 중심으로 신용을 평가한 반면, 테크핀은 소셜미디어 활동과 커머스 구매 패턴, 배달 플랫폼 매출 등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금융 서비스에 반영했다. 그 결과 기존 금융권이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던 이용자까지 새로운 고객군으로 편입할 수 있었다.

대안신용평가(Alternative Credit Scoring·ACS)는 이런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플랫폼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신용평가와 금융 상품 설계에 활용하고,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다시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테크핀은 금융 소외계층까지 접근 범위를 넓혔다.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은 이 구조를 한 단계 더 확장한다. 결제 기능이 금융 서비스 밖의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각종 디지털 서비스 안에 결합되면서 소비자는 별도의 금융 절차를 인식하지 않은 채 결제와 대출, 보험 서비스를 이용한다. 플랫폼이 확보한 생활 접점이 곧 금융 서비스의 유통망이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는 금융 서비스로 연결되고, 서비스 이용 결과는 다시 새로운 데이터로 축적된다. 플랫폼이 일상과 가까워질수록 금융 서비스도 이용자의 생활 안으로 더 깊게 들어간다.

국내 금융 시장의 경쟁 구도는 전통 금융권, 테크핀, 혁신 챌린저의 3축으로 진행 중이다. (출처: AI 생성)
거인들의 경쟁이 만든 새로운 시장…스타트업의 기회는 ‘인프라’
국내 금융 시장은 전통 금융권과 테크핀, 혁신 챌린저가 맞서는 3축 구도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그 이면에서는 대형 플랫폼이 채우지 못한 영역을 공략하는 스타트업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생성형 AI와 데이터 규제,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빠르게 재편되면서 초기 스타트업 앞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와 규제 대응 기술, 금융 인프라가 대표적인 영역이다. 관세와 데이터 거버넌스, 국가 안보 등 비금융 요소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각국이 ‘결제 주권(Payments Sovereignty)’을 강조하는 흐름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대표적으로 리체(Liche)는 소득 증빙이 어려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기존 금융권이 접근하지 못했던 시장을 공략했다. 스위치원(Switchwon)은 국가별로 파편화된 외환 서비스를 연결해 실시간 무료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며 해외 결제 시장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KYC), 개인정보 보호, 레그테크(RegTech)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규제 대응과 데이터 보호가 테크핀과 핀테크 모두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거대 금융사와 플랫폼이 경쟁할수록 이들의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기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금융의 승부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반’으로 향한다
테크핀과 핀테크의 경쟁은 어느 한쪽의 승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기술을 내재화한 금융회사와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플랫폼 기업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두 영역은 하나의 금융 생태계 안에서 맞물리기 시작했다.

맥킨지와 국제 금융감독기구들은 앞으로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라이선스나 이용자 수보다 AI와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게 활용하고 연결하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생성형 AI가 고객의 금융 활동을 예측하고 지원하는 환경에서는 데이터 관리와 활용 역량이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작용한다.

경쟁의 축도 서비스 수에서 인프라 구축 역량으로 바뀌었다. 다른 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AI와 데이터, 결제, 보안, 규제 대응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는 기반 기술이 금융 생태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과거 디지털 금융 혁신은 이용자 경험과 서비스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IT 안정성과 내부통제, 데이터 보호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 금융당국이 IT 내부통제 강화를 연이어 주문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변화의 폭이 커질수록 스타트업이 공략할 시장도 넓어진다. 레그테크(RegTech)와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AI 보안, 데이터 관리 기술은 거대 금융사와 테크핀이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핵심 인프라다.

금융 산업의 주도권은 플랫폼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와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하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다. 거대 금융사와 테크핀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레그테크와 AML, KYC, AI 보안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전략적 가치도 함께 높아진다.

※ 참고 자료: 국제결제은행(BIS)·금융안정위원회(FSB) 금융리스크 보고서, 맥킨지앤드컴퍼니 ‘The 2025 McKinsey Global Payments Report: Competing systems, contested outcomes’ 글로벌 리포트, 삼성SDS, ‘금융·비금융을 아우르는 빅블러 시대’, 자본시장연구원, ‘빅테크의 금융진출과 금융안정’, 자본시장포커스 ‘예금토큰의 필요성과 고유 기능의 활용 방안’, 자본시장포커스 ‘빅테크와 금융회사의 규제 격차로 인한 금융리스크 분석’, 한국금융연구원, ‘예금토큰 vs 스테이블코인’, KB정보광장 ‘로보어드바이저 「케이봇 쌤」 OPEN 안내’

* 스타트업 생태계 기자단은 KAIA와 벤처스퀘어가 함께 운영하며 스타트업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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