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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참 나르고 안부 물으며 일상을 기사로 “우리 잡지 주인공은 마을 어르신”

농촌의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기자들이 있다. ”내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아 기사로 쓸 게 없다.“ ”혹시 말을 잘 못하면 어쩌나.“ 머뭇거리던 주민들도 기자들의 친근한 말투와 진솔한 태도 앞에 이내 마음을 연다. 낯설던 대화는 어느새 속을 터놓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조용하던 마을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기사로 기록된다. ‘월간 옥이네’(이하 ‘옥이네’)는 평범한 사람들도 기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개인의 이야기가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전국 유일의 지역 월간지다. ‘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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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기자들이 있다. ”내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아 기사로 쓸 게 없다.“ ”혹시 말을 잘 못하면 어쩌나.“ 머뭇거리던 주민들도 기자들의 친근한 말투와 진솔한 태도 앞에 이내 마음을 연다. 낯설던 대화는 어느새 속을 터놓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조용하던 마을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기사로 기록된다.

‘월간 옥이네’(이하 ‘옥이네’)는 평범한 사람들도 기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개인의 이야기가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전국 유일의 지역 월간지다. ‘옥’은 ‘비옥할 옥(沃)’ 자로, 주된 취재 배경인 충청북도 옥천군의 이름에서 따왔다. 지역사회 목소리를 통해 옥천군을 더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옥천군에서 ‘옥이네’의 의미는 작지 않다. 인구 5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지역에서 2025년 11월 창간 100호를 넘어섰다. 매달 한 권씩 쌓인 기록은 어느덧 ‘옥천에 관한 책 100권’이 됐다. 창간 초기에는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늘 따라붙었다. 종이 매체가 사라지는 시대에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월간지를 발행하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이네’는 ‘역사에 남은 1%가 아니라 역사를 만든 99%를 기록한다’는 창간 선언 그대로 농부의 하루, 동네 가게를 지키는 상인, 마을 어르신의 기억까지 지역을 구성하는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냈다. 지역 잡지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과 정체성을 스스로 넓혀온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콘텐츠 잡지’(2020~2023년, 2025~2026년)에 연이어 오른 것도 그 성과다. ‘옥이네’를 이끌고 있는 이현경 편집장과 한수진 취재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옥이네’ 기사에는 여느 잡지와는 다른 결이 느껴진다. 무엇이 이렇게 다르게 만드는가?
이현경: ‘옥이네’ 기사를 보면 잔잔하고 따뜻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다른 월간지가 이슈를 따라간다면, 우리는 그런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차분히 귀 기울이고 지역의 일상과 목소리를 담는 데 집중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보는 잡지인 만큼 모두가 공감하고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지향한다. ‘옥이네’의 힘은 결국 ‘일상 속 숨겨진 사람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무엇을 쓸지는 주민들이 알고 있다’고?
한수진: 고령층이 많아 문자나 메일로 제보가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기사는 현장에서 발로 뛰며 발굴한다. 가을 수확철에는 새참 배달을 도우면서 안부를 묻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듣는다. 한번은 농사일을 돕다가 ‘마을에서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사를 쓴 적도 있다. 주민들이 건네는 짧은 말 한마디,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가 곧 기사 소재가 된다.

주민들은 취재에 적극적인가?
한수진: 주민마다 다르다. 적극적으로 응하는 분도 있지만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내 이야기는 기삿거리가 될 게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삶이든 의미 있고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그래서 ‘특별한 사람’을 찾기보다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려 한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분들도 기사가 나오고 나면 주변 반응을 전해주며 고마워하신다.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다시 느낀다.

‘옥이네’만의 소통방식이 있을 것 같다.
이현경: 옥천에는 특유의 소통 문화가 있다. ‘옥이네’ 기자들은 한 번 거절당했다고 해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한 번 더 묻고 또다시 찾아간다. 한 번 거절했다고 바로 포기하면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실제로 한 주민은 첫 취재 요청을 거절한 뒤 다시 찾지 않자 ”왜 더 안 물어보느냐“며 서운해하신 적도 있다. 알고 보니 인터뷰 경험이 없어서 부끄러워 거절하셨다고 하더라. ‘옥이네’ 기자에게 ‘삼고초려’는 기본이다.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옥이네’의 관점이 궁금하다.
이현경: 오랫동안 지역을 ‘성공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이 강했다. 사업과 연결해 성과를 내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다. 하지만 지역은 결국 그곳에 사는 주민들로 이루어진다. 규모가 작은 만큼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지역에서 어떤 성공을 만들어내느냐보다 그 지역을 이루는 사람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정된 지역에서 기사 소재를 꾸준히 찾는 비결은.
한수진: 세심하게 관찰하고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태도다. ‘옥이네’에 합류한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무실 뒤 은행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가운데가 뚫린 모습이 궁금해 취재를 시작했는데 나무의 내력을 자세히 알고 있는 주민들이 가까이 있었다. 그 일을 통해 사소해보이는 이야기라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기억과 증언이 기사를 풍부하게 만든다는 걸 알았다. 지역 이야기는 결국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목소리로 완성된다는 걸 배웠다.

그만큼 지역 주민들의 기대도 클 것 같다.
이현경: ‘옥이네’ 독자들은 기사의 속도보다 깊이를 원하는 편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나 현재 진행 중인 현상을 조금 더 깊이 해석해주길 기대한다. 지역 주간지 ‘옥천신문’이 대체로 사건 중심의 빠른 보도를 한다면 우리는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지역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차분히 풀어낸다. ‘옥이네’는 지역의 흐름과 맥락을 짚어주는 기록자이자 해설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공론장의 역할도 중요하게 본다고.
이현경: 그렇다. ‘옥이네’가 지향하는 역할 중 하나다. ‘옥이네’는 소통에 적합한 매체다. 월간지라 한 주제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일하는 공간은 단순한 잡지 제작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다양한 단행본 출판이 이뤄지기도 하고 주민들이 머무를 수 있는 카페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작은 콘서트나 문화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옥이네’ 자체가 지역 여론을 묶는 하나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자들이 비교적 젊은 것도 특징이다.
한수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청년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옥이네’ 기자들은 대부분 외지 출신이다. 옥천으로 오게 된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옥천을 진심으로 애정한다. 많은 사람이 농촌을 지루하고 단조로운 공간으로 생각하지만 농촌에는 보물 같은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다. 그것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일이 곧 지역의 세대교체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최근 ‘옥이네’가 100호를 돌파했지만 아직도 풀어낼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누군가 기록하지 않으면 결국 사라진다.

지속 가능하려면 수익구조도 중요하다.
이현경: 월 1만 원인데 구독료만으로는 적자다. 흑자 전환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옥이네’는 광고 비중이 낮아 성장속도는 더딜 수 있다. 대신 정부 지원사업과 외주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옥이네’는 특정 기관이나 개인의 잡지가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 잡지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주민들이 구독을 통해 관심과 응원을 보내준다면 이 기록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는 단순히 지역을 대표하는 잡지를 넘어 농촌을 대변하는 잡지가 되고 싶다.

지역 잡지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이현경: 거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기록을 이어갈 수 있는 ‘물성(物性)’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록은 한 번의 성과보다 지속적으로 쌓여가는 과정 자체가 더 의미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 ‘옥이네’를 부러워하는 기자들을 만나면 규모가 작아도 좋으니 월 단위 기록 매체를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이다.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축적해나가는 힘은 결국 거기에서 나온다.

백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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