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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되찾은 시골…농어촌 기본소득이 몰고 온 '남해의 봄 바람'

경남 남해군 창선면의 한 국숫집. 멸치 육수 향이 퍼지는 사이, 손님들이 계산대 앞에서 자연스럽게 '착카드'를 내민다. '착카드'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된 카드형 지역사랑상품권이다. 이은경(59세) 사장은 "기본소득 카드 사용이 시작된 이후 매출이 약 30% 늘었다"며 "봄철 영향도 있겠지만, 가게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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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 창선면의 한 국숫집. 멸치 육수 향이 퍼지는 사이, 손님들이 계산대 앞에서 자연스럽게 '착카드'를 내민다.

'착카드'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된 카드형 지역사랑상품권이다.

이은경(59세) 사장은 "기본소득 카드 사용이 시작된 이후 매출이 약 30% 늘었다"며 "봄철 영향도 있겠지만, 가게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문을 열고, 창업 초기에는 손님이 얼마나 올지 예측하기 어려웠는데, 기본소득이 지급되면서 일정한 수요가 생겨 초기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경남 남해군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된 지 약 40일, 지역 곳곳에서는 소비와 생산이 서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개요(그래픽=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 내 소비·생산 선순환을 만들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어촌 주민에게 매월 일정 소득을 지급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다.

시범사업기간(2026~2027년) 경남 남해를 비롯한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등 10개 군 주민은 매달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게 된다.

기본소득은 인구소멸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거주 읍·면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남해로컬푸드 직매장 정육코너 진열대의 상품이 높은 수요로 인해 대부분 소진됐다. 2026.4.8 (사진=정책브리핑)

남해로컬푸드 직매장은 기본소득으로 인한 변화가 가장 먼저 확인되는 공간이다.

2025년 4월 문을 연 남해로컬푸드 직매장은 현재 370여 농가가 참여하는 지역 유통 거점으로,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황은경 남해군 먹거리지원팀장은 "농산물을 납품하던 농민들이 기본소득을 받은 뒤 매장을 다시 찾아 소비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받은 소득이 다시 지역에서 쓰이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1월분과 3월분 기본소득이 함께 지급된 3월 31일 다음 날인 4월 1일, 직매장 일매출은 약 719만 원을 기록했다. 평시 매출 약 300만 원의 두 배를 넘긴 것. 기본소득 사용이 집중되는 날에 특가 할인 행사까지 더해지며 소비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죽방멸치를 납품하는 김혜경(64세) 씨는 "매출이 늘어난 게 느껴진다"며 "납품을 하러 오면서 다른 물건도 함께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해로컬푸드 직매장을 찾은 주민이 기본소득 카드로 로컬푸드를 구매하고 있다 2026.4.7 (사진=정책브리핑)

지급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고, 다시 생산자의 소득으로 돌아가는 구조.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 안에서 '소비 → 생산 → 재소비'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남해군의 지난 2월 기본소득 지급분의 사용률은 82%에 달했다. 지급된 소득이 지역 내에서 빠르게 소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군은 향후 로컬푸드 직매장 순회수집 운영, 주문·배송서비스 구축 등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지역 내 먹거리 선순환 모델을 강화할 방침이다.

◆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정책 효과의 확장

농어촌 기본소득의 효과는 개인과 상권을 넘어 '지역 공동체'로 확장되고 있다.

남해군 내동천 '바람개비 마을'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공동체 사업이 기본소득을 계기로 더욱 확대된 사례다.

68가구, 104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주민의 70% 이상이 70~80대 고령층이다. 그러나 최근 귀촌인 10세대가 새롭게 정착하면서 마을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좌) 내동천 '바람개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바람개비와 수공예품 (우) 마을 주민의 힘으로 직접 리모델링한 '바람개비 학교' 2026.4.7 (사진=정책브리핑)

주민들은 재활용 페트병으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마을을 꾸미고, 마을 회관 2층에는 주민 교류 공간인 '바람개비 학교'를 열었다.

향후에는 기본소득을 기반으로 '마을 돌봄 서비스' 모델을 구상 중이다. 주민들이 만든 반찬과 음료, 바람개비를 활용한 수공예품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돌봄 공간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동면 정거마을에서는 '뽀빠이 거리조성'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남해 대표 농산물인 '시금치'를 주인공 삼아, 지역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목표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골목 내 점포 10여 곳을 다기능 마켓으로 전환해, 일상 소비와 관광 소비를 동시에 유도하는 거점을 만들고자 한다.

최상록 이장이 '뽀빠이 거리' 1호 상회 예정지 앞에서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2026.4.7 (사진=정책브리핑)

소포장 농수산물과 반찬, 생활필수품 등 주민들이 일상에서 기본소득으로 소비할 수 있는 상품과 함께, 시금치를 활용한 식음료, 기념품을 구성해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할 계획이다.

타지 10년 생활 빼곤 쭉 남해군에서 살아온 최상록 이장(66세)은 "골목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각 점포를 귀촌·귀어 청년들에게 넘겨, 빈 점포 활성화와 인구 유입이 함께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안성필 남해군 인구청년정책단장은 "기본소득이 지급된다고 해서 지역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다만 기본소득이 공동체 활성화에 추진력을 주고, 주민들이 스스로 활동을 해나가는 마중물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쌓여 공동체가 스스로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를 설계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 사용처 제한 등 현장에서 드러난 과제

시범사업 과정에서 개선 과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창선면에 거주하는 70대 주민 차모씨는 "면 단위에서는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외식을 자주 하지 않는 경우 이용처가 제한적이고, 지역을 벗어나 사용할 수 없어 생필품 구매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용처 제한과 지역 내 소비 기반의 차이는 향후 제도 보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읍·면별 생활 동선과 소비 상권의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처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 "지역 안에서 도는 소득"…자생 구조 기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소비와 생산이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농어촌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남해군에서 나타난 변화는 이러한 정책 취지가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급된 소득이 이웃의 소득이 되고, 그것이 다시 나의 희망으로 돌아오는 구조.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금, 소멸의 위기에 처한 우리 농촌에 '새로운 봄'을 불러오고 있다.

정책브리핑 김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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