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짤루 짤루"와 베트남의 "깜온(감사합니다)"은 이번 순방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축한다. 1950년 인도 공화국 헌법 발효를 축하하며 나누었던 우정과 하노이의 다이나믹한 에너지는 우리 경제의 돌파구이자 안보의 우군이다. 특히 이번 순방으로 구체화된 공급망 파트너십은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열쇠다.
정길화 동국대학교 한류융합학술원장
"아차해(Achha hai, 멋집니다)!" "짤루 짤루(Chalo Chalo, 함께 갑시다)!"
2023년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뉴델리 안살 플라자 광장을 가득 메웠던 3500여 명의 함성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주인도한국문화원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공동주관한 '랑 데 코리아' 축제 현장에서 인도 청년들은 판소리와 탈춤에 열광했다. 또 인도 출신 멤버가 속한 걸그룹 '엑신'의 무대에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한국의 색을 입어보라'는 축제의 명명처럼, 문화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에너지로 응집되는 현장에서 한류의 연결력을 실감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국빈 순방은 그 멋들어진 기억을 소환한다. 지난 20일 뉴델리 야쇼부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드림 스테이지'는 한류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양국 우정의 가교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김혜경 여사의 합장 인사와 "나마스테" 한마디에 3000여 객석이 환호하고,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이 격려하는 광경은 한류가 쌓아온 문화적 신뢰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정서적 유대가 국가 정상급 외교의 토양으로 완숙해진 결과다.
◆ 데이터가 입증하는 한류의 신대륙, 인도
인도를 한류의 변방이라 여기는 것은 낡은 관념이다. 데이터는 이미 거대한 대전환을 증명한다. 2022년 블랙핑크의 유튜브 조회수 비중에서 인도는 10.0%를 기록하며 종주국인 한국(3.7%)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14억 대국 인도가 최대 소비처로 부상한 것은 한류의 영토가 서남아시아의 심장부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류가 보편적 호소력을 갖춘 핵심 문화 자산으로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지표다. 나아가 인도의 무한한 인적 자원과 결합할 한류의 미래 지표는 상당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인도의 마음을 얻는 법은 깊은 공감에 있었다. 2023년 초, 주인도 한국대사관이 제작한 '나투 나투(Naatu Naatu)' 커버댄스 영상은 그 결정적 장면이었다. 인도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이 곡에 맞춰 우리 외교관들이 춤추는 모습은 인도 전역을 열광시켰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직접 SNS에 찬사를 보냈고 조회수는 350만 회를 돌파했다. 한국이 인도의 문화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함께 즐기고 있다는 메시지가 인도 대중에게 깊은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인도를 방문 중인 김혜경 여사가 20일 뉴델리 야쇼부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Dream Stage에서 손하트를 그리고 있다. 2026.4.20(ⓒ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한류가 숨 쉬는 공기가 된 나라, 베트남
베트남에서의 한류는 공감의 단계를 넘어 생활 그 자체다. 국가 이미지 긍정 평가 95%, 한국어의 공교육 제1외국어 채택은 베트남이 한류 대중화의 성지임을 말해준다. 거리 곳곳에서 한국 드라마 대사가 들리고 K-푸드가 일상의 식단이 된 풍경은 양국이 정서적 공동체임을 증명한다. 현지 젊은 세대의 한국 콘텐츠 점유율이 70%를 상회한다는 사실은 한류가 이제 삶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공통 언어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필자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동반성장 디딤돌' 사업은 한류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었다. 베트남 신예 아티스트들이 한국에서 K팝 연수를 하며 50일 간의 고강도 훈련으로 한국어 발음까지 완벽하게 익히던 진지한 눈빛이 선하다. 2022년 수교 30주년 당시, 하노이 미딩 경기장에 한국의 청사초롱과 베트남의 호이안 등불이 영롱하게 어우러졌던 풍경은 압권이었다. 그 빛의 바다 아래서 한-베 소년소녀 합창단이 빚어낸 화음은 양국이 함께 그려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 한류 붐의 착시를 경계하며: 공감 한류, 성찰 한류의 중요성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사실이 있다. 한류는 양국이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 어디까지나 마중물이다. 현지의 뜨거운 붐에만 취해 일방향적인 전달에 그치는 착시가 있어서는 안 된다. 문화의 본질은 결국 교류에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전파(傳播)하는 것에만 골몰한다면 한류는 자칫 문화적 우월주의로 오독되어 반감을 살 수도 있다. 진정한 성공은 상대의 문화를 수용하면서 존중하고 나아가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때 완성된다.
상대 국민이 우리 문화를 좋아하는 그 이상으로,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인도와 베트남 문화에 대한 친연성을 높여야 한다. 존중이 결여된 한류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동반성장 디딤돌'이나 '신한류 문화다리'와 같은 쌍방향 문화 교류 사업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수용할 때, 비로소 한류는 지속 가능한 생명력을 얻는다. 공감 한류, 성찰 한류가 중요한 시점이다.
◆ 미래지향적 비전: 한류 4.0과 문화기술 플랫폼의 시대
이번 순방 이후 우리가 그려야 할 미래지향적 비전은 명확하다.
첫째, 'K-콘텐츠 생산 기지의 글로벌화'와 '공동 창제작' 시스템의 정착이다. 이제는 한국에서 만든 것을 보여주는 단계를 지나, 현지 아티스트가 K팝 시스템을 입고 현지 언어로 노래하는 글로벌 현지화(Glocalization)가 가속화되어야 한다. 인도와 베트남의 풍부한 인적 자원과 한국의 기획력이 결합해 제3국으로 뻗어나가는 공동 창제작의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한류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현지 산업 생태계에 기여함으로써 '문화 제국주의'라는 비판을 원천 차단하고 진정한 상생을 실현하는 길이다.
둘째, '문화기술(CT) 융합 플랫폼'의 선제적 도입이다. 디지털 기술은 한류의 영토를 무한히 확장한다. 인도와 베트남의 MZ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디지털 네이티브들이다. 이들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AI와 VR 기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한류 콘텐츠를 직접 창조하고 유통하는 '참여형 디지털 생태계'를 우리가 먼저 제안하고 주도해야 한다. 이는 디지털 심화 시대에 한류가 단순한 영상 산업을 넘어 기술과 문화가 결합된 미래형 융합 산업으로 도약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셋째, '지식 한류'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지속 가능한 외교 자산화다. 일부 대학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한류을 체계적인 학문이자 전문 산업 시스템으로 정립하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실무와 이론을 결합한 석·박사 과정을 통해 한국의 미디어 경영과 제작 기술을 체득한 현지 인재들이 각국의 문화 수장이나 미디어 경영자로 성장할 때, 한류는 대체 불가능한 영구 불멸의 외교 자산이 된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곧 한류의 백년대계다.
◆ 짤루 짤루와 깜온의 정신으로
인도의 "짤루 짤루"와 베트남의 "깜온(감사합니다)"은 이번 순방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축한다. 1950년 인도 공화국 헌법 발효를 축하하며 나누었던 우정과 하노이의 다이나믹한 에너지는 우리 경제의 돌파구이자 안보의 우군이다. 특히 이번 순방으로 구체화된 공급망 파트너십은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열쇠다.
양국 관계는 경제와 안보가 문화라는 실로 촘촘히 엮인 고도화된 동반자 길로 진입했다. 문화로 다져진 신뢰는 그 어떤 수치보다 견고하고 따뜻하다. 한류라는 매력적인 언어로 소통하는 인도와 베트남은 이제 우리의 시장을 넘어 영혼을 나눌 동반자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K-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양국 청년들이 첨단 문화기술 플랫폼 위에서 번영의 춤을 추는 진정한 공감 한류의 현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짤루 짤루(Chalo Chalo), 충 따 꿍 디(Chúng ta cùng đi), 함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