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바이오, 첨단소재 등 융합기술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연구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밀의료와 AI,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 기술에서 여성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두드러지며 국내 과학기술 생태계에서도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여성 연구자의 도전과 성과를 조명하는 시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로레알코리아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후원하고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이 주관하는 ‘제25회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시상식이 지난 23일 서울 호텔 나루 엠갤러리 마포에서 열렸다. 올해는 학술진흥상 1명과 신진 여성과학자 펠로십 4명 등 모두 5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25회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드리고 피자로 로레알코리아 대표, 서현숙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지적연대본부장, 펠로십 수상자 강지승 고려대학교 조교수, 정혜현 서울아산병원 조교수, 학술진흥상 수상자 이경 동국대학교 교수, 펠로십 수상자 이지영 아주대학 조교수, 김진은 박사 어머니(대리수상), 임형신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회장 (사진 제공: 로레알)
난치암 치료부터 AI 뇌과학까지…미래 기술 이끄는 연구 성과 조명
학술진흥상은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이경 교수가 받았다. 이 교수는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언드러거블(Undruggable)’ 질병 표적을 새로운 방식으로 공략하는 연구를 선도해 왔다. 췌장암과 폐암, 대장암의 주요 원인인 KRAS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으며, 암세포 생존에 중요한 HIF-1α의 상위 조절 인자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최근에는 기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 표적도 제시하며 신약 개발 가능성을 넓혔다.
신진 여성과학자에게 수여되는 펠로십은 정밀의료와 임상의학, 뇌과학, 친환경 에너지 분야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강지승 고려대학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교수는 의료 빅데이터와 디지털 헬스를 활용해 질병 위험요인을 연구하고 있으며, 임신 중 진통제 사용과 자녀의 ADHD 및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관성을 규명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정혜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췌담도암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항암 치료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항암제 복용 방식을 개선하는 임상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김진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박사후연구원은 AI 기술과 실험을 결합해 배고픔과 공격성처럼 서로 다른 욕구가 충돌할 때 뇌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지영 아주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는 희귀 금속 사용을 줄인 유기 소재 배터리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연구하며 지속가능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시상식에서는 ‘AI와 데이터의 시대: 여성 과학자의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패널 토의도 진행됐다. 연구 현장에서 AI와 데이터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와 융합 연구, 미래 연구자에게 필요한 역량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은 2002년 시작돼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총 110명의 여성 과학자를 발굴하며 국내 여성 연구자의 성과를 지원해 왔다. 세계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에서는 역대 수상자 가운데 7명이 노벨상을 받는 등 여성 과학자 육성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와 바이오, 첨단소재가 융합되는 시대에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가 혁신을 이끄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여성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와 리더십 역시 미래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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