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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가뭄 걱정 없어요” 국내 최대 해수담수화 시설 ‘대산해수담수센터’를 가다

3월 중순 충남 서산에 있는 대산해수담수센터 관리동 지하 입구에서 만난 노선민 센터장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센터는 지도상으로 바다와 1㎞밖에 떨어져있지 않지만 높이 솟은 당재산에 가려 바다가 보이기는커녕 바닷가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그의 말대로 코끝을 찌르는 짠내가 밀려왔다. 지하 공간 전체가 인근 해역에서 끌어올린 해수를 저장하는 원수저류조였다. 저류조로 내려가는 10여 개 계단 밑으로 바닷물이 넘실거렸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담수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공정의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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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을 열면 바닷물 냄새가 확 날 겁니다.“

3월 중순 충남 서산에 있는 대산해수담수센터 관리동 지하 입구에서 만난 노선민 센터장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센터는 지도상으로 바다와 1㎞밖에 떨어져있지 않지만 높이 솟은 당재산에 가려 바다가 보이기는커녕 바닷가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그의 말대로 코끝을 찌르는 짠내가 밀려왔다. 지하 공간 전체가 인근 해역에서 끌어올린 해수를 저장하는 원수저류조였다. 저류조로 내려가는 10여 개 계단 밑으로 바닷물이 넘실거렸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담수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공정의 출발점이었다.

대산해수담수센터는 하루 10만 톤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시설이다. 그간 해수담수화는 전통적인 수원인 댐의 물을 정수하는 것보다 생산단가가 높아 상수도 공급이 쉽지 않은 도서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물 수요가 증가하고 댐 건설이 환경·보상 문제로 어려워지면서 대체 수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 부족 지역 대체 수원 마련 시급
특히 센터가 있는 충남 서부는 구조적인 물 부족 지역이다. 주변에 큰 하천이 없고 충청 지역의 주요 수원인 대청댐과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2022년에는 국가 핵심 산업지역 대산임해산업단지의 주요 수원인 대호지 저수율이 30%까지 떨어지며 산업용수 공급 위기를 겪었다. 대호지는 농업용 저수지라 우선순위에서 산단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위기는 넘겼지만 대체수원을 마련하지 않으면 산업용수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총 사업비 3175억 원을 들여 2019년 센터 건설에 착수했다. 2015년 충청남도의 건의를 받아들여 시작한 대규모 사업이었다. 공사 시작 6년 만인 2025년 12월 준공된 센터는 올해 상반기 주변 산단에 본격적인 공급을 앞두고 있다.

노 센터장은 ”실제 운영을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는 단계인데 당장 공급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잘 갖춰져 있다“고 자신했다.

해수담수화 공정은 기존 정수 방식과는 출발부터 다르다. 원수저류조를 거친 바닷물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두 번 거친다. 전전처리와 전처리 과정이다. 첫 단계인 전전처리장 단계에서는 약품과 공기방울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물 위로 띄운 뒤 제거한다. 일반 정수장에서 사용하는 침전 방식과 달리 부상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노 센터장은 ”바다는 기름 유출 가능성이 있어 오염물질을 가라앉히는 방식보다 띄워서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기름은 물과 섞이지 않고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아 수면에 뜨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방식은 녹조·적조 발생 시에도 효과적이다. 녹조나 적조는 잘 가라앉지 않아 침전 방식으로는 제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이 더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품질 보장을 위해서 아직까진 이 방식이 최선이다.

이후 실내 전처리장에서 모래층 여과를 통해 잔여 이물질을 한 번 더 걸러낸다. 저류조마다 수위는 제각각이었지만 역할은 동일했다. 물이 많이 빠진 저류조의 벽과 모래층 위로 오염물이 엉겨 붙어 있었다. 큰 이물질보다는 펄이 대부분이었다.

역삼투막 필터로 소금기 완전 제거
이 과정을 통과한 물은 비로소 핵심 공정인 역삼투(RO·Reverse Osmosis) 단계로 이동한다. 해수담수화의 핵심은 역삼투 공정이다. 고압을 이용해 물 분자는 통과시키고 용해된 이온(염분)은 막을 통해 분리하는 기술이다. 2단계에 걸쳐 역삼투 공정이 이뤄지는 시설 내부로 들어서자 잠수용 산소통처럼 생긴 원통(베셀) 2000여 개가 빼곡히 설치돼있었다. 시끄럽게 돌아가는 기계음으로 대화가 쉽지 않았다. 이곳에서 대기압의 50배에 달하는 압력이 가해지며 바닷물은 두 차례에 걸쳐 정제된다.

노 센터장은 ”소금은 입자가 아니라 이온 형태라 일반 필터로는 제거할 수 없다“며 ”매우 빽빽한 필터로 물 분자만 통과시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1단계를 통과한 물은 바로 옆의 작은 베셀에서 한 번 더 걸러져 최종 생산물인 담수로 거듭난다.

모든 공정을 거친 물은 센터 최상단의 생산수조로 옮겨졌다. 생산수조는 취수한 바닷물을 모아놓은 원수저류조와 비슷한 구조였지만 수조에 담긴 담수는 원래 바닷물이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순물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로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두 손을 모아 떠올린 물은 티끌 한 점 없이 맑았다.

핵심은 에너지 절감 통한 단가 인하
해수담수화의 가장 큰 맹점은 비용이다.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단가가 높다. 기존 정수 방식 대비 두 배 수준이다. 수질이 더 좋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비싸면 판매가 쉽지 않다. 산업 확장이나 기술 발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노 센터장은 ”해수담수화 산업은 물이 부족한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여기서도 핵심은 에너지 소모량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다. RO 공정에 쓰이는 펌프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가장 에너지 효율이 좋은 펌프를 수입해 쓰고 있다. 배출수 속 잔류 에너지 역시 흘려보내지 않고 회수해 다시 활용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센터의 운영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과 해수담수화 시장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2025년 말 밝혔다. 인근 산단에 물을 공급하는 물 안보의 전초기지이자 해수담수화 산업 발전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하는 셈이다.

현재 센터는 전기를 저렴하게 끌어오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인공지능(AI) 활용을 통한 약품 주입, 펌프 회전수 산출 등 운영 효율화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다. 해수담수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미네랄 등의 부산물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노 센터장은 ”담수 과정에서 기존 바닷물보다 두 배 높은 농도의 소금물이 생기는데 지금은 다 버리지만 이를 정제염 생산업체에 판매하는 등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로 물 부족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기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성패는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이라는 과제 해결에 달려있다.

고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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