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문화 가운데 한국인의 젓가락질은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꼽힌다. 나무나 대나무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납작한 금속 재질에 표면도 매끄러워 처음 잡아보는 사람에게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의 젓가락질은 단순한 식사 습관을 넘어 몸에 익혀야 하는 기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누리소통망(SNS)에서 한국인이 젓가락으로 작은 콩을 집는 모습을 담은 영상에 감탄의 댓글이 달리고 ”밥 먹고 나면 손목에 근육이 생기겠다“는 반응도 잇따른다. 문화평론가 이어령은 저서 ‘나 누구니’에서 ‘젓가락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30여 개의 관절과 60여 개의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젓가락질은 손가락과 손목의 여러 관절과 근육이 함께 움직이는 섬세한 동작이다. 작은 물체를 집어올리는 과정에서 손의 다양한 근육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일정한 숙련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어린아이가 젓가락질을 능숙하게 하기까지는 부모로부터 하루에 세 번, 수년의 교육과 훈련을 거친다. 금속 젓가락을 능숙하게 다루기까지의 과정을 견디고 나면 인내심에도 맷집이 생긴다. 과제가 주어지면 어떻게든 마치고야 마는 한국인의 저력은 젓가락질을 배우는 과정에서 생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식사의 기본은 밥과 국이다. 숟가락으로 밥과 국을 떠먹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는 방식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과 일본이 주로 젓가락 중심의 식사를 한다면 한국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쓰는 수저(匙箸·시저)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수저는 단순한 식사 도구를 넘어 삶의 언어로도 자리 잡았다. 부와 계층을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누어 말하고, 죽음을 두고는 ‘숟가락을 놓았다’고 표현한다. 아주 가까운 사이를 두고는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안다’고도 한다. 숟가락과 젓가락이라는 말에 공통으로 붙는 ‘가락’이라는 표현 역시 손가락·발가락, 머리카락처럼 신체의 일부를 가리키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수저를 몸처럼 친숙하게 여겼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수저 문화의 뿌리는 깊다. 함경도 나진초도패총에서는 기원전 7세기 무렵의 골제품 숟가락이 출토됐고, 서울 암사동 유적에서는 6000년 전 흙을 빚어 구운 숟가락이 발견됐다. 백제 무령왕릉에서는 금속 수저가 확인되는데 이는 당시 이미 야금(冶金) 기술이 발달해 있음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생활 방식이 오늘날의 수저 문화를 만들어온 셈이다.
한·중·일 젓가락질의 차이
수저의 사용은 음식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밥과 함께 국이나 찌개를 곁들이고 다양한 반찬을 함께 먹는 구조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나눠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특히 김치나 깍두기 같은 절임 음식은 금속 젓가락이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쉽고 내구성도 뛰어나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중·일은 젓가락을 공통적으로 사용하지만 형태와 재질은 제각각이다. 중국은 넓은 식탁 환경과 기름진 음식에 맞춰 길고 두꺼운 젓가락을 사용한다. 일본은 길이가 짧고 끝이 뾰족한 젓가락으로 생선이나 면 요리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중간 길이인 한국의 젓가락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속 재질을 사용하고 숟가락까지 더해 한 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우리나라 수저 문화는 기술과 인내심을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어른보다 먼저 수저를 들지 않는다거나 젓가락과 숟가락을 한 손에 쥐지 않는 등의 식사 예절은 자연스럽게 밥상머리 교육으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부터 수저를 사용하는 습관이 신체 사용뿐 아니라 생활 습관, 예절까지 이어지는 문화적 실천 교육으로 기능한 것이다. 손끝에서 길러진 섬세함과 인내가 한국인의 일상과 삶을 지탱해온 하나의 방식인 셈이다.
조정육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