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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이 나아갈 이정표 '세종세무서' 방문기

대부분 사람은 세무서에 일이 있어야 찾는데, 그런 이미지를 깨뜨린 건물이 있다. 세종시 '세종세무서' 이야기다. 세종세무서는 지난 2025년 국토교통부 주관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2007년부터 매년 시행돼 온 이 상은 국민 삶과 밀접한 공공건축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세무서가 대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곳인지 직접 가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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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서로 가는 발걸음이 가뿐했던 적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 사람은 세무서에 일이 있어야 찾는데, 그런 이미지를 깨뜨린 건물이 있다. 세종시 '세종세무서' 이야기다. 세종세무서는 지난 2025년 국토교통부 주관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2007년부터 매년 시행돼 온 이 상은 국민 삶과 밀접한 공공건축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세무서가 대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곳인지 직접 가보고 싶었다.

고층 건물들 사이에서 낮은 건물을 보자, 바로 알아챘다. (본인 촬영)

세종세무서로 가는 버스에서 밖을 보니 공공청사와 고층 아파트가 이어졌다. 처음 가보는 길이었지만 어디서 내려야 할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낮고 특별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곳은 '네 켜의 집(House of 4 Layers)'이라 불리는, 네 개의 공간을 수평으로 나란히 겹쳐 놓은 구조로 건축돼 있었다. 세무서에 업무 없이 들어가고 싶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세종세무서 (본인 촬영)

외부에서 보면, 먼저 지붕 선이 눈길을 끈다. 직선 대신 완만하게 굽은 곡면 박공지붕(양쪽 경사면이 ㅅ자 형태를 이루는 전통 지붕)이 주변 건물들 사이에서 부드럽게 자리하고 있다. 컬러강판 소재는 빛의 각도에 따라 은은하게 반사돼 자연의 능선을 닮은 인상을 준다. 담장도 없다. 대지 전체가 시민에게 열려 있다. 건물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된 깊은 처마 아래에는 콘크리트 벽체와 일체로 제작된 긴 벤치가 놓여 옛 전통 가옥의 툇마루를 연상케 한다.

북측으로 돌아가면 선형 필로티(외벽 없이 구조체만 남겨 개방한 구조) 공간이 나타난다. 강당과 주 출입구를 잇는 열린 통로는 그저 단순한 동선이 아니다. 비가 오거나 햇볕이 강한 날에도 시민들이 모여 머물 수 있는 지붕 있는 도시 광장 역할을 한다.

넓은 개방감을 주는 로비 (본인 촬영)

로비에 들어서자 1·2층이 뚫린 환한 내부가 개방감을 준다. 기존 세무서는 천장 높이 9.5m에 창구 너머 형광등이 전부였지만, 이곳은 다른 공기가 흐른다. 안내데스크 담당자에게 세무서 같지 않다고 하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부드러운 빛의 출처는 건물 중앙의 중정이었다. 채광과 환기를 동시에 담당하는 이 작은 정원은 건물 깊숙한 곳까지 자연광을 끌어들인다.

세종세무서가 반겨줬다. (본인 촬영)

재료의 대비도 섬세하다. 1층은 노출 콘크리트로 안정적으로 마감했고, 2층은 철골 구조에 프릿 글라스(패턴 유리)를 사용해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를 냈다. 업무에 집중하면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방문객은 편안함과 업무자에게는 집중도를 높인 설계다.

툇마루처럼 건물을 따라 깊은 처마를 두고 벽체와 같은 긴 벤치를 배치했다. (본인 촬영)

네 켜의 공간과 식재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다. (본인 촬영)

이 프로젝트는 행복청이 '모두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공모를 통해 선정했고, 행복청 윤보섭 사무관이 우수 기여자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설계사 '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와 시공사 '삼인종합건축㈜'도 대상 공동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간이 바뀌면 딱딱한 업무도 조금은 수월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상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건축문화경관과 김수현 서기관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마치 미술관을 걷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 촬영)

Q.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이 생긴 취지와 계기는 무엇인지요.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공공건축물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행복 공간이자, 국가와 도시의 품격을 드러내는 공간입니다.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은 우수한 공공건축물 조성과 발주자의 선도적 역할을 이끌어내기 위해 2007년 '좋은 건설 발주자 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2011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돼 2025년 기준 제19회째 운영 중입니다.

Q. 수상작들이 공공건축 문화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요?

이 상은 우수한 공공건축물뿐 아니라 건축물 조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한 '실무 담당자'에게도 함께 시상한다는 점에서 다른 건축 시상과 차별됩니다. 수상의 영예가 기관장이 아닌 실제 실무자에게 돌아가도록 해, 담당자의 자긍심을 높이고 우수 사례가 공유되면서 전반적인 공공건축의 품질을 함께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됩니다.

중정이 있어 채광이 좋다. (본인 촬영)

Q. 수상작 선정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수 공공건축물의 주요 선정 기준은 발주기관의 노력(50점), 건축물의 공공성(25점), 완성도(25점)입니다. 배점의 절반을 차지하는 '발주기관의 노력'이 핵심 기준으로, 기획력·추진력·적극행정을 평가합니다. '공공성'은 대국민 파급효과를, '완성도'는 행정·설계·시공의 협업을 봅니다.

Q. 2025년 세종세무서가 대상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종세무서는 기존 세무서의 딱딱한 이미지를 과감하게 탈피한 유선형 저층 건축물로, 설계와 시공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발주 실무자의 적극행정이 두드러져 '우수 실무자상'도 함께 수상했습니다.

공공건축물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조율이 필요해 품질 확보가 어렵고, 순환 보직 탓에 담당자가 소극적이 되기 쉽습니다. 그럼에도 세종세무서는 발주 담당자가 구심점이 돼, 설계·시공의 모든 단계에서 하나의 원팀으로 목표를 공유하며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앞으로 공공건축이 나아갈 방향의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통창이 많아 실내에서도 빛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본인 촬영)

세종세무서를 둘러보고 나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 건물이 상을 받은 이유는 설계 기술의 탁월함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낮은 자세로 열어두겠다는 마음, 시민이 지나가다 잠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중정 (본인 촬영) 문득 '윈스턴 S. 처칠'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결국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

좋은 공간은 사람을 바꾸고, 바뀐 사람은 다시 더 좋은 공간을 만들게 된다. 세종세무서는 공공건축의 깊은 의미를 건물 그 자체로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 (보도자료) 행복청, 국토교통부 주관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 수상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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