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동계올림픽 취재를 위해 해외 출국을 준비하던 지난 1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휴대폰으로 은행 앱을 실행해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AI 및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망 속에서 주식시장과 원-외화 환율의 변동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여행 커뮤니티와 유학 커뮤니티 역시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환율이 조금이라도 하락한 날이면 '지금 환전을 해야 할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글이 수십 개씩 올라왔고, 잠깐의 하락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정부 역시 급등한 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 회의와 현장 점검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안정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연기금까지 동원된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는 평가가 나온 RIA 계좌 출시가 발표됐고, 1500원을 돌파했던 환율은 1400원대 초반까지 내려오며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적극적인 투자자는 아니지만, 미래를 위해 소소한 투자를 이어오던 필자 역시 정부가 발표한 RIA 계좌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다. 지난 2월 조속한 출시를 예고했지만, 관련 법령 정비가 지연되며 일정이 미뤄졌고 3월 말 국회에서 이른바 환율 안정 3법이 통과되면서 비로소 RIA 계좌 출시의 길이 열리게 됐다. 그렇다면 출시 직후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고 있는 RIA 계좌는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세히 한 번 알아보자.
지난해 말 1500원을 돌파한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가다 최근 중동 정세의 영향으로 1500원을 다시 돌파했다. 정부는 고환율의 대책 중 하나로 RIA 계좌 개설을 발표했다. (네이버 누리집 환율탭)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아 계좌' 혹은 '동학 복귀 계좌'로 불리고 있는 RIA 계좌는 Reshoring Investment Account의 약자로, 직역하면 해외 투자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는 것을 지원하는 계좌라는 의미를 지닌다. 리쇼어링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해외에서 운용되던 주식 투자금을 국내로 유입시키는 것이 핵심이며, 현재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에서 계좌 개설을 지원하고 있다.
RIA 계좌의 관심이 높은 것은 이전에 없던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해 준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사고팔 때는 수수료와 별도로 매도(주식 판매) 시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현재 매매차익에 연 250만 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이 기준을 초과한 이익에 대해서는 22%의 세율이 부과된다. 기본 부가가치세율이 10%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과세라고 볼 수 있다.
증권사 앱을 통해 RIA를 통한 매도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봤다. 최대 금액 혜택을 받은 경우 기존 계좌 대비 1100만 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본인 촬영)
그러나 이번에 출시된 RIA 계좌를 활용하면 이러한 세금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세금 감면은 매도 시점이 빠를수록 더 크게 적용되는데, 5월까지 해외주식을 매도할 경우 최대 10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이후 6~7월에는 80%, 9월부터 연말까지는 50%의 감면 혜택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나처럼 투자 규모가 크지 않으면서도 국내 시장에 관심이 있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절세 측면에서 좋은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역대급 감면'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선 2025년 12월 23일 기준 해외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해당 주식을 RIA 계좌로 이전한 뒤 매도해야 한다. 이후 매도 대금을 1년 이상 국내주식에 투자하면,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세금 감면 혜택이 적용된다. 감면 한도는 1인당 최대 5000만 원이며, 매도 금액 기준으로 한도가 적용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며칠을 고민한 나 역시 RIA 계좌 개설을 결정했다. 투자금이 그렇게 크지 않지만, 그래도 소소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MTS 앱)
아무리 살펴봐도 나를 위한 정책인 것 같아 증권사 중 한 곳을 선택해 계좌를 개설했다. 개설 과정 자체는 비교적 간단했으며, RIA 계좌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게 제공돼 전반적인 제도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총투자 금액이 많지 않은 나에게는 RIA 계좌 출시가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투자 규모가 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제 혜택을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최소 1년간 국내주식 투자에 집중해야 하며,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매수할 경우 그 금액만큼 절세 혜택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RIA 계좌 출시는 3월 23일이지만, 올해(1월 1일)이후 해외주식 매수 이력이 있다면, RIA 계좌 외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매수할 경우 그 금액만큼 세제 혜택이 줄어든다. (NH농협 MTS 앱)
무엇보다 해외주식 매수 기준일이 올해 1월 1일로 설정돼 있다는 점은 많은 투자자가 계좌 개설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계좌 개설이 3월 23일부터 가능했던 점을 고려하면, 1월 이후 ISA·연금저축·IRP 등 모든 계좌에서 매수한 해외주식 금액이 공제 한도 축소 요인으로 반영된다는 점은 최대한의 혜택을 기대한 국민에게는 아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결국 올해 해외주식 투자를 최소화할 계획이 있고, 국내주식시장에도 관심이 높으며, 납입 원금을 유지한 채 최대한의 세제 혜택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5월 이내 RIA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RIA 계좌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 관심은 분명하다. 단기간에 약 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며, 해외주식에 투자했던 일부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수원의 한 은행의 모니터에서 실시간 환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원-달러 기준 1500원을 재돌파하며 고환율이 다시 지속되고 있다. RIA 계좌가 고환율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본인 촬영)
실제로 주변에서 대표적인 '서학개미'로 불리는 한 친구 역시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국내 시장에 관심을 가지던 중, 이번 RIA 계좌 개설을 계기로 당분간 국내주식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친구는 "주식을 매도할 때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적지 않은데, 이를 100% 감면받을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라며 RIA 계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부가 야심 차게 시행한 RIA 계좌는 현재 정부의 바람대로 순항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조치는 단순한 절세 정책을 넘어 급등한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목적도 담고 있다. 최근 다시 1500원대를 돌파한 환율이 앞으로 진정세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환율은 기업은 물론 국민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의 기대대로 외환 시장이 안정돼 국민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길 바라본다.
☞ (정책뉴스) 올해 해외주식 팔고 국장 복귀하면 양도세 감면…정부, RIA 계좌 지원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정혁 jhlee43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