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년 차에 접어든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이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법적 근거 마련과 바우처 시스템 개발을 병행해 본사업 전환 기반 구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활동지원, 주간·방과후활동, 발달재활 중 한 개 이상의 수급 자격이 있는 장애인이 바우처의 일정 금액을 용도 제한 없이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는 장애인 스스로 삶을 설계하고 실행하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자립 역량을 높이고 사회활동 확대를 통한 신규 서비스 시장 창출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도 신청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장애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된 사례도 나타났다.
정부는 2026년 33개 시·군·구, 960명을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17개 시·군·구, 528명) 대비 두 배 수준이다.
장애인 개인예산제 확대와 함께 정부는 올해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확대·개선하고 제도화에 나선다. 연금을 인상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장애인의 소득을 높이고 교육과 문화·체육·관광, 이동·편의 측면의 권익을 증진하는 사업도 계속 추진한다.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기본적 권리 보장은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4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28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어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의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2026년 시행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장애인을 ‘복지 수혜자’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는 기조 아래 2026년 복지·건강 등 9대 장애인정책에 7조 원을 투입한다. 이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규모다. 올해는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시행 4년 차로 장애인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추진 등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적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복지·서비스·보육·교육
올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전년보다 7000명 늘어난 총 14만 명에게 제공된다. 시간당 제공 단가도 1만 7270원으로 전년 대비 650원 인상됐다. 중증장애인 대상 서비스 가산 급여는 단가 및 급여량을 확대했다. 24시간 개별 1대1 지원과 주간 개별·그룹형 1대1 지원 등 최중증 발달장애인 대상 통합돌봄 서비스는 제도 개선을 병행해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은 올해 17개 광역지자체가 모두 참여해 전국 사업으로 확대된다. 참여 기초지자체는 광역별 계획에 따라 단계별로 늘린다. 이 사업은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주택 및 직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22년부터 추진됐다.
아울러 질환 중증도에 따른 췌장장애를 신설해 췌장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서비스·장애수당·의료비 지원 등을 제공한다.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새로운 기본법이 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도 추진한다.
장애아 전문·통합어린이집을 2027년까지 매년 80개씩 늘리고 특수·일반교사의 협력적 통합교육의 선도 모델인 정다운학교를 2025년 284개교에서 2026년 320개교로 확대하는 등 인프라를 지속 확충한다.
지역사회 중심의 장애인 평생교육 기반을 구축하고 장애인 접근성 제고를 위한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를 2025년 96개에서 102개로 확대한다.
건강
장애인이 더 편리하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친화병원(가칭)’ 모델을 도입한다. 장애친화병원은 기존에 산부인과,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등으로 나눠 운영하던 장애친화 의료기관을 통합, 중등증·복합질환까지 통합 진료하고 접수부터 수납까지 전 과정을 한곳에서 제공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퇴원 후 사는 곳 주변에서 전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및 권역재활병원도 확충한다. 권역재활병원은 전북권·충남권 두 곳에 지속적으로 건립을 추진하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료센터도 늘린다.
발달장애인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를 모든 시·도에 한 곳 이상 설치를 목표로 확충한다. 발달지연아동 조기발견과 중재·복지 지원 강화를 위해 시·도 장애아동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기능향상·행동발달 등을 지원한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간병 지원도 강화한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인력 배치를 확대하고 활동지원사 병원 동행 허용을 검토한다. 반복·정기 입원이 불가피한 장애인의 활동지원 이용 기준도 개선할 예정이다. 저소득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역시 대상과 품목을 점차 확대한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 활성화를 위해 방문재활을 도입,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 장애유형과 생애주기, 질환 특성을 반영한 건강 교육도 확대한다.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은 2030년까지 112곳 이상으로 늘린다. 검진 결과 유소견자에 대해선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연계해 사후관리를 강화한다.
소득·일자리
장애인연금을 인상하고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장애인의 소득 증대를 위해 힘쓴다. 정부는 2025년도 물가상승률 2.1%를 반영해 2026년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을 7190원 인상하고 장애인연금 선정기준액도 2만 원 인상한다. 장애인 공공일자리는 2300명 늘어난 3만 5846명 규모로 확대하며 고용장려금 지급 대상도 넓힌다.
중증장애인의 회사 생활을 돕는 근로지원인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근로지원인은 서류를 대신 읽어주고 물건을 옮기는 등 업무를 지원한다. 본인 자부담은 시간당 300원이다. 필요시 사업주 동의를 받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각 지사에 신청하면 된다.
자립을 위한 자금대여 사업도 운영한다. 생업자금, 출퇴근용 자동차 구입비, 기술훈련비 등 자립을 목적으로 지원을 희망하는 경우 자금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지원 규모는 무보증대출은 가구당 1200만 원 이내, 담보대출은 담보 범위 내 5000만 원 이하다. 지원 대상은 소득인정액 기준 중위소득 50% 초과 100% 이하 가구의 19세 이상 등록 장애인이다. 금리는 연 2%(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 수준이다.
체육·관광·문화예술
2026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지원 금액을 2025년 대비 10억 원 늘렸다. 2026년 신규 지원 대상은 다섯 곳이다. 또한 물리적 접근성을 개선한 ‘열린관광지’ 30곳도 추가로 선정해 장애인 체육·관광 참여 기반을 확대한다.
장애인 예술 창작·제작 활동에 대한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단계별 예술 활동 지원을 강화하며 모두예술극장과 모두미술공간 등 장애 예술 활동 지원을 위한 인프라 운영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동·안전
계단이 없고 차체가 낮아 교통약자가 타고 내리기 편리한 저상버스 도입을 계속해서 지원하고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통합예약시스템 참여 지자체를 지속 확대한다. 침대형 휠체어 탑승 차량 도입 등 특별교통수단 지원도 늘린다. 민간 구급차 이용 지원도 전국으로 확산한다.
아울러 ‘장벽 없는 무인정보단말기(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운영 의무가 전면 시행되면서 일상생활에서의 접근성 개선도 본격화됐다.
고유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