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적혈구를 생산하는 기술을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같은 특성의 세포를 일정한 품질로 반복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할 때마다 출발 세포의 특성이 달라지면 시험 결과를 비교하기 어렵고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도 일관되게 관리할 수 없다. 임상시험용 세포의 기준이 되는 마스터세포은행을 먼저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아트블러드가 정부 연구개발 지원을 바탕으로 인공 적혈구의 임상 진입에 필요한 세포 생산 기반을 마련한다.
세포 기반 체외 혈액 생산 기업 아트블러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스케일업 팁스(TIPS)’에 선정됐다. 아트블러드는 연구개발 자금 20억원을 지원받고 추천 운영사인 에스벤처스로부터 사업 성장과 후속 투자 연계 등을 지원받는다.
아트블러드가 스케일업팁스에 선정됐다. (자료 제공: 아트블러드)
스케일업 팁스는 민간 투자사가 먼저 투자하고 추천한 기술기업에 정부 연구개발 자금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이다. 중기부는 2026년 신규 지원 과제를 300개로 늘리고 과제별 지원 규모를 기존 12억원에서 3년간 20억~30억원으로 확대했다.
아트블러드의 연구과제는 ‘인공 적혈구 상용화를 위한 불멸화 적혈구 전구세포주 마스터세포은행(MCB) 구축 및 임상 적용을 위한 품질 적격성 확보’다. 임상시험용 인공 적혈구를 반복 생산할 수 있는 기준 세포를 확보하고 해당 세포의 품질을 규제기관에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MCB 구축은 대량생산보다 먼저 풀어야 할 임상 관문
마스터세포은행(Master Cell Bank)은 동일한 기원과 특성을 지닌 세포를 보관하고 필요할 때 꺼내 생산에 사용하는 기준 저장 체계다. 하나의 검증된 세포은행에서 생산을 시작하면 제조 시점과 생산 규모가 달라져도 세포의 특성과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
아트블러드는 정상 염색체를 지닌 만능공여형 적혈구 전구세포주를 기반으로 MCB를 구축한다. 이후 세포의 증식능과 적혈구 분화능, 안전성을 평가해 임상시험용 시료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불멸화 전구세포주는 장기간 증식할 수 있어 적혈구를 대량으로 생산할 출발점이 된다. 전구세포를 충분히 늘린 뒤 적혈구로 분화시키는 방식이어서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제조 공정을 표준화하는 데 유리하다.
회사는 최종 분화된 적혈구가 핵을 갖지 않아 스스로 분열하지 않고 헤모글로빈을 통해 산소를 운반하는 비교적 명확한 작용기전을 지닌다는 점을 기술적 장점으로 제시한다. 다만 실제 수혈용 제품으로 사용하려면 MCB의 품질과 배치별 생산 일관성, 체내 생존 기간, 안전성과 기능을 비임상 및 임상시험에서 확인해야 한다.
아트블러드는 MCB에서 생산한 세포의 품질자료를 확보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 등 규제기관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번 선정은 환자 대상 임상시험이 시작된 단계보다 임상용 세포주와 제조 품질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해외에서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적혈구를 사람에게 투여하는 초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RESTORE 임상시험은 성인 기증자의 줄기세포로 생산한 적혈구를 최대 10㎖씩 건강한 참가자에게 투여하고 일반 기증 적혈구와 체내 생존 기간을 비교한다. 초기 임상도 소량 투여와 추적관찰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품질이 일정한 세포와 제조공정 확보가 중요하다.
아트블러드는 지난 3월 중기부의 ‘2026년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DIPS)’에도 선정됐다. 초격차 프로젝트는 생명·신약과 헬스케어를 포함한 12대 신산업 분야의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와 연구개발, 투자 유치 등을 지원한다.
세포기반 인공혈액 기술개발 사업단으로부터는 5년간 약 47억원을 지원받아 임상시험용 세포 기반 적혈구의 대량생산 공정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대량생산 공정 개발과 스케일업 팁스의 MCB 구축 과제를 병행해 생산 기반과 임상 품질자료를 함께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백은정 아트블러드 대표는 “이번 선정은 인공 적혈구 상용화의 핵심 관문인 임상용 세포주 확보를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라며 “MCB 구축과 품질 적격성 확보를 마무리해 글로벌 규제기관과 소통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진단혈액학과 수혈의학을 담당하는 전문의로, 2022년 아트블러드를 창업했다. 회사에 따르면 인공혈액 관련 SCI 논문 40여 편을 발표하고 국내외 특허 30여 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과제의 성과는 연구비 확보보다 동일한 품질의 임상용 적혈구를 반복 생산하고 이를 규제기관이 검토할 수 있는 자료로 완성하는 데 달렸다. MCB 구축과 품질 적격성 확보, 규제기관 협의, IND 승인, 초기 투여로 이어지는 단계를 통과해야 체외 생산 적혈구가 실제 수혈 현장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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