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투자 💰 지원사업 🚀 K-Startup 🏦 정책자금 🏛 나라장터 📰 보도자료 📋 정책뉴스
📋 정책뉴스

“내 건축주는 서두르지 않으신다”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남긴 말 중에 이 말을 나는 인상적으로 기억한다. ”내 건축주는 서두르지 않으신다.“ 144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버텨온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聖성가족성당). 그 성당의 정신적 지주가 이 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바르셀로나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특히 이번 여정에서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성당 건축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탑’ 꼭대기에 최종 십자가가 설치되는 역사적 장면을 지켜본 것이다.
#K-공감 #정책브리핑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남긴 말 중에 이 말을 나는 인상적으로 기억한다. ”내 건축주는 서두르지 않으신다.“

144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버텨온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聖성가족성당). 그 성당의 정신적 지주가 이 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바르셀로나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특히 이번 여정에서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성당 건축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탑’ 꼭대기에 최종 십자가가 설치되는 역사적 장면을 지켜본 것이다.

144년 서사의 완성, 172.5m
크레인이 서서히 움직이며 거대한 십자가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릴 때 광장에 모인 전 세계 관광객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마침내 십자가가 안착하며 성당의 최종 높이가 가우디가 설계한 172.5m에 도달하는 순간 144년을 이어온 장대한 서사가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간 십자가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한 천재의 집념과 수많은 무명 건축가의 땀방울이 응축되어 쏘아 올린 인류 신념의 안테나처럼 보였다.

이 거대한 성소는 단순한 종교 건축물을 넘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뒤 신의 뜻을 기다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결정체였다. 지중해의 강렬한 햇살 아래 솟아오른 18개의 탑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기도문처럼 다가왔고 압도적인 규모 속에 깃든 세밀한 상징들은 방문객의 숨을 멎게 하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줄서서 기다리는 성가족성당 이전에 먼저 추천할 만한 곳이 있다. 바르셀로나 외곽의 ‘구엘교회(Colònia Güell)’다. 가우디의 천재적 직관은 성가족성당에 앞서 지어진 구엘교회에서 먼저 싹텄다. 구엘교회는 성가족성당을 위한 거대한 실험실이자 전초기지였다. 가우디는 이곳에서 수년간 실에 추를 매달아 늘어뜨린 뒤 중력이 만드는 가장 안정적인 곡선을 찾는 ‘현수선 모델’ 실험을 반복했다. 거울을 통해 뒤집힌 곡선의 형상을 관찰하며 그는 자연이 허락한 가장 견고한 구조를 찾아냈다.

구엘교회에서 직선을 배제하고 유기적인 곡선을 도입한 구조적 원형을 정립했다면 성가족성당은 고뇌의 실험 결과물을 집대성한 장대한 서사다. 현대 항공우주공학의 슈퍼컴퓨터가 계산한 구조적 최적값과 100년 전 가우디가 직관과 아날로그 실험으로 찾아낸 수치가 일치한다는 사실은 이 건축물이 왜 ‘현대건축의 불가사의’이자 시대를 초월한 걸작으로 추앙받는지 증명한다.

성가족성당은 이 소규모 실험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바라보는 방향마다 각기 다른 얼굴로 인류의 구원을 노래한다. 동쪽 ‘탄생의 파사드’가 생명의 환희와 약동, 그리스도 강생(降生)의 기쁨을 정교한 조각으로 담고 있다면, 서쪽 ‘수난의 파사드’는 골고다 언덕의 비극과 죽음을 현대적이고 날카로운 직선으로 표현하여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남쪽 ‘영광의 파사드’와 북쪽의 ‘고요한 성소’까지, 모든 구조물은 각자의 스토리를 품은 채 중앙의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호위하듯 배치돼 있다.

입장료·기부금으로 올린 ‘인류 공동의 프로젝트’
172.5m라는 높이에는 가우디의 깊은 신앙심과 철학적 겸손이 서려 있다. 성당의 최종 높이는 바르셀로나의 상징인 몬주익 언덕(173m)보다 정확히 0.5m 낮게 설계됐다. ‘인간의 피조물은 신의 창조물보다 낮아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 경신이나 인간의 오만을 드러내기보다 자연과 신에 대한 예우를 건축의 최우선 가치로 삼은 것이다.

더욱 경이로운 점은 이 거대한 역사가 정부의 지원금 한 푼 없이 오직 방문객의 입장료와 이름 모를 이들의 기부금만으로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하루 입장료 수입만 5억 원을 넘는 이 현장은 전 세계인이 벽돌 한 장씩을 보태는 ‘인류 공동의 프로젝트’이며 가우디의 철학에 매료되어 평생을 바친 수많은 예술가의 땀방울이 녹아 있는 성지다.

성가족성당이 증명한 방향의 미학
성당 내부로 발을 들이면 건축이 아닌 거대한 숲에 들어선 듯한 착각에 빠진다. 가우디는 숲의 나무들이 가지를 뻗어 천장을 지탱하는 형상을 기둥으로 구현했다. 기둥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은 시간에 따라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변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가우디가 추구했던 ‘자연과 건축의 일치’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는 자연 속에 신의 섭리가 깃들어 있다고 믿었으며 그 섭리를 인간의 언어인 건축으로 번역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가우디 사후 100주기인 2026년 6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마침내 144년에 걸친 완공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 긴 여정은 우리에게 속도와 효율만이 정의가 된 현대사회의 가치관을 되묻게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성취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방향’을 향해 걷느냐는 것이다. 144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시간이 아니라 인간의 조급함을 다스리고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숙성의 기간이었다. ”내 건축주는 서두르지 않으신다“는 가우디의 말처럼 진정한 가치는 유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비로소 증명된다.

인간의 정성이 하늘에 닿고 그 노력이 다시 대지로 내려와 지친 인류를 위로하는 풍경은 눈물겨울 만큼 아름다웠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지어 올린 성가족성당은 이제 바르셀로나를 넘어 전 인류에 속도가 아닌 방향의 미학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144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하늘과 맞닿은 저 최종 십자가는 서두르지 않는 건축주를 향한 인간의 가장 경건하고도 장엄한 응답이다. 우리는 이제 그 종착역에서 가우디가 꿈꿨던 인류 공동의 ‘집’이 완성되는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

어수웅

조선일보에서 문학, 영화, books 등 문화부 기자를 오래했다.

지은 책으로 ‘탐독’ ‘파워 클래식’ 등이 있다. 주말뉴스부장, 문화부장, 여론독자부장을 거쳐 현재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 원문 공고 바로가기

외부 기관의 공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최신 정보는 원문을 확인하세요.

← 목록으로
🔗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