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피해자를 위한 대지급금 신청 가이드
유명 스포츠 브랜드 운동화를 생산하는 중소 제조업체에 8년째 근무해온 박 씨. 글로벌 브랜드사의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회사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월급이 밀리기 시작해도 박 씨는 ”회사가 살아나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버텼지만 회사는 끝내 파산신청 후 폐업 신고를 했습니다. 박 씨는 석 달치 급여와 8년치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회사가 폐업했거나 파산선고를 받았더라도 밀린 급여와 퇴직금 일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금액을 먼저 지급해주는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른 ‘대지급금(체당금) 제도’입니다.
대지급금 제도란?
대지급금은 사업주가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국가가 이를 대신해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국가가 사업주에게 대위행사하는 제도(임금채권보장법 제7조 제1항)입니다. 회사가 줄 돈을 국가가 대신 주고 나중에 회사에 청구하는 구조입니다.
중요한 점은 회사가 완전히 파산하지 않은 경우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법은 다음 다섯 가지 경우에 대지급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① 회생절차 개시 결정 ② 파산선고 ③ 고용노동부 장관의 도산 등 사실인정 (지급능력 없음 인정)
④ 법원의 임금 지급 판결·지급명령·조정 확정
⑤ 체불임금 확인서 발급
즉 회사가 존속 중이더라도 법원 판결이나 체불임금 확인서를 포함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받을 수 있나?
대지급금으로 받을 수 있는 항목과 범위는 ▲최종 3개월분 임금 ▲최종 3년간의 퇴직급여 ▲최종 3개월분 휴업수당 ▲최종 3개월분 출산전후휴가기간 중 급여입니다.
특히 퇴직금은 전액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최종 3년분만 보장된다는 점, 그리고 도산대지급금의 경우는 근로자의 퇴직 당시 연령에 따라 지급 상한액이 별도로 정해져 있다는 점도 반드시 알아두셔야 합니다. 어느 유형이든 국가로부터 받지 못한 나머지 금액은 별도의 민사소송 등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신청하나?
대지급금을 받기 위한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확인서 방식으로 ‘고용노동부 진정 신고→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 발급→근로복지공단 청구’ 순서로 진행됩니다.
두 번째는 판결·지급명령 방식으로 ‘법원에 임금청구 소송·지급명령 신청→판결·명령 확정→근로복지공단 청구’ 순서입니다.
여기서 특히 주의해야 할 사실은 청구 기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도산대지급금은 파산선고 또는 도산 등 사실인정이 있은 날부터 2년 이내, 판결·지급명령 확정 후 청구하는 경우는 1년 이내, 체불임금 확인서 발급 후 청구하는 경우는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권리가 소멸되므로 이미 피해를 입었다면 지체 없이 청구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경영난도 면죄부 안 된다
법원은 경영난을 이유로 한 임금체불에 대해서도 고의를 인정하여 형사처벌을 선고하는 추세입니다. 퇴직연금을 적립해 놓고도 지급하지 않은 사례에서 고의성이 인정된 바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4. 11. 14. 선고 2024고정464 판결)
실제로 체불 임금액이 크고 피해 근로자 수가 많은 경우에는 실형까지 선고한 사례(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3. 12. 13. 선고 2023고단532 판결)도 있습니다. 법원은 ‘임금을 근로자 생계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책임을 엄중히 판단하고 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9. 26. 선고 2023고정1471 판결)
‘회사가 망했다’는 사실 앞에 낙담하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흘린 땀의 대가는 회사가 망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지급금 제도는 여러분의 권리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국가가 보장하는 장치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신청하세요.
장영화
기업의 시작과 성장을 돕는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이자 창업 15년 차 기업가.
장변의 돈이 되는 Tip
대지급금, 이것만 기억하세요
1. 청구 기간을 놓치지 마세요. 회사가 폐업하거나 임금 지급이 중단된 상황이라면 즉시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 신고를 하고 체불임금 확인서를 발급받아 청구 기간 내에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해야 합니다.
2. 전액 보장이 아닙니다. 임금은 최종 3개월분, 퇴직금은 최종 3년분만 지급됩니다.
나머지 금액은 민사소송 등 별도 절차를 통해 청구해야 합니다.
3. 증거를 확보하세요.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통장 입금내역, 출퇴근 기록 등을 미리 확보해두면 체불 사실 입증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