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래스의 대중화는 어떤 기능을 제공하느냐만큼 사용자가 얼마나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디스플레이 영상을 눈앞에 전달하는 광학 모듈이 두껍고 무거우면 일반 안경과 유사한 디자인을 구현하기 어렵고 장시간 착용에도 부담이 생긴다. 모듈을 얇게 만들면서 시야각과 화질, 밝기를 유지하는 기술이 AI 글래스 경쟁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레티널이 정부 연구개발 지원을 바탕으로 기존 광학 모듈의 두께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과제에 착수한다.
디스플레이 기반 AI 글래스용 광학 모듈 기업 레티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 팁스(Global TIPS) R&D 사업’에 선정됐다. 레티널은 AI 글래스용 초경량·초박형 광학 모듈 개발과 글로벌 사업화를 위해 4년간 총 5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는다.
레티널, 중기부 ‘글로벌 팁스’ 선정 (자료 제공: 레티널)
글로벌 팁스 R&D는 민간 투자와 정부 연구개발을 연계해 기술기업의 제품 고도화와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중기부는 2026년 글로벌 팁스 R&D를 신설하고 기업당 4년간 50억~60억원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팁스 R&D 지원계획에 따르면 올해 지원 규모는 100개 과제, 747억원이다.
레티널은 이번 과제를 통해 기존 약 7.5㎜ 수준인 광학 모듈 두께를 3.5㎜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약 53% 얇아지는 구조로, 시야각과 화질을 유지하면서 일반 안경에 가까운 크기와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 개발 방향이다.
광학 모듈은 디스플레이에서 생성한 영상을 사용자의 눈으로 전달하는 AI 글래스의 핵심 부품이다. 두께를 줄이려면 렌즈와 광원, 영상 전달 구조를 좁은 공간에 배치하면서 광효율 저하와 영상 왜곡을 제어해야 한다. 경량화뿐 아니라 발열과 내구성, 양산 공정의 수율까지 함께 고려해야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
독자 광학 기술을 글로벌 고객사의 양산 제품으로 연결
레티널의 핵심 기술은 핀틸트(PinTILT)와 핀미러(PinMR)다. 핀틸트는 바늘구멍을 통과한 빛이 또렷한 영상을 만드는 핀홀 효과를 활용한 기술이며, 핀미러는 기울어진 초소형 거울을 통해 디스플레이 영상을 사용자의 눈으로 전달한다.
레티널은 두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회절형 도파관 방식에서 발생하는 무게와 광효율 문제를 개선했다. 플라스틱 사출 기반 렌즈 구조를 적용해 대량생산 가능성과 원가 경쟁력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광학계 설계와 시뮬레이션부터 렌즈 제조, 모듈 조립, 성능 평가까지 전 공정도 내부에서 수행한다. 고객사의 제품 형태와 사용 환경에 맞춰 광학 모듈을 설계하고 시제품 제작과 성능 검증, 양산 전환을 연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구조다.
레티널은 일본 통신기업 NTT와 노트북 제조사 다이나북(Dynabook)에 광학 모듈을 공급해 스마트글래스 양산 제품을 선보였다. 스위스 AR 헬멧 개발사 에이지스 라이더(Aegis Rider)와도 협력했으며 다수의 글로벌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제품 적용을 논의하고 있다.
회사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3.5㎜ 광학 모듈의 설계와 시제품 제작을 진행하고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 사양에 맞춘 양산 검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모듈의 두께를 줄이는 기술 목표를 실제 고객 제품의 디자인과 생산 공정에 적용하는 단계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김재혁 레티널 대표는 “글로벌 AI 글래스 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선정을 계기로 광학 기술을 한 단계 더 고도화할 수 있게 됐다”며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을 확대해 차세대 광학 모듈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레티널은 2022년과 2023년 CES 혁신상을 받았고 2025년에는 제13주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신용보증기금의 ‘혁신아이콘’과 기술보증기금의 ‘유니콘브릿지’, 국가전략기술 보유기업에도 선정됐다.
지난 5월에는 278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액 625억원을 넘어섰다. 한국산업은행과 대성창업투자를 비롯해 카카오, 네이버, LG, 엡손, KDDI 등이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광학 모듈 두께를 53% 줄이는 것은 연구개발 목표의 출발점이다. 실제 경쟁력은 얇아진 구조에서도 밝기와 화질, 시야각을 유지하고 고객사가 요구하는 내구성과 생산 수율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레티널이 3.5㎜ 모듈을 글로벌 고객사의 설계에 반영하고 양산 주문까지 연결한다면 AI 글래스 공급망에서 국내 광학 부품 기업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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